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통과되던 국방법안을 민주당이 멈춰 세웠다
미국 상원 민주당이 매년 반드시 통과되던 국방수권법안의 토론 개시를 막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사작전을 사실상 승인하는 법안이라는 이유다.
14일 미국 상원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결 결과가 떴다. 찬성 50, 반대 46.
토론을 시작하려면 60표가 필요했다. 매년 별일 없이 통과되던 국방예산 법안이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미국 국방의 뼈대가 되는 1조 1500억 달러 법안이 민주당 손에 발이 묶였다.
무슨 일인가
표결이 멈춘 순간
이날 상원에서 부결된 것은 국방수권법안(NDAA)이다. 미국의 국방예산과 정책을 정하는 법이다.
이 법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must-pass)’ 법으로 불린다. 매년 군대 운영과 장병 급여가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토론을 시작하는 절차 표결이 50대 46으로 막혔다. 규칙상 토론에 들어가려면 60표가 필요한데, 그 수를 채우지 못했다.
누가 막아섰나
저지를 이끈 인물은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다. 뉴욕주 출신으로, 상원에서 민주당을 이끄는 최고위 인사다.
반란표는 뜻밖의 곳에서도 나왔다. 국방 문제를 다루는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13명 중 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국방을 가장 잘 아는 의원들이 국방법안에 등을 돌린 셈이다.
1조 1500억 달러라는 숫자
이번 법안의 규모는 1조 1500억 달러다. 사상 최대 규모로 보도됐다.
민주당은 이 돈이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부터 따졌다. 팀 케인 버지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1조 1500억 달러가 어디에 쓰이는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의 배경
수십 년 이어진 관례가 깨졌다
NDAA는 특별한 법이다. 미국 상원에서 수십 년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통과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이 법안을 전면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됐다.
여야가 으레 손을 잡던 법안에서, 야당이 처음으로 선을 그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이유는 이란이다. 이 표결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 긴장이 한창인 가운데 벌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재개하고 이란에 대한 군사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충돌이다.
민주당은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NDAA가 통과되면,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진행 중인 대이란 군사작전을 사실상 뒷받침하는 효과를 낸다고 본 것이다.
등장인물 정리
이 사안에는 낯선 미국 정치인 몇 명이 등장한다.
척 슈머는 뉴욕주 출신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다. 팀 케인은 버지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이다. 반대편에서는 짐 뱅크스 인디애나주 공화당 상원의원과 릭 스콧 플로리다주 공화당 상원의원이 목소리를 냈다.
Q&A로 짚어보기
Q1. NDAA가 정확히 뭔가요?
미국의 국방수권법안이다. 매년 국방예산과 국방정책을 정하는 법이다.
군대 운영, 장병 급여, 무기 구매 같은 것이 여기에 담긴다. 그래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법으로 불린다.
Q2. 부결됐다는데, 법안이 완전히 죽은 건가요?
아니다. 이번에 막힌 건 ‘토론을 시작하는’ 절차 표결이다.
본격 심의에 들어가려면 60표가 필요한데, 50표에 그쳤다. 법안 자체가 폐기된 게 아니라 논의의 문 앞에서 멈춘 것이다.
Q3. 민주당은 왜 반대하나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사실상 뒷받침한다는 우려다.
둘째, 이스라엘과의 군사, 정보협력을 강화하는 조항에 반대한다. 셋째, 1조 150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예산 규모 자체를 문제 삼는다.
Q4. 시민단체도 움직였나요?
그렇다. ACLU, J스트리트, 코드핑크 등 14개 시민자유, 반전 단체가 나섰다.
이들은 트럼프의 이란 군사작전에 예산 지원을 금지하는 수정안 표결을 보장받지 못하면 법안에 반대하라고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양측의 시각
반대 측, 민주당의 시각
민주당은 이 법안이 승인받지 않은 전쟁에 힘을 실어준다고 본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대통령이 의회 초당적 다수의 뜻을 거스르며 승인받지 않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슈머는 우선순위 문제도 짚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국가안보 위기를 외면한 채 국가의 핵심 안보 법안을 토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련 조항과 사상 최대 예산 규모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팀 케인은 그 큰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부터 밝히라고 요구했다.
찬성 측, 공화당의 시각
공화당은 정략적 저지라고 비판한다. 짐 뱅크스 상원의원은 이번 저지를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이 군 장병 지원 문제를 놓고 “게임을 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장병 급여가 걸린 법안을 정치 도구로 쓴다는 것이다.
릭 스콧 상원의원은 협조를 호소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국가의 이익을 위해 뭉치자”고 촉구했다. 수정안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진행시키자는 입장이다.
전망: 왜 중요한가
가장 먼저 지켜볼 건 수정안 협상이다. 공화당은 수정안 절차로 풀자고 하고, 민주당은 이란 예산을 막는 수정안 표결을 원한다. 이 지점에서 접점을 찾을지가 열쇠다.
시간도 변수다. NDAA는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법인데 첫 관문부터 막혔다. 교착이 길어질수록 군 운영과 장병 지원에 부담이 쌓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싸움의 본질은 이란이다. 의회의 승인 없이 진행되는 군사작전을 두고 대통령과 의회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전쟁을 누가 결정하느냐는 미국 정치의 오랜 물음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