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판사가 트럼프의 셀프 면죄부를 자작극이라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통제하는 국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스스로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받아낸 합의를, 연방판사가 '재판을 이용한 자작극'이라며 무효화했다. 그의 변호사들에게는 징계 절차까지 권고됐다.

#트럼프 행정부#미국 정치#사법부

플로리다 남부지법의 법정. 케슬린 윌리엄스 판사가 56쪽짜리 판결문에 한 문장을 적었다.

“이 소송은 애초에 법률적 다툼이 아니었다.”

소송을 건 쪽도, 소송을 당한 쪽도 사실상 같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미국 대통령이었다.

무슨 일인가

판사가 합의를 통째로 뒤엎다

미국 연방판사 케슬린 윌리엄스가 7월 13일 한 합의를 무효화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두 아들, 트럼프 그룹이 국세청(IRS)을 상대로 낸 100억 달러 소송을 정부가 ‘합의’로 종결시킨 협정이다.

이 합의의 내용이 문제였다. 지난 5월 트럼프 측이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정부가 트럼프와 가족·관련 법인에 세무조사 면제 특권을 줬다.

여기에 거액의 기금까지 얹혔다. “정부의 표적수사 피해자”를 보상한다는 명목이었다. 규모는 18억 달러(약 1조 8천억 원)에 이르는 ‘반(反)무기화 기금’이었다.

‘자작극’이라는 판단

기금은 초당적 반발 속에 이미 폐기됐다. 그러나 세무조사 면제 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윌리엄스 판사는 이 소송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애초에 “법적 다툼을 해결하려는 당사자 간의 소송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사실상 통제하는 국세청을 상대로, 자신의 변호인들과 법무부 인사들이 서로 짜고 소송을 진행했다고 봤다.

판사의 표현은 신랄했다. 이 합의는 “대통령과 관련된 인물·단체에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법에 정의되지 않은 명목으로 미국 납세자의 수십억 달러를 떼어주려는 시도에 사법적 정당성을 씌우려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변호사들에게 향한 칼날

판결은 변호사들에게도 미쳤다. 트럼프 측 변호사 알레한드로 브리토는 플로리다주 변호사협회에 징계 심사를 위해 회부됐다.

또 다른 변호사도 제재를 받았다. 대니얼 엡스타인은 최소 1년간 플로리다 남부지법에서 사건을 맡을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의 배경

소송의 뿌리, 유출된 납세 정보

이 소송의 발단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대선 직전, 전 국세청 계약직원 찰스 리틀존이 트럼프의 납세 정보를 유출했다.

그 내용은 파장이 컸다. 트럼프가 2016년 당선 해에 연방소득세로 750달러만 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전 15년 중 10년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정보는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대통령이 자기 정부를 고소하다

트럼프는 이 유출을 문제 삼아 소송을 냈다. 국세청이 유출을 막지 못했다며 100억 달러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여기서 구조적 문제가 생긴다. 원고는 트럼프이고, 피고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통제하는 국세청이다. 사실상 대통령이 자기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셈이다.

왜 지금 뒤집혔나

합의는 5월에 맺어졌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18억 달러 기금이 여야 모두의 반발을 샀다.

결국 법정이 나섰다. 판사는 원고와 피고의 이해관계가 실제로 대립하지 않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스스로 면죄부를 얻는 구조 자체에 제동을 건 것이다.

Q&A로 짚어보기

Q1. 애초 트럼프가 국세청을 왜 고소했나요?

납세 정보 유출 때문이다. 전직 국세청 계약직원이 그의 정보를 언론에 넘겼다.

트럼프는 국세청이 이를 막지 못했다며 100억 달러 소송을 냈다. 그의 변호인단은 “정치적으로 동기화된 불법 유출”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Q2. ‘반(反)무기화 기금’은 무엇인가요?

정부가 자신을 표적수사(‘무기화’)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보상하겠다며 만들기로 한 기금이다. 규모는 18억 달러였다.

여야 모두가 반발했다. 결국 법무장관 대행 토드 블랑쉬가 기금 계획을 철회했다. 다만 트럼프 일가의 세무조사 면제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Q3. 판사가 ‘자작극’이라고 본 근거는 무엇인가요?

원고와 피고가 한통속이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소송을 낸 트럼프 측과, 이에 응해 합의안을 만든 법무부 인사들이 실제로는 대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거도 제시했다. 블랑쉬 법무장관 대행이 원고와 피고 양쪽을 모두 대변하듯 합의서에 서명했고, 이후 기금 조항만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변호사 엡스타인이 정작 이 사건에서는 남부지법 출석 허가조차 신청하지 않은 점도 정황으로 짚었다.

Q4. 이번 판결로 세무조사 면제도 사라지나요?

사실상 그렇다. 판결은 트럼프와 아들들, 회사가 앞으로 어떤 절차에서도 이 합의 내용을 “이용, 제시, 인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효과는 분명하다. 국세청이 트럼프의 과거 납세 내역을 다시 조사할 길이 열린 것으로 풀이된다.

Q5. 트럼프 측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법률팀 대변인은 “국세청이 정치적 동기를 가진 불량 직원의 사적·기밀 정보 유출을 방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미국인에게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계속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것이다.

양측의 시각

보수·우파의 시각

보수 진영은 판사의 정치적 배경을 부각한다. 윌리엄스 판사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라는 점을 반복해 강조했다.

트럼프 측의 논리는 일관됐다. 애초 소송의 발단이 정치적 동기를 가진 국세청 직원의 불법 유출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부당하게 피해를 본 당사자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무장관 대행 블랑쉬 역시 세무조사 면제 조항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진보·좌파의 시각

진보 진영은 판결을 “신랄한(scathing)” 결정으로 평가한다. 판사가 이 소송을 “법정을 이용해 대통령과 관련 인물들에게 면책특권을 씌우려 한 시도”라고 본 대목을 전면에 내세운다.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판사가 소송을 “당사자 간 진짜 다툼이 아니었다”고 본 근거, 즉 법무장관 대행이 원고·피고 양쪽을 대변하듯 행동한 점이 그것이다.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구조가 부각된다.

전문가의 비판도 있다. 세제 정책 감시 단체 ‘택스 로 센터’의 브랜던 디보 정책국장은 이 합의를 “트럼프를 위한 특혜성 거래”라 불렀다. “세제의 정치적 개입 방지 장치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망: 왜 중요한가

가장 큰 파장은 세무조사다. 이번 판결이 유지되면 국세청은 트럼프와 가족의 과거 납세 내역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변호사 제재의 향방도 남는다. 주 변호사협회의 징계 심사 결과와, 또 다른 변호사의 남부지법 출석 제한이 실제 어떤 후속 조치로 이어질지가 변수다.

핵심 쟁점은 구조 그 자체다. 대통령이 자신이 통제하는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 개인적 면책을 얻어내는 방식이 항소심에서도 제동이 걸릴지, 아니면 트럼프 측이 불복해 상급심에서 다시 다툴지가 다음 국면의 관전 포인트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3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BBC World US judge voids Donald Trump's $1.8bn settlement with IRS that gave him immunity from tax audits
  2. Fox News Politics Obama-appointed judge torches Trump admin in latest courtroom showdown, refers attorney for Bar review
  3. Guardian US US judge nullifies Trump deal to resolve IRS lawsuit in scathing ru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