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엉터리 기사” 반박을 국가 AI에 맡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자신을 비판한 K2 소총 보도를 “엉터리”로 규정하고, 이런 보도에 즉각 반론할 국가 주도 AI 팩트체크 시스템을 내년까지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7월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 부처별 업무보고가 오가던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자 신문 1면 기사 하나를 꺼냈다.
내용은 이랬다. 대통령은 비싼 최신 소총을 들고 자랑하는데, 정작 병사들 총은 싸구려 옛날 소총이라는 것.
대통령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곧, 지시가 떨어졌다. 이런 기사에는 국가가 만든 AI가 직접 반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업무보고에서 나온 한마디
이날 업무보고에서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이 계획 하나를 보고했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기사 팩트체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었다.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곧장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가짜뉴스(허위 정보)가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공동체를 파괴할 정도로 적대적, 대결적인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한 발 더 나갔다. “엉터리 기사를 써서 정부를 공격하는 일들도 즉각 팩트체크가 가능하다면 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겨눈 그 기사
대통령이 예로 든 건 특정 보도였다. 지난 13일자 신문 1면 기사다.
“대한민국의 소총이 싸구려 옛날 소총인데 대통령은 지 혼자 비싼 최신 소총 가지고 자랑하더라는 기사를 1면에 쓰는 그런 언론도 있더라.” 대통령의 말이다.
이 보도의 뿌리는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은 6월 24일 인천 대연평도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았다. 그때 광학조준기 같은 부가장비가 달린 신형 K2C1 소총으로 사격했다. 반면 일선에 보급된 총 대부분은 그런 장비를 붙일 수 없는 구형 K2라는 게 보도의 요지였다.
이 사안은 이미 한 차례 정면충돌을 부른 바 있다. 국방부는 “연평부대 보병 전투요원 전원에게 K2C1이 지급됐고 전군 보급 물량은 약 17만 정”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보도가 지적한 ‘일선 병사 전반’과 정확히 겹치는지는 그 시점까지 가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대통령은 앞서 7월 13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도 이 기사를 공유했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사실에 기초한 보도가 아니라 조작에 기초한 정치적 공격은 언론으로서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국가가 만드는 실시간 반론 시스템
이날 대통령은 그 보도를 다시 꺼내며 수치를 들었다. “지금 대한민국 국군 17만 명한테 지급돼 있는 거의 보편화된 총긴데 그런 처리 기사를 써서 이렇게 정부를 공격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다음 문장이었다. “이렇게 영향력 있는 기사를 즉각 분석하고 팩트에 기반해서 반론하는 것도 시스템적으로 가능할 것 같다.”
안형준 처장이 답했다. “AI(인공지능) 기반으로 준비하고 있고 내년에 바로 시스템으로 구축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은 대상을 언론사 하나로 한정하지 않았다. “거대 언론사 하나의 문제지만 이게 유튜브든지 온 동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나.” 실시간으로 팩트에 기반해 반론하고 정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Q&A로 짚어보기
Q1. 대통령이 문제 삼은 기사는 무슨 내용인가요?
지난달 대통령의 연평부대 방문이 발단이다. 대통령은 부가장비가 달린 신형 K2C1로 사격했는데, 일선 병사 대부분은 구형 K2를 쓴다는 보도였다. 대통령이 든 총과 병사들이 실제 받은 총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Q2. 그 보도의 사실관계는 결론이 났나요?
아직이다. 국방부는 연평부대 전투요원 전원에게 K2C1을 지급했고, 전군 물량이 약 17만 정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원 보도가 말한 ‘일선 병사 전반’과 이 수치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지는 그 시점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양쪽 주장의 승패는 아직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Q3. 정부가 만들겠다는 AI 팩트체크 시스템은 뭔가요?
기사 내용을 AI가 즉시 분석해, 사실에 기반한 반론을 내놓는 시스템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준비 중이며 목표는 내년 구축이다. 대통령은 영향력 있는 기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그림을 그렸다.
Q4. 언론사 기사만 대상인가요?
아니다. 대통령은 “거대 언론사 하나의 문제”를 넘어 “유튜브든지 온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대상 범위가 특정 언론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Q5. 이날 업무보고는 평소와 달랐다던데요?
처음으로 일반 시민 20명으로 구성된 ‘국민참여단’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7월 1일부터 엿새간 200명을 선발했다. 이날 참여단 5명이 공공기관 인력 운용,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에 따른 노동여건, 소액주주 보호 등을 놓고 발언했다. 대통령은 실시간 온라인 여론도 적극 소개하라고 지시했다.
양측의 시각
정부와 여권의 시각
여권은 이 시스템을 가짜뉴스 대응 장치로 본다. 논리의 출발점은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다. 허위 정보가 사회를 적대적, 대결적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향력 있는 기사를 즉각 분석해 사실에 근거한 반론을 내놓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은 그 대상을 대형 언론사만이 아니라 유튜브와 온라인 전반으로 넓혔다. 안형준 처장은 이미 내년 구축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시각에서 K2 보도는 대표적 사례다. 17만 정이 보급된 보편적 총기를 두고 정부를 공격한 “엉터리 기사”라는 것이다. 이런 보도에 신속히 사실로 맞설 수 있다면 소모적 공방 자체가 줄어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비판적으로 보는 쪽
우려의 근거는 두 가지 사실을 나란히 놓는 데서 나온다.
첫째, 문제의 K2 보도는 사실관계가 완전히 결론 난 사안이 아니었다. 국방부 반박과 원 보도가 지적한 ‘일선 병사 전반’이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그 시점까지 가려지지 않았다.
둘째,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 보도를 공개 석상에서 “엉터리 기사”로 단정했다. 나아가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AI로 언론 보도에 “즉각 반론”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주체가 되는 셈이다. 비판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이 지점을 주목한다. 정부를 비판한 보도에 국가가 대응 도구를 갖추는 것이 언론 자유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쟁점이다.
전망: 왜 중요한가
지켜볼 지점은 세 갈래다.
먼저 시스템의 실체다. 내년 구축이라는 목표가 실제로 어떤 형태로 나올지, 무엇을 ‘팩트’로 판정하고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지가 관건이다.
다음은 대상 범위다. 대통령은 대형 언론사부터 유튜브, 온라인 전반까지 언급했다. 국가 주도 AI가 어디까지 손을 뻗을지에 따라 언론 자유 논쟁의 무게가 달라진다.
마지막은 발단이 된 K2 보도다. 이 사안의 사실관계는 여전히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 정부가 “엉터리”로 규정한 그 보도가 실제로 어떻게 결론 나는지, 그 검증이 시스템의 설득력을 가를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