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낙태약 처방을 의사 재량에 맡기자는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먹는 낙태약 미프진의 국내 처방 허용을 직접 꺼냈다. 임신 주수를 법으로 못 박기 전이라도 판매를 허용하자는 발언을 두고 오래된 낙태 논쟁이 다시 움직인다.
7월 14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장. 안건 보고가 오가던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주제는 먹는 낙태약이었다.
“우리나라에선 허용이 안 돼 여성들이 해외에서 직구해 복용하는 모양이다.” 대통령의 말은 곧 정부를 겨눴다. “지금처럼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다.”
무슨 일인가
대통령이 직접 꺼낸 ‘미프진’
이 대통령은 이날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약 ‘미프진’의 국내 도입과 처방 허용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미프진은 먹는 유산유도제다. 흔히 ‘먹는 낙태약’으로 불린다.
한국은 이 약을 합법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에서 직접 사서 복용한다는 게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에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약을 쓰는 사람이 있는데 제도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직구로 복용하다 사고가 난다”
대통령은 방치의 결과를 짚었다. “낙태죄,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안 끝나 이걸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로 복용하다 보니 사고가 난다.”
제도가 막혀 있어도 수요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합법 통로가 없으니 관리 밖의 경로로 약이 흘러 들어가고, 그 위험은 여성이 진다는 논리다.
임신 주수 대신 ‘의사 재량’
핵심 쟁점은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 주수를 어떻게 정하느냐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다른 길을 제시했다.
“몇 주로 할 것이냐 하다 임기가 끝날 것이다.” 주수를 법으로 못 박는 논쟁에 매달리면 결론이 안 난다는 뜻이다. 그는 “형식 논리 때문인데, 이렇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대안은 의사에게 맡기는 방식이었다. “그게 몇 주인지까지도 의사가 재량으로 판단하라”고 했다. “그게 정해지기 전이라도 약품 판매를 허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실용적으로 접근하자”고도 했다.
대통령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 목숨을 걸고 판단하는 의사에게,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처방하는 게 맞냐 안 맞냐를 맡기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으로 ‘꼭 몇 주까지 해라’ 하는 것도 100% 확실한지 모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부처는 ‘신중’, 대통령은 ‘일단 풀자’
이날 회의에서는 이견도 오갔다. 대체입법이 필요하다는 조원철 법제처장의 의견이 있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장관의 법 개정 필요 의견에는 “약물을 안전하다고 허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완벽한 입법을 기다리기보다 안전성만 확인해 먼저 풀자는 취지였다.
그는 “어정쩡한 봉합이라도 방치보다 낫다면 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 여성의 건강 상태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도 있어서 법으로 정하는 게 절대 진리는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신중한 절차를 택했다. “워낙 예민한 건이니까 관련 부처와 안건을 올려 다시 토론하는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름 절충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도 총리 주재로 관계 부처 회의를 연 뒤 다시 토론하자고 했다.
Q&A로 짚어보기
Q1. 미프진이 정확히 어떤 약인가?
먹는 유산유도제다. 수술 대신 약을 복용해 임신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1988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승인됐다. 지금은 100여 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쓰인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Q2. 한국에서는 왜 못 사나?
합법적인 구매와 처방 경로가 없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허가된 약이 아니어서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해외 직구 같은 비합법 경로로 암암리에 거래된다. 관리 밖에서 유통되니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대통령이 지적한 지점이다.
Q3. 대통령이 말한 ‘의사 재량’은 무슨 뜻인가?
낙태 가능 임신 주수를 법으로 일일이 정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신 개별 사례마다 의사가 판단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임신부의 건강 상태가 저마다 달라서 한 가지 숫자로 못 박기 어렵다는 논리다. 대통령은 수술 여부도 의사가 결정하는데, 약 처방도 의사에게 맡길 수 있지 않으냐는 취지로 말했다.
Q4. 왜 이 문제가 지금까지 안 풀렸나?
낙태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오랫동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낙태죄와 허용 기준을 두고 사회적 이견이 컸다.
이 입법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약의 국내 도입도 함께 멈춰 섰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논의하다가는 임기 끝날 때까지 결론을 못 낼 수도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Q5. 오늘 결론이 난 건가?
아니다. 방향을 제시했을 뿐 확정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 주재 관계 부처 회의를 거쳐 다시 토론하자고 했다. 한성숙 총리도 “예민한 건”이라며 절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실제 제도화까지는 부처 협의와 후속 논의가 남아 있다.
양측의 시각
여성 건강권을 앞세우는 시각
이번 발언의 취지 자체가 이 입장에 서 있다. 여권과 정부의 문제의식은 ‘방치가 더 위험하다’는 데 있다.
근거는 현실이다. 제도가 막혀 있어도 필요한 여성은 해외 직구로 약을 구한다. 관리 밖의 약이 여성의 몸에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두고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해법도 ‘일단 안전하게 풀자’는 쪽이다. 완벽한 입법을 기다리기보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먼저 허용하자는 것이다. “어정쩡한 봉합이라도 방치보다 낫다”는 대통령의 말이 이 논리를 압축한다.
신중론
반대편에는 낙태 허용 범위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 사안이 오래된 낙태 논쟁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민감성은 대통령 스스로도 인정한 부분이다. 그는 “이 문제를 논의하다가는 임기 끝날 때까지 결론을 못 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만큼 사회적 이견이 크다는 뜻이다.
정부 안에서도 조심스러운 기류가 읽혔다. 한성숙 총리는 “워낙 예민한 건”이라며 부처 협의를 거쳐 절충안을 찾자고 했다. 생명권 보호를 중시하는 쪽에서는 임신 주수 기준을 법으로 두지 않고 의사 재량에 맡기는 방식에 우려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이번 발언에 대한 야당이나 관련 단체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 대통령은 방향은 분명히 했지만 결론은 미뤘다. 공은 국무총리 주재 관계 부처 회의로 넘어갔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대통령이 제안한 ‘입법 전 선허용’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다. 둘째, 임신 주수를 의사 재량에 맡기는 방식이 법적으로 성립할 수 있을지다. 조원철 법제처장과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대체입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셋째, 오래 미뤄진 낙태 논쟁이 이번 계기로 다시 테이블에 오를지다. 이 사안은 여성 건강권과 생명권이 부딪치는 지점에 있다. 그만큼 부처 협의와 사회적 논의의 향방이 앞으로의 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