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아흐레 앞두고 특검이 시계를 다시 돌렸다
7월 24일 끝날 예정이던 2차 종합특검의 수사 기간이 30일 더 늘어난다. 법 개정을 통한 세 번째 연장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한쪽 의원석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국민의힘 위원들의 자리였다.
빈 의자를 앞에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표결을 강행했다. 이틀 뒤면 조사받으러 나올 사람이 남았는데, 특검의 시계는 자정 직전에 멈춰 있었다. 그 시계를 다시 돌리는 법안이 이날 통과됐다.
무슨 일인가
8월 23일까지, 30일이 더 붙었다
이날 법사위가 의결한 것은 ‘2차 종합특검’ 수사 기간을 30일 더 연장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이다.
특검법의 정식 이름은 길다.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다.
핵심은 날짜다. 원래 수사 시한은 7월 24일에 끝날 예정이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이 시한은 8월 23일까지 늘어난다.
민주당은 시한이 끝나는 24일 전에 본회의 처리와 후속 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벌써 세 번째 연장이다
2차 종합특검은 올해 2월 출범했다. 3대 특검, 즉 내란과 12·3 비상계엄, 김건희 여사, 채해병 사건을 다룬 특검이 못다 한 부분과 새 의혹을 파는 역할이다.
이 특검은 이미 기존 법에 따라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했다. 이번은 세 번째다. 다만 방식이 다르다. 앞선 두 번은 법이 허용한 연장이었고, 이번은 법 자체를 바꿔 시간을 더 얻는 것이다.
인원도 늘고, 겨냥한 표적도 있다
개정안은 시간만 준 게 아니다.
특검에 파견할 수 있는 공무원을 130명에서 150명으로 늘렸다. 파견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에는 국방부가 새로 들어갔다.
수사 범위도 넓혔다. 공무원이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같은 방법으로 감사(監査)를 고의로 방해한 행위를 수사 대상에 명시했다. 새 죄목을 만든 것은 아니다. 기존 형법에 이미 있는 직권남용·직무유기 조항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를, 특검이 파고들 수 있게 범위에 콕 집어 넣은 것이다.
이 조항이 겨눈 표적은 뚜렷하다. 관저 이전 공사 부실 감사 의혹이다. 윤석열 정부 때 대통령 집무실·관저를 옮기는 공사가 있었고, 특검은 이 공사에 불법 시공 정황이 있었는지, 그 정황이 감사보고서에서 축소·은폐됐는지를 보고 있다. 감사원 간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이 사건의 한복판에 선 인물이 이틀 전 특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틀 전, 유병호가 걸어 들어왔다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다. 그는 관저 이전 공사를 부실하게 감사하고 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7월 13일, 유 전 총장은 경기 과천의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개정안의 감사방해 조항이 왜 지금 들어왔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개정안은 법조 경력 5년 이상 변호사 10명 이내를 ‘공소유지 변호사’로 지정하도록 했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을 이들이 맡는다.
또 종합특검이 3대 특검의 결정을 뒤집거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은 기존 특검과 협의하도록 했다. 종합특검이 요구하면 3대 특검은 사건기록 등본을 주고 수사기록 열람·복사도 허용해야 한다.
Q&A로 짚어보기
Q1. ‘2차 종합특검’이 뭔가요?
올해 2월 출범한 특검이다. 앞서 활동한 3대 특검(내란·비상계엄, 김건희, 채해병)이 다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과 새로 불거진 의혹을 이어받아 수사한다. 한마디로 ‘못다 한 수사’와 ‘새 의혹’을 함께 맡은 종합 창구다.
Q2. 이미 두 번 연장했는데 왜 또 늘리나요?
앞선 두 차례는 기존 법이 허용한 범위 안의 연장이었다. 그 카드를 다 썼다. 그래서 이번엔 법을 고쳐 30일을 더 확보하려는 것이다. 민주당과 특검 측은 관저 이전 감사 의혹 같은 사건을 더 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Q3. 감사방해 조항은 왜 논란인가요?
이 조항이 관저 이전 감사 의혹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된 뒤에 관련 조항을 법에 넣으면, “먼저 수사하고 나중에 근거를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절차의 순서를 문제 삼는 것이다.
Q4. 국민의힘은 왜 회의에 없었나요?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를 단독으로 구성한 데 반발해, 국회 일정 전반을 보이콧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법사위 자리도 비웠다. 다만 목소리를 아예 안 낸 것은 아니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회의장 밖에서 비판을 내놓았다.
Q5. 언제 최종 확정되나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법사위를 통과했을 뿐, 국회 본회의 의결이 남았다. 민주당은 현행 시한이 끝나는 7월 24일 전에 본회의 처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양측의 시각
여당과 특검 측의 시각
민주당과 특검 측은 이번 연장에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본다.
핵심 논리는 관저 이전 감사 의혹이 별개의 새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검 측은 이 의혹이 기존 수사 대상과 증거를 공유하는 ‘관련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미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소명했고, 법원이 관련 영장까지 발부했다는 것이다.
즉 이미 법원이 인정한 수사이니, 시간을 더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후속 조치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야당)의 시각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 연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수사 기간을 연장할 것이냐.” 그의 말이다. 정 원내대표는 3대 특검과 2차 종합특검의 활동 기간을 다 합치면 수사가 지나치게 길어진다고 지적했다.
논리는 이렇다. 이미 두 차례 법정 연장을 다 쓴 특검을, 법까지 고쳐 또 늘리는 것은 수사 성과가 부족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예외적이고 한시적으로 운영돼야 할 특검이, 반복된 연장으로 사실상 상설 수사기관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폈다.
정 원내대표는 정치적 중립성 문제도 꺼냈다. 종합특검이 수사 종료를 앞두고 수사 대상을 넓히면서, 야당 정치인 관련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 절차를 둘러싼 우려
이건 진영 싸움과는 결이 조금 다른 지적이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법사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신중론을 냈다. 특검이 이미 수사·기소한 사건이 현행법상 수사 범위를 벗어나는데도, 법 개정으로 이를 사후에 보완하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적법절차 위반 소지가 크다”는 취지였다. ‘먼저 수사, 나중 입법’의 순서를 문제 삼은 것이다.
법사위 전문위원도 비슷한 물음을 던졌다. 기존 법에 없던 대상을 먼저 수사한 뒤 입법으로 근거를 채우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일부 법조계에서는 실무적 우려도 나왔다. 30일을 더 얻어도 새 의혹을 충분히 규명하기 어려울 수 있고, 여러 특검과 합동수사본부에 검사들이 파견돼 일선 검찰청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인원까지 늘리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다.
전망: 왜 중요한가
다음 관문은 본회의다. 민주당이 예고한 대로 7월 24일 전에 통과시키면, 특검의 시계는 8월 23일까지 돌아간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관저 이전 감사 의혹 수사가 30일 안에 어디까지 갈지다. 피의자로 출석한 유병호 전 사무총장 조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가늠자다.
둘째, ‘먼저 수사, 나중 입법’을 둘러싼 적법절차 논란이 재판 단계에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이 법정에 서면, 이 순서 문제가 방어 논리로 등장할 수 있다.
셋째, 국민의힘의 국회 보이콧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풀리지 않는 한, 특검을 포함한 쟁점 법안마다 빈 의자 표결이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