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자국민 17명 잃은 멕시코가 미국을 고발한다

텍사스에서 출근하던 멕시코 국적 남성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멕시코 정부가 미국 법원에 형사 고발을 예고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트럼프 행정부#이민 정책#미국 정치

7월 7일 이른 아침,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로렌소 살가도 아라우호는 건설 현장에서 일할 인부를 구하러 나섰다.

그 앞을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막아섰다. 몇 분 뒤, 그는 총에 맞았다.

미국에서 35년을 살아온 이 멕시코 국적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그의 죽음은 이제 두 나라 사이의 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다.

무슨 일인가

멕시코, 미국 법정에 서다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7월 13일(월) 형사 고발을 예고했다.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 연방·지방 법원에 고발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 강화 이후 숨진 멕시코 국적자들이다. 지금까지 17명의 멕시코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14명은 구금 중, 3명은 단속 작전 중이었다.

방아쇠를 당긴 사건

이번 발표의 직접적 계기는 살가도 아라우호의 죽음이다. 지난 7일 휴스턴 인근에서 벌어진 총격이다.

정부와 유족의 설명은 정반대다. 국토안보부(DHS)는 그가 명령에 불응하고 요원을 향해 차량을 몰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요원이 정당방위로 총을 쐈다는 것이다.

유족의 말은 다르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 고용할 인부를 구하러 나섰던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있던 형제 등 동승자들의 증언도 정부 설명과 배치된다.

이 사건의 배경

반복되는 죽음, 쌓이는 숫자

이번 고발은 하나의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여러 죽음이 누적된 결과다.

2025년 1월 이후 최소 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다. 텍사스·미네소타·캘리포니아·버지니아·일리노이 등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망자에는 멕시코·온두라스·과테말라 국적자와 미국 시민까지 포함된다. 사인도 총격,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다양하다.

왜 지금 외교전으로 번졌나

멕시코는 그동안 외교 서한으로 항의해 왔다. 그러나 성과가 없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방식을 바꿨다. “성과 없는 외교 서한만 계속할 수는 없다”며 직접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반복되는 자국민 사망이 외교적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는 신호다.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배경은 처벌의 부재다. 지금까지 이들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이민 요원은 한 명도 없다.

책임을 묻는 국내 절차가 작동하지 않자, 피해국이 직접 법정으로 향한 셈이다.

Q&A로 짚어보기

Q1. 셰인바움 대통령은 왜 지금 형사 고발을 예고했나?

외교 서한만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엔 직접 법적 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살가도 아라우호의 죽음을 “사실상 살해(practically murdered)“라고 규정했다. 다만 “이것은 갈등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Q2. 국토안보부(DHS)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

DHS는 정당방위였다는 입장이다. 그가 불법 체류자였고 명령에 불응한 채 요원에게 차량을 돌진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설명은 다른 사건에서도 반복됐다. 메인주 총격에서도 국토안보부 장관이 운전자가 차량을 “무기화”해 요원을 위협했다고 밝힌 바 있다.

Q3. 정부 설명에 반박하는 목격자 증언은 무엇인가?

메인주 사건에서 목격자들의 증언이 대표적이다. 차량이 천천히 원을 그리며 움직였을 뿐, 요원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은 아니었다고 했다.

미네소타에서 숨진 간호사 알렉스 프레티 사건도 있다. 정부는 처음에 그를 무장 선동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목격자 영상에는 그가 휴대폰을 든 채 바닥에 있었고, 오히려 요원이 그의 허리춤에서 총을 빼내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Q4.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인가?

아니다. 2025년 1월 이후 최소 9명이 여러 주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네소타에서는 시민 르네 굿이 숨졌다. 합법 총기 소지자였던 그는 이민 단속 항의 시위 중 법률 감시인 역할을 하다 요원의 총에 맞았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연방정부의 초기 설명을 “경악스럽다(despicable)“고 비판했다.

Q5. 책임자는 처벌받았나?

없다. 지금까지 이들 사건으로 기소된 이민 요원은 한 명도 없다.

양측의 시각

보수·우파의 시각

국토안보부는 정당방위 입장을 고수한다. 살가도 아라우호가 명령에 불응하고 요원을 향해 차량을 몰아 위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큰 틀도 여기에 있다. 대규모 이민 단속을 국경 안보의 핵심 과제로 내세워 왔다. 메인주 등 다른 사건에서도 단속 대상자가 먼저 요원을 위협했다는 유사한 설명을 반복했다.

진보·좌파의 시각

유족과 동승자의 증언은 정부 설명과 배치된다. 숨진 그는 미국에 35년을 거주했고 범죄 이력도 없었다.

이런 충돌은 되풀이된다. 메인주·미네소타 사건에서도 목격자 영상과 증언이 정부의 초기 설명을 반박했다.

민주당 인사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앵거스 킹 상원의원 등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정부의 공식 설명이 목격자 증언·영상 증거와 반복적으로 충돌하며, 어떤 요원도 기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이다.

전망: 왜 중요한가

첫 관전 포인트는 법정이다. 멕시코의 형사 고발이 미국 법원에서 실제로 어떤 절차를 밟을지가 관건이다.

정부의 태도도 변수다. 국토안보부가 계속 요원들의 대응을 옹호할지, 아니면 입장을 조정할지 지켜봐야 한다.

한국 독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우방국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가 드러나는 사례다. 비슷한 국경·법 집행 이슈가 향후 한미 관계나 재외국민 문제에 어떤 시사점을 줄지 눈여겨볼 만하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2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Al Jazeera Nine deaths tied to Trump's immigration enforcement operations in US
  2. Guardian World Mexico to file criminal complaints over migrants killed by ICE in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