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송영길이 정청래에게 “낙태”까지 꺼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이 정청래를 향해 옛날이면 역적으로 목을 잘랐다, 낙태했어야 했다는 거친 비유를 쏟아냈다. 정청래는 섬뜩하고 무섭다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정청래#송영길#한국 정치

7월 14일 서울 용산구,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간담회장. 마이크를 잡은 송영길 의원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야 할 상황.”

겨냥한 상대는 같은 당 정청래 전 대표였다. 그러자 정청래가 곧바로 페이스북을 열었다. “전당대회 출마가 목숨까지 위태로운 일입니까. 섬뜩하고 무섭습니다.”

두 사람은 지금 같은 당의 대표 자리를 놓고 겨루는 경쟁자다. 그 설전이 이틀 내리 신문 정치면을 뒤덮었다.

무슨 일인가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두 사람

더불어민주당은 8월 17일 당대표를 새로 뽑는 전당대회를 연다. 여기에 두 사람이 맞붙는다.

정청래 전 대표는 대표직 연임에 도전한다. 그는 7월 19일 이전에 대표직에서 사퇴한 뒤 다시 출마하는 상황이다. 송영길 의원은 전 인천시장이자 전 민주당 대표다. 2023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혐의로 탈당했다가, 올해 무죄가 확정되면서 당에 돌아와 당권에 도전하고 있다.

경쟁 구도만 놓고 보면 흔한 당내 대결이다. 그런데 오간 말이 흔치 않았다.

”역적으로 목을 잘라야”

발단은 송영길의 향우회 발언이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매일 부딪치는 상황을 겨냥했다.

“대통령 임기가 4년이나 남았는데 집권 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싸운다는 ‘명청대전’이 매일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명청대전’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전 대표의 갈등을 가리키는 세간의 표현이다.

이어 그 유명한 표현이 나왔다.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 정말 진압해야 할 상황.” 다만 송영길은 “지금은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없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을 뒷받침하기보다 당정 갈등을 키워온 정청래의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탈당 이력으로 번진 공방

정청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송영길의 과거 탈당 이력을 꺼내 들었다.

송영길의 반박은 이랬다. “내 탈당은 민주당을 지키기 위한 탈당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2021년의 한 장면을 소환했다. 당시 정청래가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에 빗대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부른 일이다.

송영길은 이를 두고 “당과 대선 후보에게 부담을 주면서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고 했다. 그리고 정청래의 정치를 한마디로 규정했다. “선당후사가 아니라 선청후당.” 당보다 정청래 자신을 앞세운다는 뜻으로 만든 말이다.

하루 뒤, “낙태” 비유

이튿날인 7월 15일, 송영길은 라디오에 나와 수위를 더 높였다.

이번 표적은 정청래가 전날 방송에서 한 발언이었다. 정청래는 6월 3일 지방선거 국면을 돌아보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지방선거 전에 성공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가 출마했던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민주당이 김용남 후보를 낸 것을 후회한다는 취지였다.

송영길은 이 발언을 “너무 무책임하다”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비유를 들었다. “자기 아들한테 ‘내가 너 낙태했어야 되는데 낳아서’ 그런 거하고 똑같은 것.”

진행자가 “비유가 좀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송영길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거하고 똑같은 거다. 당시 김용남 지역위원장을 지지한 당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는 “모든 이슈를 평택 선거가 빨아들임으로써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명한 우리 강점의 이슈를 다 놓쳐버렸다”며 지방선거 책임론까지 꺼냈다.

Q&A로 짚어보기

Q1. ‘명청대전’이 뭔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전 대표 사이의 갈등을 가리키는 세간의 별칭이다.

같은 당, 그것도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습을 두고 붙은 표현이다. 송영길이 “매일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어이없는 일”이라고 표현한 바로 그 장면이다.

Q2. 정청래는 왜 평택 공천을 후회한다고 했나?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 결과를 곱씹으면서 나온 말이다.

경기 평택을 재보궐선거에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출마해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여기에 김용남 후보를 따로 냈다. 정청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그 전에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밝힌 것이다. 송영길은 이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봤다.

Q3. 정청래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왜 논란이 됐나?

정청래는 7월 13일 연임 도전을 선언하며, 대표직을 발판 삼아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송영길은 이를 “생뚱맞았다”고 평가했다. “누가 그분(이재명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나가라고 한 사람이 있었나. 4년 임기가 남아 있는데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생뚱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선언이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이 된 것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Q4. 송영길은 이재명 대통령과 교감이 있나?

당대표 출마를 앞두고 이 대통령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송영길은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외교 용어를 빌려 “NCND”라고 답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심송심”, “당청동색”이라는 조어를 붙였다. 이재명의 마음과 송영길의 마음이 같고, 당과 대통령실이 한 색이라는 의미다. “이 대통령을 도우려고 나온 거지 맞서려고 나온 건 아니지 않나”라고도 했다.

양측의 시각

정청래 비판론: “대통령을 깔보고 자기 정치를 했다”

송영길의 공격은 한 방향을 향한다.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고, 당보다 자신을 앞세워 왔다는 것이다.

그는 두 사람과 대통령의 이력을 근거로 들었다. “정청래 전 대표나 저나 이재명 대통령보다 먼저 국회의원이 됐고, 정치로서는 먼저 되다 보니까 뭔가 대통령을 약간 깔본다고 그럴까 하는 느낌이 있다.” 2007년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지지하던 ‘정통’ 모임에서 두 사람이 이재명 대통령보다 높은 자리에 있었고, 그때 이 대통령은 변호사였다는 얘기도 꺼냈다.

결론은 존중의 문제로 모였다. “자연인 이재명이 아닌 국가 원수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그는 “공사가 구분 안 된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평택을 공천 후회 발언은 무책임하고, 대선 불출마 선언은 생뚱맞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비판이다.

표현의 적절성 문제: “섬뜩하다, 표현해선 안 될 말”

반대편에서는 발언의 내용보다 방식을 문제 삼는다.

정청래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송영길의 발언을 페이스북에 그대로 인용한 뒤 되받았다. “전당대회 출마가 목숨까지 위태로운 일입니까.” 그리고 한 문장을 남겼다. “섬뜩하고 무섭습니다.”

제3자의 목소리도 나왔다. 5선의 원로 박지원 의원은 정청래, 송영길 어느 쪽과도 얽히지 않은 위치에서 라디오에 나와 절제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정청래의 평택 발언을 두고 “후회할 수 있다고 본다”며 취지에는 일부 공감했다. 하지만 선을 그었다. “마음 속으로 하더라도 그 표현을 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고 본다.” 후회하는 심정은 이해하되 공개적으로 말한 방식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송영길의 ‘낙태’ 비유를 포함한 거친 표현 전반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번 설전의 무게는 단순한 말싸움을 넘어선다. 8월 17일 전당대회가 코앞이기 때문이다.

지켜볼 지점은 셋이다. 첫째, 당권 경쟁의 언어가 어디까지 격해질지다. ‘목을 잘라야’와 ‘낙태’가 이미 등장한 마당이다. 둘째, 이재명 대통령이 이 공방에 어떤 신호를 보낼지다. 송영길은 “이심송심”을 내세웠지만 대통령 본인이 확인한 발언은 없다. 셋째, 당원과 지지층이 두 사람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싸운다는 ‘명청대전’을 비판하려던 송영길의 말이, 또 다른 당내 전쟁의 불씨가 됐다. 그 불이 전당대회까지 얼마나 번질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4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1. 조선일보 송영길 “鄭 평택 공천 후회? 낙태해야 했는데 낳았다는 말”
  2. 조선일보 송영길 “대통령과 싸워? 옛날이면 역적으로 목을…” 정청래 “섬뜩하고 무섭다”
  3. 동아일보 송영길 “정청래, 먼저 의원 됐다고 李를 깔보는 느낌”
  4. 한겨레 송영길, 정청래에 “대통령 깔보는 느낌”…“낙태” 써가며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