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트럼프가 호르무즈 통행료 20%를 물렸다

미군이 이란 선박을 겨냥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재개하고 화물에 20% 통행료를 물리겠다고 나섰다. 이란은 자국이 해협의 영원한 수호자라며 맞섰다.

#트럼프 행정부#이란#중동

오만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의 좁은 항로. 아랍에미리트 유조선 두 척이 안전하다는 남쪽 뱃길을 따라 조심스레 나아가고 있었다. 그때 이란의 순항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선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세계 에너지의 길목을 놓고 두 나라가 똑같은 말을 던졌다. “이 해협의 수호자는 우리다.”

무슨 일인가

봉쇄가 다시 시작된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선박을 겨냥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미 동부시간 7월 14일 화요일 오후 4시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조치는 아니다. 미군은 이미 4월 13일부터 6월 18일까지 이란 항구를 오가는 배들을 막은 적이 있다. 이번은 그때 멈췄던 봉쇄를 다시 켜는 것이다.

주말 사이 오간 주먹질

봉쇄 재개는 며칠 새 격해진 충돌 끝에 나왔다. 지난 토요일 이란이 해협을 지나던 상선을 때렸고, 미국이 곧바로 보복 타격했다. 월요일에는 미국이 이란의 방공 시스템과 미사일, 드론 기지, 해상 전력까지 겨냥해 추가로 타격했다. “이란의 상선 공격 능력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는 게 미국의 설명이다.

화요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규정을 어긴” 초대형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란은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한 바레인의 미군 시설과 요르단 안의 미군 전초기지에도 미사일과 드론을 날렸다고 주장했다.

사이렌이 울린 밤

피해는 곳곳에서 나왔다. 아랍에미리트 국방부는 자국 유조선 2척이 오만 영해의 항로를 지나다 이란 순항미사일에 맞아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바레인 당국은 사이렌을 울리며 시민들에게 안전지대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요르단 국영매체는 이날 새벽 이란 미사일 4발을 방공망이 요격했다고 전했다.

숫자 하나가 이 위기의 무게를 말해준다. 상품과 해운 시장을 추적하는 한 데이터 분석업체에 따르면 지난주 해협을 지난 배는 단 22척. 전쟁 전과 비교하면 통항량이 약 85% 급감했다.

이 사건의 배경

역사적 배경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올해 2월 28일 시작됐다. 넉 달 넘게 이어진 싸움은 6월 잠시 멈췄다. 두 나라가 60일 휴전에 합의하고, 최종 합의 조건을 마련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로 하는 14개 항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다.

그 살얼음판이 다시 깨졌다.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한 것이다. 추가 대화 가능성까지 닫지는 않았지만, 60일 휴전은 절반 만에 무너졌다. 여기에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긴장은 더 팽팽해졌다.

이해관계 구도

호르무즈 해협은 그냥 바닷길이 아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약 20%가 이 좁은 물목을 지난다. 여기가 막히면 세계 유가가 흔들린다.

미국은 통항의 안전을 지켜주는 대가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해협의 통제권이 자국 권리라고 본다. 그 사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같은 걸프 국가들은 오래 미국의 방위 우산에 기대왔다. 하지만 미군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지역을 공격 표적으로 만든다는 역설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났다.

왜 지금 벌어졌나

방아쇠는 애매한 문장 한 줄이었다. 지난달 서명된 잠정 합의문이 너무 두루뭉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동 전문가인 마이클 싱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상무이사는 양해각서 5항의 해석이 갈라진 지점을 짚었다. 문제의 조항은 “이란은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대목이다. 그는 이 문구가 “국제 수로임을 강조하기보다 해협에 대한 책임을 이란 쪽에 두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란이 원했던 바에 훨씬 가까운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문장을 미국과 이란이 정반대로 읽고 있다는 얘기다.

Q&A로 짚어보기

Q1. 트럼프가 말한 20% 통행료가 뭔가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이란 봉쇄를 재개한다. 이란의 선박이나 그 고객만 막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고 썼다. 다른 나라 배는 해협을 지날 수 있지만, 미국이 “이 매우 불안정한 지역에 안전과 안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은 보상으로 화물에 20%의 통행료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래 미국은 해협 통항에 어떤 통행료도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스스로 그 원칙을 뒤집은 셈이다.

Q2. 이란은 여기에 뭐라고 했나

이란은 통행료 발상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금액을 두고 흥정하듯 맞받았다. “20%는 물론 너무 많다. 우리는 공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란은 항상 해협의 수호자였고 영원히 그럴 것”이라며 통제권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Q3. 배들은 실제로 어떻게 다녀야 하나

미국은 봉쇄 재개 전 상선들에게 오만 해안을 따라가는 남쪽 항로를 쓰라고 권했다. 그런데 이란은 이 권고 자체가 양해각서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중부사령부는 통행료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상선들에게 “16번 선박 간 채널로 미 해군에 연락하라”고만 안내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공식 통지로 밝히겠다고 했다.

Q4. 예멘 이야기는 왜 같이 나오나

이 확전 국면에 예멘 전선이 겹쳤다. 하메네이 장례식에 참석하고 귀국하던 후티 대표단이 탄 이란 항공기가 예멘 수도 사나 공항에 착륙하려 하자, 예멘 정부군이 활주로를 타격해 착륙을 막았다. 이란 항공기는 대신 홍해 연안 도시 호데이다에 내렸다. 여기에 반발한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를 배후로 지목하며 사우디 공항에 미사일을 쏘면서, 4년간 이어진 비공식 휴전이 크게 흔들렸다.

양측의 시각

이번 사안은 국내 정치 쟁점이 아니라 국제 분쟁이다. 그래서 진영이 아니라 분쟁 당사자들의 주장을 나란히 놓는다.

미국과 이란, 호르무즈를 놓고

두 나라가 동시에 스스로를 “해협의 수호자”라고 부른다.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는 봉쇄가 이란 선박과 그 고객만 겨냥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나라 배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20% 통행료는 미국이 안전과 안보를 제공한 정당한 대가라는 논리다. 미국은 이란이 먼저 양해각서를 위반했다고 비난한다.

이란은 정반대다.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발표에 대응해 “안전한 통행 제공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은 맞다”면서도, 이란이야말로 해협의 영원한 수호자라고 못 박았다. 대미 협상 대표를 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합의문 5항 중 “이란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올리며 “일방적 합의의 시대는 끝났다”고 썼다. 미국이 합의를 제멋대로 해석한다는 반박이다.

예멘, 누가 먼저 침략했나

예멘에서도 책임 공방이 팽팽하다.

예멘의 국제적으로 승인된 정부는 자국군이 사나 공항 활주로를 친 사실을 인정했다. 이란 항공기의 착륙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예멘 국방부는 “테러 후티 민병대가 이란 정권의 지원을 받아 예멘 국적기의 착륙은 막으면서 이란 항공기의 영공 침범은 허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후티 군사 대변인 야히아 사리는 사우디를 사나 공습의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탈긴장 국면”은 끝났다며, 이 공습이 “응답 없이, 처벌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범죄적인 사우디의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아브하 국제공항에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은 방공망이 남부 지역을 향한 후티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했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제사회는 후티 쪽에 더 날을 세웠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칼레드 키아리 유엔 사무차장보는 “예멘과 더 넓은 지역은 또 다른 확전의 악순환을 감당할 수 없다”며 협상을 촉구했다. 영국의 유엔 대표는 사우디를 겨냥한 “무모한 후티의 공격”을 규탄했다. 다만 이란 외무부는 사나 공항 공습을 “국제법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난하며 후티 편에 섰다.

전망: 왜 중요한가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20% 통행료가 실제로 어떻게 집행되느냐다. 중부사령부는 아직 수수료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세계 에너지의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에 미국이 값을 매기는 선례가 굳어질지가 관건이다.

둘째, 무너진 휴전의 향방이다. 카타르 외무장관은 하메네이 장례 기간이 끝난 뒤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셋째, 비용의 셈법이다. 이란은 한 대에 약 3만 달러짜리 저비용 드론을 대량으로 퍼붓고, 걸프와 미국 연합은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 미사일로 막아낸다. 걸프 국가들이 이 불리한 셈을 견디다 못해 미국 의존을 줄이고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방산 협력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세계 에너지의 20%가 지나는 물목에서, 두 수호자의 힘겨루기는 이제 시작이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3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NPR World The U.S. is set to reinstate a blockade over the Strait of Hormuz
  2. BBC World Yemen's Houthis launch missiles at Saudi Arabia after strikes on Sanaa airport
  3. Al Jazeera Can Gulf countries defend themselves against renewed Iranian att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