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촉법소년 1살 낮추자니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낮추자는 정부 공론화 결과에 이재명 대통령이 '너무 미약하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넉 달간 이어진 논의는 왜 원점 대신 '조건부 하향'으로 흘렀나.

#촉법소년#사법개혁

“나 (촉법소년이어서) 처벌 안 받아.” 청와대 국무회의장. 성평등가족부의 보고를 듣던 이재명 대통령이 이 말을 그대로 옮겨 읽었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걸 아는 아이들 이야기였다. 대통령은 곧바로 되물었다. “그런 걸 보면 1살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느냐.”

무슨 일인가

성평등가족부의 ‘조건부 1살 하향’

성평등가족부가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공론화 결과를 보고했다.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를 말한다. 함께 제도개선 권고안도 올렸다.

현재 형사미성년자 기준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다. 유력하게 검토되는 안은 이 기준을 만 13세 미만으로 1세 낮추는 것이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서다.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공론화를 지시한 지 약 넉 달 만이다.

”너무 미약하다”

그런데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 정부안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률적으로 낮추지 말고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1살만 낮추자는 말인데 너무 미약하지 않느냐”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12세로 하는 경우도 꽤 많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결론은 미뤘다.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국민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여론조사도 해보자며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다.

Q&A로 짚어보기

Q1. 촉법소년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나이의 미성년자다. 현재 한국 법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을 촉법소년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연령을 1세 낮추면 생일이 지난 중학교 1학년생, 즉 만 13세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Q2. 왜 지금 이 논의가 다시 불붙었나?

계기는 두 가지다. 촉법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잇따랐고, 이를 다룬 드라마가 화제가 됐다. 그러면서 정부가 움직였다.

공론화 과정은 굴곡이 있었다. 성평등가족부는 3~4월 두 달간 ‘촉법소년 연령 사회적대화 협의체’를 운영했다. 이 협의체는 4월 30일 오히려 현행 유지를 권고했다. “연령 하향이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여론이 흐름을 바꿨다. 피해자 보호 요구와 공론화 결과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약 두 달 반 만에 ‘조건부 연령 하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Q3. 시민참여단은 실제로 어떤 의견을 냈나?

212명 규모의 숙의토론 결과가 있다.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하향’이 46.7%로 가장 높았다.

나머지는 이렇게 갈렸다. ‘모든 범죄에 대해 일괄 하향’이 30.2%, ‘현행 유지’가 17.0%였다. 하향 찬성자 중에서는 ‘13세로 1살만 낮추자’는 의견이 55.8%로 가장 많았다.

Q4. 나이를 낮추면 처벌 수위가 실제로 얼마나 달라지나?

큰 차이가 난다. 조원철 법제처장이 국무회의에서 설명했다. 지금은 촉법소년이 사형·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소년원 송치 2년이 최대다. 연령이 낮아지면 소년범으로 분류돼 유기징역 15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다만 단서도 붙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연령을 하향하더라도 상당수는 보호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소년보호처분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Q5. 지난해 촉법소년 범죄 실태는 어떠했나?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2만1095명이다. 절도가 1만110명, 폭력이 5520명으로 가장 많았다.

강력범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826명으로, 강간·추행 739명, 방화 81명, 강도 6명이었다. 살인으로 검거된 촉법소년은 없었다.

양측의 시각

하향에 무게를 두는 시각

숙의토론 결과가 근거다. 어떤 형태로든 연령을 낮추자는 응답이 76.9%에 달했다. 부분 하향 46.7%에 전면 하향 30.2%를 더한 수치다.

배경에는 국민 정서가 있다. 피해자 보호와 ‘중대 범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것이 정부가 협의체의 ‘현행 유지’ 권고를 두 달 반 만에 뒤집은 배경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성평등가족부의 ‘부분적 1살 하향’안을 “너무 미약하다”며 더 폭넓은 하향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중론

출발점은 협의체의 권고다. 정부 공론화를 주관한 사회적대화 협의체는 애초 현행 유지를 권고했다. “연령 하향이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발달 특성도 고려 대상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청소년기 정신적 발달 특성과 자기 통제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처벌 강화만이 아니라 소년보호처분 제도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도 이 주장을 받친다. 지난해 촉법소년 범죄의 대다수가 절도·폭력이었고 살인 사례는 없었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 대통령은 이날 결론을 내지 않았다. 국민 의견 수렴과 여론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두 가지다. ‘부분적 1살 하향’과 대통령이 시사한 ‘더 폭넓은 하향’ 사이에서 정부가 어디에 방점을 찍을까. 그리고 처벌 강화와 함께 강조된 소년보호처분 제도 개선이 실제로 병행될까.

촉법소년 연령은 형사사법 체계의 오랜 쟁점이다. 이번 논의의 향방은 앞으로의 소년법 개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3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1. 연합뉴스 李대통령, 촉법소년 기준 하향 논의에 "낮추긴 낮춰야 할 것"
  2. 동아일보 "강간·방화땐 중1도 처벌"…강력범죄 촉법소년 기준 하향 추진 검토
  3. 동아일보 李대통령 "특정범죄만 촉법연령 1살 하향, 너무 미약…다시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