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깃발을 여당 의원 11명이 흔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검찰 보완수사권을 일부 남기자는 별도 법안을 냈다. 의원총회에서도 신중론이 쏟아지자 강경파 정청래 전 대표는 정말 심각하다며 반발했다.
국회 안 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의원 15명이 차례로 발언대에 섰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다수가 같은 걱정을 꺼냈다. “이대로 밀어붙여도 괜찮겠나.”
의제는 검찰 보완수사권(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다시 보완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의 완전 폐지였다.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계로 불려온 정책이다. 그런데 이날 회의장에서 나온 목소리는 찬성보다 신중론에 가까웠다.
강경파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정청래 전 대표는 이 소식을 접하자 페이스북에 심경을 올렸다. “정말 심각하다. 갑자기 왜 이런 분위기가 됐는지 우울하다.”
무슨 일인가
의원 11명이 낸 별도 법안
2026년 7월 14일, 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대표 발의자로 나섰다. 검찰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지 말고 일부 예외를 두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고민정, 곽상언, 김남희, 모경종, 문진석, 민홍철, 박균택, 박희승, 이소영, 주철현. 홍 의원까지 모두 11명이다.
법안의 골자는 분명하다. 아동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같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보이스피싱 등 민생 침해 범죄에 한해서만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해당 범죄는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모두 넘기도록 하는 조항도 담았다.
같은 날 의원총회는 갈라졌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정반대 방향의 법안이 보고됐다. 원내지도부 산하 태스크포스가 7월 9일 발의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개정안이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이 안을 설명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15명이 발언했다. 이 가운데 대략 9명에서 10명이 신중론을 폈다. 완전히 없애기 전에 안전장치를 더 살펴보자는 쪽이었다.
결론은 나지 않았다. 원내지도부는 다음 주 전문가를 초청해 추가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토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당론으로 채택한 적은 없다”
이날 회의장에서 뜻밖의 확인도 나왔다. 한 의원이 물었다. 완전 폐지가 공식 당론으로 채택된 게 맞느냐고.
김한규 부대표의 답은 이랬다. “의원들의 다수 의견을 설명한 것이지 당론으로 채택한 적은 없다.”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한병도 원내대표도 같은 취지로 “당론은 아니었다”고 확인했다.
민주당은 올해 2월 의원총회에서 완전 폐지 쪽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사실상 당의 방침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런데 정작 당론으로 못 박은 적은 없었다는 얘기다.
방아쇠가 된 ‘장윤기 사건’
이 논쟁에는 직접적인 계기가 있다. ‘장윤기 사건’이다. 광주에서 벌어진 고교생 살해 사건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범죄 은폐, 축소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것으로 보도됐다. 반전은 여기에 있다. 보완수사권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 수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신중론자들이 이 사건을 든 이유가 그것이다. 보완수사권을 통째로 없앴다면 이런 은폐가 그대로 묻혔을 수 있다는 우려다.
Q&A로 짚어보기
Q1. 보완수사권이 정확히 뭔가?
경찰이 수사해 검찰에 넘긴 사건을, 검사가 보완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이다.
민주당 강경파는 이 권한마저 없애야 검찰개혁이 완성된다고 본다. ‘검수완박’(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의 마지막 단계라는 것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이 권한이 경찰 수사의 오류를 걸러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본다.
Q2. 홍기원 의원은 왜 별도 법안을 냈나?
절차가 잘못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정부가 폐지안과 존치안을 모두 국회에 내지 않았고, 당이 일방적으로 폐지 방침을 정했다고 봤다. 그는 이를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한 결과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과연 성공한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
Q3.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은 어느 쪽인가?
대통령 본인이 직접 밝힌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전언과 해석이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익명으로, 이 대통령이 원래 폐지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강경파에 밀려 당에 전권을 준 상태라고 전했다. 홍 의원 등이 낸 개정안이 대통령 생각을 담은 정부안 초안과 닮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발언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개혁의 속도를 비유로 언급했다. “주사를 팍 찌르는 순간 겁이 나서 힘을 주면 주사기가 부러진다. 살살 놔야 한다. 개혁도 비슷하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를 강경파의 폐지 드라이브를 겨냥한 말로 해석했다. 어디까지나 해석이다.
Q4. 왜 하필 지금 이 논쟁이 터졌나?
8월 17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가 코앞이기 때문이다.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완전 폐지”를 공약처럼 내걸고 있다. 그래서 신중론이 힘을 받아도 당의 노선이 쉽게 바뀌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권 경쟁과 검찰개혁 노선이 한데 얽혀 버린 셈이다.
양측의 시각
완전 폐지 강행 측: “여기서 멈추면 개혁이 후퇴한다”
강경파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본다. 정청래 전 대표는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다. 그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민주당 검찰 개혁의 깃발이고 상징”이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의 경고는 더 직접적이다. “보완수사권을 일부라도 남기는 것은 검찰 개혁을 처음으로 되돌리는 문을 여는 일.” 그는 홍 의원 안을 두고 “표적 수사, 수사권 무한정 확대가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전 대표도 힘을 보탰다. 완전 폐지안이 “너무 잘돼 있고 우려한 사항 보완이 잘된 듯하다”고 평가했다. 온라인의 강성 지지층은 신중론을 편 의원들에게 “의원직에서 사퇴하라”, “검찰에 로비 당했나” 같은 댓글을 쏟아냈다.
신중론 측: “장윤기 같은 사건을 누가 책임지나”
신중론자들은 안전장치를 통째로 없애는 데 반대한다. 이소영 의원은 이렇게 못 박았다. “최소한의 장치까지 없애면 앞으로 발생하는 수사 실패는 모두 민주당의 책임이 될 것이다.”
고민정 의원은 장윤기 사건을 직접 거론했다.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민주당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곽상언 의원은 “‘검수완박’이 진리이자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했다. 시각장애인인 서미화 의원은 사회적 약자도 이해할 수 있는 합의와 “제한적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밖에서도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검찰의 보완수사에 의해 밝혀진 범죄가 수없이 많다”며 완전 폐지안에 반대했다. 하루 전인 7월 13일에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6곳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축소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번 논쟁의 진짜 무게는 표결이 아직 없다는 데 있다. 결론이 안 났다. 신중론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다음 주 전문가 의원총회에서 신중론이 더 커질지 아니면 강경론에 눌릴지다. 둘째, 8월 17일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주자들이 완전 폐지 공약을 계속 밀어붙일지다. 셋째, 이재명 대통령이 이 사안에 직접 입을 열지다.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검찰개혁의 깃발”로 불려온 정책이, 다른 당이 아니라 여당 안에서 처음으로 흔들렸다는 사실이다. 그 흔들림이 노선 수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전당대회의 열기 속에 다시 덮일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