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댓글로 초고가 주택 세금을 물은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생중계 국무회의 도중 시청자에게 초고가 주택 보유 부담을 물었다. 1분간의 즉석 댓글 투표에서 찬성이 90%로 나왔고, 기준 금액을 두고 대통령과 참모들의 대화가 그대로 화면에 흘렀다.
7월 14일 청와대 국무회의장. 카메라는 켜져 있었고, 회의는 유튜브로 그대로 나가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화면 너머 시청자를 향해 말을 걸었다.
“실거주 1주택인데, 초고가 주택에 대해선 추가 보유 부담에 동의하면 1번, 아니면 2번을 써달라.” 국정 최고 회의가 1분짜리 실시간 여론조사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무슨 일인가
대통령이 던진 즉석 투표
이 대통령은 이날 제30회 국무회의를 청와대에서 주재했다. 회의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오는 7월 23일 정부가 여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앞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세제 이야기를 꺼내다가, 즉석에서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세금 부담을 더 지우는 데 동의하는지, 댓글에 1번이나 2번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1분간 댓글창을 살폈다.
찬성 90%, 그리고 “30억”
결과를 정리해 보고한 사람은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이었다. 국무조정실장은 각 부처 업무를 조율하는 총리실의 핵심 참모다.
임 실장은 “추가 부담에 찬성하는 의견이 약 90%, 반대가 약 10%였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기준 금액을 물었다. “얼마 이상부터 추가 부담을 부과할지 20억, 30억, 40억원 앞글자를 눌러보시면 어떻겠나 싶다.”
임 실장이 “30억이 제일 많다”고 하자, 이 대통령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의외네, 50억은 할 줄 알았는데.” “너무 가혹한데”라는 말도 이어졌다.
웃음 섞인 참모들의 대화
기준선을 놓고 참모들의 말이 오갔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0억도 꽤 많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거 하면 우리 큰일 날 것 같은데”라며 웃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제가 드릴 말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여기 20억 넘어요? 나는 집 없다, 이제”라고 하자, 한 총리는 “저는 집 한 채가 있다. 그런데 20억이 넘는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총리 지명 전 4주택자여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이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택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한 바 있다.
목표는 집값이 아니라 “조세 정상화”
이 대통령은 세제 개편의 목적을 분명히 그었다. 집값을 누르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주택 분야에서 조세제도가 많이 왜곡되고, 변형돼 있다.” 그는 공제와 감면이 뒤엉켜 세금이 제 기능을 못 하고, 그게 오히려 투기를 부추긴다고 봤다. 그래서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집값을 눌러보겠다는 게 1차 목표는 아니고 정상화가 1차 목표다.” 이 대통령은 “형평성 있는 조세가 제일 중요하고 집값 안정은 부수적 효과”라고 정리했다. 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건 두 번째 목표라고 했다.
”요란하게 하면 개혁은 실패한다”
같은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다른 화두도 꺼냈다. 정부가 성장과 경제만 말하고 개혁과 복지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 이른바 ‘개혁소홀론’이었다.
그는 이를 정면으로 받았다. “복지 정책은 필요한 만큼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실용이 마치 개혁의 반대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던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개혁의 속도에 대한 지론도 밝혔다. “소리를 많이 지르고, 요란하게 하면 멋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하면 저항 강도가 세지고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그는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경험을 빗댔다. 두드러기로 약국에 갔다가 주사를 맞기 직전 겁이 나서 힘을 줬더니 주사기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보니까 바뀌었네, 이렇게 해야 한다.” 설득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며 순차적으로 밀고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발언이 더불어민주당 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갈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기 의견과 다르다고 상대를 반개혁적이라 몰아붙이지 말고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자는 취지 아니겠냐고 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Q&A로 짚어보기
Q1. 국무회의에서 실시간 여론조사를 한 게 맞나?
그렇다. 생중계되던 국무회의 도중, 이 대통령이 유튜브 댓글창을 여론조사 도구로 썼다.
시청자에게 1번과 2번 중 하나를 댓글로 달라고 하고 1분간 반응을 봤다. 그 결과를 국무조정실장이 회의 자리에서 곧바로 집계해 보고했다.
Q2. 무엇을 물었나?
두 가지다. 먼저 실거주 1주택이라도 초고가 주택이면 보유 부담을 더 지우는 데 동의하는지 물었다. 찬성이 약 90%로 나왔다.
이어 그 기준 금액을 물었다. 20억, 30억, 40억 가운데 30억이 가장 많았다.
Q3. 세금을 올리겠다는 뜻인가?
이 대통령은 “집값 안정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목적은 왜곡된 세제를 바로잡는 조세 정상화이고, 집값 안정은 부수 효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초고가 주택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저울질한 것은 분명하다. 구체적인 세율이나 최종 기준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Q4. 이 논의는 어디로 이어지나?
정부는 이날부터 공급, 금융, 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을 시작했다. 그리고 7월 23일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연다.
이날 즉석 투표는 그 토론회를 향한 여론 수렴 과정의 한 장면인 셈이다.
Q5. 총리도 초고가 주택 보유자인가?
한성숙 총리는 회의에서 “집 한 채가 있고 20억이 넘는다”고 스스로 밝혔다. 20억 기준선이 거론되자 나온 말이다.
한 총리는 지명 전 4주택자여서 논란이 됐고, 이후 삼청동 주택 한 채만 남기고 정리했다.
양측의 시각
여권의 시각
여권과 이 대통령 측은 이번 세제 개편이 ‘증세’가 아니라 ‘정상화’라고 본다. 공제와 감면으로 뒤틀린 세제를 바로잡는 게 먼저이고, 집값 안정은 따라오는 효과라는 것이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추가 부담은 근거가 있다고 강조한다. 생중계 화면 앞에서 시청자 약 90%가 찬성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직접 집계해 보여줬다.
개혁 방식에 대해서도 입장이 분명하다. 요란하게 밀어붙이면 저항만 키운다는 것이다. 설득과 공감으로 순차적으로 가야 성과가 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지론이다.
국민의힘의 시각
국민의힘은 이 절차 자체를 겨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적정 보유세 수준과 초고가 주택 기준 같은 쟁점을 내걸고 의견 수렴에 나서고, 청와대가 7월 23일 대토론회 개최를 발표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를 “답정너 토론회”라고 규정했다. 세금 인상이라는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국민을 들러리로 세우는 “알리바이 만들기”라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내건 의제가 하나같이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책임 소재도 문제 삼았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와 세제가 만든 결과인데, 그 대가를 다시 국민의 지갑에서 메우려 한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정부가 반성 없이 증세 명분을 쌓는다며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전망: 왜 중요한가
즉석 투표의 90%는 강렬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숫자가 곧 정책은 아니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초고가 주택의 기준선이 어디로 정해지느냐다. 이 대통령조차 30억이라는 응답에 “의외”라고 반응했고, 20억을 두고는 “큰일 날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 세제는 이보다 훨씬 정교한 설계를 요구한다.
둘째, 7월 23일 대토론회가 진짜 의견 수렴의 장이 될지, 아니면 야당 말대로 결론을 추인하는 자리가 될지다. 절차의 성격을 두고 여야의 평가가 정면으로 갈린다.
셋째, 이 대통령이 말한 ‘요란하지 않은 개혁’이 부동산 세제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다. 화면 앞 90%와 조용한 설득 사이, 정부가 어느 쪽 리듬을 택하느냐가 다음 국면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