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구급차 4대가 불타자 영국이 혁명수비대를 겨눴다
영국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국가안보 위협 단체로 지정하고, 지지 발언만으로도 최고 14년 징역에 처하는 새 권한을 꺼내 들었다.
지난 3월 23일 새벽, 런던 북부 골더스그린. 유대인 구호단체 하촐라 소속 구급차 4대가 나란히 불길에 휩싸였다. 누군가는 이걸 단순 방화로 봤다. 영국 정부는 다르게 봤다. 테헤란의 손이 런던 거리까지 뻗어 있었다는 것이다.
넉 달 뒤인 7월 13일 월요일, 영국은 칼을 뽑았다.
무슨 일인가
세 개의 조직이 한꺼번에 지정됐다
영국 정부는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국가안보 위협 단체로 지정했다. 혁명수비대만이 아니다. 이란과 연계된 무장조직 IMCR, 그리고 러시아 정보총국(GRU) 산하 의용 조직까지 세 곳이 한날 지정됐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전면에 섰다. 스타머 총리는 노동당 소속으로 지난해 취임한 영국 정부 수반이다. 실무 조치는 샤바나 마흐무드 내무장관이 이끌었다. 내무장관은 영국의 치안과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각료다.
지지 발언만으로도 최고 14년형
이번 조치의 무기는 새로 만든 법이다. 국가안보(국가위협)법 2026. 이 법에 따르면 지정된 단체를 지지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 그 단체를 돕는 모든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최고 14년 징역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의회가 이번 주에 이 조치를 승인하면, 해당 단체를 대신해 방화 같은 사보타주(파괴 공작)를 저지른 사람은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검찰의 부담이 사라진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이런 사건을 기소할 때마다 “외국 정부와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매번 따로 입증해야 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단체가 이미 위협 단체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수사와 기소의 문턱이 확 낮아진 셈이다.
왜 이 조직들인가
영국 정부가 든 근거는 구체적이다. IMCR은 올해 초 온라인에 등장한 뒤, 런던 등에서 유대인 관련 시설을 겨냥한 공격 7건의 배후를 자처했다. 3월 골더스그린 구급차 방화가 그중 하나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유대교 회당 공격의 배후도 자처했다.
영국 정부는 IRGC 정예 부대인 쿠드스군이 이 조직의 유럽 내 활동을 “거의 확실히”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페르시아어 반정부 방송 ‘이란 인터내셔널’ 소속 언론인을 암살하려 한 혐의로 루마니아 국적자 2명이 투옥됐다.
영국 국내정보기관 MI5는 지난 1년간 이란이 배후로 의심되는 생명 위협 계획을 최소 20건 이상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배경
혁명수비대는 어떤 조직인가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직후 만들어진 이란의 정예 군사조직이다. 병력은 약 19만 명으로 추산된다. 일반 정규군과 별개다. 이란 최고지도자 직속으로 움직인다.
그 안에 해외 공작을 맡는 부대가 있다. 쿠드스군이다. 이번에 영국이 유럽 내 공격의 지휘 주체로 지목한 바로 그 부대다.
영국은 마지막 합류자였다
혁명수비대를 향한 서방의 포위망은 이미 좁혀져 있었다. 미국, 캐나다, 호주는 진작에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유럽연합(EU)도 올해 1월 테러조직 목록에 올렸다.
영국은 그동안 이 대열에서 빠져 있었다. 이번 조치로 서방의 대이란 강경 노선에 마침내 합류했다. 이란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핵심 군사·안보 기구가 서방 주요국에서 잇따라 테러조직으로 낙인찍히는 흐름이다.
왜 하필 지금인가
계기는 쌓여 있었다. 3월 구급차 방화를 비롯해 올해 유대인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7건. 지난주 반정부 언론인 암살 시도로 2명 투옥. MI5가 밝힌 20건 이상의 생명 위협 계획. 국내에서 벌어진 구체적 사건들이 임계점을 넘겼다.
바깥 정세도 겹쳤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이란과 군사적으로 부딪치는 중이다. 지난달에는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22개국이 혁명수비대와 쿠드스군을 공동 규탄했다. 이란 반체제 인사, 언론인, 유대인 공동체를 겨냥해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였다. 서방 전체가 이란을 압박하는 국면에서 영국의 이번 조치가 나왔다.
Q&A로 짚어보기
Q1. 이번 조치의 핵심은 뭔가
세 조직을 국가안보 위협 단체로 지정한 것이다. 핵심은 처벌 범위다. 지지·긍정 평가 발언만으로도 최고 14년형, 사보타주를 실제로 저지르면 최고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Q2. 혁명수비대를 지지하면 정말 처벌받나
내무장관이 의회에 낸 서면 성명에 따르면 그렇다. 단체를 지지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 지원하는 모든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적용은 의회 승인과 개별 사건의 판단에 달려 있다.
Q3. 영국은 왜 이 조직들을 이란·러시아와 연결 짓나
IMCR은 유대인 시설 공격 7건의 배후를 스스로 밝혔다. 영국 정부는 그 배후에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이 “거의 확실히” 있다고 본다. 언론인 암살 시도와 사이버 공격도 근거로 제시됐다.
Q4. 이란은 뭐라고 했나
확보된 보도만으로는 이란 정부의 공식 반응이 확인되지 않는다. 두 소스 모두 영국 정부의 발표를 전하는 내용이고, 테헤란의 대응은 담기지 않았다.
Q5. 다른 나라들은 어떤 입장인가
미국, 캐나다, 호주는 이미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EU도 올해 1월 합류했다. 지난달에는 22개국이 공동으로 혁명수비대를 규탄했다.
양측의 시각
이번 사안은 두 소스 모두 영국 정부 발표를 전하는 기사여서, 반대 측의 직접 인용은 확보되지 않았다. 아래는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이런 조치에 통상 따르는 상반된 관점을 정리한 것이다.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시각
근거는 손에 잡힌다. 실제로 구급차가 불탔고, 언론인 암살 시도로 2명이 투옥됐다. MI5는 1년간 20건 넘는 생명 위협 계획을 적발했다.
스타머 총리의 말은 분명했다. “우리는 영국이 우리 거리에 공포와 분열, 폭력을 퍼뜨리려는 국가들의 놀이터가 되도록 결코 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을 위해 움직이는 자는 영국에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마흐무드 내무장관은 더 직설적이었다. “이란과 러시아는 대리 세력과 범죄 조직을 이용해 우리 땅에서 더러운 일을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 단체를 신속히 지정해 관련자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각에서 보면, 미국·캐나다·호주·EU가 이미 밟은 길을 영국이 뒤늦게 따라간 것이고, 22개국 공동 규탄이 그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신중론과 우려의 시각
같은 조치도 다르게 읽힌다. 첫째는 시점이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부딪치는 와중에 영국까지 강경 조치를 얹으면, 이란과의 외교적 긴장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는 처벌 범위다. 단체를 “지지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만으로도 최고 14년형에 처하는 조항은, 표현의 자유나 특정 공동체에 대한 낙인 문제와 부딪칠 소지가 있다.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이런 유형의 지정 입법에는 통상 따라붙는 쟁점이다. 어디까지가 지원이고 어디부터가 표현인지, 그 경계를 누가 판단하느냐는 물음이 남는다.
전망: 왜 중요한가
가장 먼저 지켜볼 것은 의회다. 이번 주 승인 여부에 따라 사보타주 종신형 조항의 발효가 갈린다.
다음은 이란의 반응이다. 아직 테헤란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서방 주요국이 잇따라 자국 정예 조직을 테러로 규정하는 흐름에 이란이 어떻게 맞설지가 다음 국면을 좌우한다.
한국 독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서방이 이란을 조이는 압박의 수위는 곧 중동 정세의 온도계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원유 수송로와 직결되고, 그 파장은 결국 국제 유가와 안보 지형으로 번진다. 영국의 이번 결정은 그 큰 판이 한 칸 더 움직였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