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북중은 오가는데 남북 통신선은 6년째 침묵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의 방중이 끝나기 무섭게 중국 서열 4위 왕후닝의 방북이 예고됐다. 북중이 밀착하는 사이 이재명 정부의 대화 시도를 놓고 여야 시각이 갈린다.

#북한#북중관계#한미관계#이재명 정부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인민영웅기념비 앞에 북한 대표단이 고개를 숙였다. 북한 고위급 인사가 이 자리를 찾은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었다.

대표단을 이끈 사람은 박태성 내각총리였다. 그가 서울이 아닌 베이징으로 향하는 동안, 남북을 잇는 통신선은 6년째 침묵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박태성 총리의 방중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가 이끄는 북한 당·정 대표단이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2박 3일 일정이었다.

명분은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이었다. 1961년 베이징에서 맺은 이 조약에는 한쪽이 무력침공을 받으면 다른 쪽이 군사지원을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북중 동맹의 법적 근거로 꼽힌다.

박 총리는 방중 첫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양국 관계 발전과 정상 간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정상급 예우를 받다

만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총리는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차이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잇따라 만났다.

중국 권력서열 1~3위와 5위에 해당하는 인사들이다. 총리급 대표단이 받기에는 이례적으로 격이 높은 대접이었다.

이번엔 왕후닝이 평양으로

북한이 다녀가자 중국이 화답했다. 7월 14일, 북한은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이끄는 중국 당·정 대표단이 15일부터 17일까지 북한을 공식 친선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왕후닝은 중국 권력서열 4위다.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정부의 초청에 따른 방문이라고 북한은 밝혔다. 다만 이 방북은 아직 예정 단계다. 회담 결과나 논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왜 지금 밀착하나

지난달 시진핑의 방북

이번 고위급 왕래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달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찾았다. 2019년 이후 7년 만이었다.

당시 북중은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을 통해 전략적 소통 강화와 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후 두 나라는 우호조약 65주년을 맞아 축전을 주고받고 최고위급 대표단을 서로 파견하며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통일부가 주목한 대목

한국 정부도 이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통일부 장윤정 부대변인은 7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대표단 파견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짚은 것은 대표단의 격이었다. 북한은 2019년에는 노동당 국제부 대표단을, 2011년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보냈다. 이번에는 박태성 내각총리가 대표단을 이끌었다. 장 부대변인은 “이번에는 대표단의 격이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관계 강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마오닝 대변인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전통적인 북중 우호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Q&A로 짚어보기

Q1. 이번 왕래가 왜 중요한가요?

단순한 의례적 방문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방북, 박태성의 방중, 왕후닝의 방북이 한 달 사이 연이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북중러 전략 공조 강화”의 신호로 읽는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넘어 러시아까지 묶이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Q2.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요?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중국의 의도에 주목했다. “중국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만남을 “중국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정치,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을 더욱 심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 중국, 러시아를 각각 별개의 위협이 아니라 “갈수록 긴밀하게 협력하는 하나의 전략 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Q3. 그동안 남북관계는 어땠나요?

끊어진 지 오래다. 북한은 2020년 6월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2023년 4월에는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까지 끊었다.

남북 간 대화와 연락은 6년째 멈춰 있다. 그사이 북한의 관심은 중국과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Q4. 북한은 남북관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요?

‘같은 민족’이라는 틀 자체를 버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올해 3월에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헌법을 고쳤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법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남과 북을 국가 대 국가로 갈라 세웠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한국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출범 당시 대북정책 목표를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으로 정했다. 북한을 흡수통일하지 않고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실제 조치도 이어졌다. 취임 일주일 만인 지난해 6월 11일 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을 멈췄다. 대북 단파라디오 방송과 국경지역 대북 TV 송출도 중단했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북한에 “언제 어디서든 만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7월 1일 인천에서 열린 한 회의 격려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단단하게 빗장이 걸린 북한의 대문을 계속 두드려야 합니다. 끝까지 두드리면 열릴 것이고, 열릴 때까지 두드리면 열리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지금의 단절이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북한이 헌법까지 고쳐 “남북을 남북관계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로서는 북한은 북미관계에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남북 대화가 먼저 물꼬를 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양측의 시각

여권·진보 진영의 시각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정부의 긴장완화 조치를 환영한다. 확성기 방송 중단, 대화 제의 같은 조치들이 한반도의 긴장을 낮춘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태도가 이 진영의 논리를 대표한다.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문을 닫아걸어도 “끝까지 두드리면 열린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야당·보수 진영의 시각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의 접근을 “저자세 외교”라고 비판한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그 이유를 이렇게 들었다.

“북한이 2개 국가론을 주장하는데, 이재명 정권이 나서서 적대적 2개 국가론에 동조를 한다던가, 또 북한이 유감 표명을 하라고 요구한다면 사실관계 확인 안하고 유감 표명부터 하는 자세가, 국민들이 바라볼때 전형적인 저자세 외교라고 봅니다.”

올해 2월 정부가 한국 무인기의 북한 침투를 시인하고 유감을 표한 일을 겨냥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확고한 안보관과 동맹 기반의 억제력으로 북한의 계산을 제어하지 못하면, 남는 것은 대화도 평화도 아닌 ‘외교적 고립’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공조를 정상궤도로 되돌려야 한다는 요구다.

전망: 왜 중요한가

당장 지켜볼 것은 왕후닝의 방북이다. 15일부터 17일까지의 일정에서 어떤 논의가 오가는지, 북중이 어디까지 밀착을 과시할지가 관건이다.

큰 그림은 구도의 문제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손을 잡는 쪽으로 달려가고, 한국은 평화공존을 내걸고 대화를 청하고 있다. 두 방향이 정반대다.

여기서 남북 대화의 문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열릴지는 아직 답이 없다. 북한이 스스로 ‘국가 대 국가’로 규정한 상대에게 손을 내밀지, 아니면 북미관계에 무게를 실을지가 갈림길이다. 이재명 정부의 두드림이 언젠가 응답을 얻을지, 지금으로선 지켜볼 대목이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3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1. 한겨레 북 총리 방중 이어…'중국 서열 4위' 왕후닝 15∼17일 방북
  2. VOA Korea 북한, 7년 만에 최고위급 대표단 방중… '북중러 전략 공조 강화 신호'
  3. VOA Korea '평화공존' 앞세운 이재명 정부… '저자세 비판' 속 남북대화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