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미 하원의원 밴을 막아선 M4 소총

미국 민주당 로 카나 하원의원이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에게 한 시간 넘게 억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임명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이를 정치적 스턴트라 반박하며 정면충돌했다.

#미국 정치#트럼프 행정부#이스라엘

서안지구의 흙길. 미국 하원의원을 태운 밴 한 대가 멈춰 섰다. 앞을 막은 건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었다.

그들은 미국제 M4 소총을 휘두르며 타이어를 걷어찼다. 그리고 웃으며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미국 여권을 든 국회의원이, 미국 무기 앞에서 발이 묶였다.

무슨 일인가

밴이 멈춘 20분, 그리고 한 시간

주인공은 로 카나 하원의원이다. 캘리포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미국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 당내 진보 진영에 속한다. 2028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카나 의원은 7월 9일부터 사흘간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를 찾았다. 팔레스타인 마을 투르무스 아야 인근이 목적지였다.

문제의 순간은 7월 8일에 벌어졌다. 카나 의원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마을로 향하던 그의 밴을 무장 정착민들이 20분간 가로막았다. 이후 이스라엘군이 도착했지만 상황은 풀리지 않았다. 도로 봉쇄가 이어졌고, 전체 억류는 한 시간을 넘겼다.

카나 의원은 미국 대사관에 연락한 뒤에야 풀려났다고 밝혔다. 대사관 부공관장 데이비드 브라운스타인이 해결에 관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다른 그림을 내놨다.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외국인과 언론인의 차량을 불법으로 막고 있던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있었고, 신고를 받고 병력을 보내 이들을 신속히 해산시킨 뒤 도로를 다시 열었다는 것이다.

즉 군은 정착민을 쫓아냈을 뿐, 억류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카나 의원은 곧바로 받아쳤다. “군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벌어진 일은 전례가 없다. 폭력적인 정착민들이 미국 시민을, 그것도 미국 정부 관료까지 억류했다.”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여권을 가진 사람들을 그렇게 대우하다니, 어떻게 감히.”

이 사건의 배경

역사적 배경: 60년 된 점령지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다. 이곳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은 계속 넓어져 왔다.

정착촌 확대와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의 충돌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논쟁거리였다. 정착민이 팔레스타인 주민이나 외국 방문객을 위협했다는 사례는 인권단체들이 꾸준히 문제 삼아온 사안이다. 카나 의원의 억류는 그 오래된 마찰이 미국 정치의 한복판으로 튀어 오른 순간이었다.

이해관계 구도: 균형을 맞추러 간 방문

카나 의원은 이번에 이스라엘 측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활동가들과 함께 서안지구를 둘러봤다. 이유가 있다. 그는 그동안 세 차례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 쪽 시각을 접했고, 이번엔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밝혔다.

맞은편에는 두 명의 대사가 섰다. 한 명은 마이크 허커비. 트럼프 행정부가 임명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이자 전 아칸소 주지사로, 트럼프의 오랜 정치적 동맹이다. 다른 한 명은 마이클 라이터, 이스라엘의 주미 대사다.

주목할 대목은 여기다. 미국 대사가 미국 의원의 편에 서지 않았다. 두 대사 모두 방문의 정당성과 카나 의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던지며 정면으로 맞섰다.

왜 지금 불붙었나

사건은 7월 8일에 났지만, 논란은 사흘 뒤 터졌다. 카나 의원이 7월 11일 영상과 함께 사건을 공개하면서다.

공교롭게도 시점이 미묘했다. 같은 무렵 카나 의원이 지지했던 메인주 상원 후보 그레이엄 플랫너가 성비위 의혹으로 경선에서 사퇴했다. 정치적으로 시끄러운 때와 겹치자, 일부에서는 공개 시점 자체에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이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주장이다.

Q&A로 짚어보기

Q1. 미국 의원인데 왜 대사관까지 나서야 했나요?

카나 의원의 설명대로라면, 정착민들이 유일한 도로를 밴으로 막아 오도 가도 못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왔지만 곧바로 풀어주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결국 미국 대사관에 직접 연락했고, 부공관장이 개입한 뒤에야 상황이 정리됐다고 한다.

Q2. 이스라엘군은 정말 억류에 가담했나요?

여기서 양측 진술이 정면으로 엇갈린다.

이스라엘군은 도로를 막던 민간인들을 “해산”시켰을 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카나 의원은 군도 도로 봉쇄와 억류에 가담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방조한 군 장교들은 조사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Q3. 대사들은 왜 자국 의원을 두둔하지 않았나요?

친이스라엘 입장에 선 인사들은 이 방문 자체를 문제 삼는다.

라이터 대사는 카나 의원이 이스라엘 정부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활동가들, 그리고 미국 단체 “제이 스트리트(J Street)“와 일정을 조율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책임이 카나 의원에게 있다는 논리다. 다만 제이 스트리트 측은 이 방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Q4. 2028년 대선 이야기는 왜 나오나요?

카나 의원이 대선 출마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됐기 때문이다.

친이스라엘 성향 인사들과 일부 비평가들은 이번 방문 자체를 대선을 겨냥한 “홍보 스턴트”로 규정한다. 카나 의원 측은 이스라엘 점령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시각

카나 의원을 옹호하는 시각

카나 의원과 인권 옹호 단체들은 이번 일이 극단주의 정착민의 위협이 실재한다는 증거라고 본다. 이스라엘군조차 가해자를 제지하기보다 방문객을 내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제이 스트리트 대표 제러미 벤아미의 목소리가 이 시각을 대변한다. 그는 스스로 친이스라엘, 친평화를 표방하는 미국 비영리단체를 이끄는 인물이다. 벤아미는 자신들도 카나 의원이 찾은 바로 그 지역들에 의원단을 데려가곤 한다며 이렇게 적었다.

“카나 의원이 묘사한 것은 우리가 반복해서 목격한 것과 정확히 같다. 극단주의 정착민들의 위협, 괴롭힘, 폭력 위협, 그리고 이스라엘군이 도착했을 때 그 괴롭힘을 막기보다는 방문객을 쫓아내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핵심은 이것이다. 미국 시민, 그것도 현직 의원이 미국제 무기 앞에서 위협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카나 의원을 반박하는 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임명한 허커비 대사가 반박의 최전선에 섰다. 그는 7월 14일 소셜미디어 X에 글을 올렸다.

“이 스턴트를 꾸민 좌파 활동가는 ‘대사관이 관여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국회의원이 오는지 몰랐다. 알았다면 제한구역에 가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사실이 드러날수록 원하는 서사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총구 앞에서 억류’된 게 아니다.”

예루살렘안보외교센터 소장 댄 디커는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이번 방문을 “명백히 홍보 스턴트”라고 평가했다. 카나 의원의 72시간 일정이 팔레스타인해방기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연관된 마을들을 도는 코스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카나 의원은 허커비 대사에게도 반박을 내놨다. 그는 두 사람이 정치적 견해차에도 상호 존중하는 관계였다고 운을 뗀 뒤, 이렇게 적었다. “군은 이제 그곳이 제한구역이 아니었다고 명확히 했고, 이스라엘 언론도 이를 확인했다.” 여행 사실을 미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에 당연히 통보했다는 반박도 덧붙였다.

전망: 왜 중요한가

당장 지켜볼 지점은 책임 소재다. 카나 의원은 자신을 억류한 정착민의 기소와 방조한 군 장교의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아직 사과도, 정착민에 대한 책임 추궁도 거부하고 있다.

더 큰 그림은 미국 내부의 균열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사가 자국 민주당 의원의 진술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이스라엘 정책을 둘러싼 미국 여야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이 한 사건이 그대로 드러냈다.

결말은 아직 열려 있다. 억류가 어떻게 벌어졌는지, 누구 말이 맞는지를 가릴 열쇠는 양측이 확보했다는 영상들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 미국 의원은 “총구 앞의 억류”라 부르고, 미국 대사는 “스턴트”라 부른다. 그 간극을 무엇이 메울지 지켜볼 일이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3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NPR Rep. Ro Khanna on being detained by Israeli settlers in the West Bank
  2. Fox News Mike Huckabee rejects Ro Khanna's Israel visit claims: 'Not held at gunpoint'
  3. Al Jazeera Detained by settlers, US Democrat Ro Khanna now faces pro-Israel att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