사상 첫 800조 예산은 어디서 나오나
정부가 내년 총지출을 사상 처음 800조원 넘게 편성한다. 열쇠는 500조원대 세수 전망이 실제로 걷히느냐다. 발표가 나오자 여야가 곧바로 충돌했다.
같은 숫자를 두고 두 진영이 정반대의 문장을 내놓았다. 한쪽은 “역대 최대 규모의 미래 투자”라 불렀다. 다른 쪽은 “미래세대의 삶을 담보로 한 재정 도박”이라 했다.
13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 그 테이블에 오른 숫자는 800조원이었다.
무슨 일인가
정부의 ‘800조+α’ 편성
정부가 2027년도 총지출을 800조원 이상으로 잡겠다고 밝혔다.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올해 본예산은 727조9000억원이다. 800조원은 여기서 10% 넘게 늘어난 규모다. 한국 정부 예산이 800조원 선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돈은 어디서 나오나
열쇠는 세수 전망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년 국세 수입을 “500조원 플러스 알파”로 내다봤다. 애초 전망치 412조원을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치다.
정부는 이 초과 세수를 새 기금에 담기로 했다. ‘미래대응기금’이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 그리고 청년·지방·교육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야당의 즉각 반발
발표가 나오자 국민의힘이 곧바로 각을 세웠다. 제1야당은 이번 편성을 “미래세대의 삶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재정 도박”으로 규정했다.
같은 회의실에서 나온 숫자 하나다. 그런데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기도 전에 여야 충돌의 발화점이 됐다.
Q&A로 짚어보기
Q1. 800조원은 얼마나 큰 규모인가요?
올해 본예산보다 10% 넘게 늘었다. 한국 정부 예산으로는 처음 800조원을 넘는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를 “사상 처음 ‘8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Q2. 이 많은 돈은 어디서 나오나요?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이 500조원 플러스 알파에 이를 것으로 본다. 여기에 지출 구조조정을 더한다. 올해 목표 27조원보다 대폭 늘린 50조원 규모다.
Q3. 정부가 밝힌 사용처는 어디인가요?
초과 세수는 ‘미래대응기금’에 담긴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먼저 들어간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래·청년·지방·교육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정책도 함께 나왔다. 전문인력 20만명 플러스 알파 양성, 청년 일자리 30만개 플러스 알파 창출이 목표다.
Q4. 야당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문제 삼나요?
핵심은 세수의 성격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세수 증가가 반도체 호황에 기댄 ‘일시적’ 초과 세수라고 본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고정 수입처럼 여겨 씀씀이부터 키운다는 것이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날을 세웠다. “재정 폭주 탓에 원화 가치는 추락하고 환율과 물가만 치솟아 민생은 파탄 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최근 5년간 선진국 37개국 중 26개국이 빚을 줄였지만 우리나라는 빚이 쌓여간다”고 주장했다.
Q5. ‘미래대응기금’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나요?
평상시에는 반도체·AI 같은 미래 산업과 청년·지방·교육 투자에 쓰인다. 경기가 나빠져 세수가 부족하거나 추경이 필요할 때는 재정 안정화에도 쓸 수 있게 설계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졸속 미래대응기금이 ‘미래담보기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양측의 시각
여당·정부 측 시각
정부는 지금이 기회라고 본다. 반도체 호황이 안겨준 사상 최대 세수를 미래 산업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놓치는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세입 여건과 집중 투자의 필요성을 감안해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감하고 지속적인 미래 투자를 담보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기금의 취지를 강조했다.
국민의힘·보수 진영의 시각
국민의힘은 이번 편성을 ‘재정 포퓰리즘’으로 규정한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국민 혈세를 앞세운 재정 포퓰리즘”이라며 “나라 곳간을 정권의 금고로 삼겠다는 사심만 가득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영 의원은 위험을 경고했다. “집권 1년 만에 2차례에 걸쳐 58조원이나 추경했다”는 것이다. 일시적 세수를 근거로 지출 구조 자체를 키우면 재정 건전성이 흔들린다는 것이 이들 우려의 핵심이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 예산안은 국회 심의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결국 숫자다.
정부가 낙관한 ‘500조원 플러스 알파’ 세수가 실제로 걷힐까. 반도체 경기가 그때까지 버텨줄까. 이 두 가지가 논쟁의 향방을 가른다.
한쪽에는 재정 건전성이, 다른 쪽에는 미래 투자의 시급성이 있다. 실제 세수 실적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