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한 표에 트럼프의 법무장관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변호사 출신 토드 블랜치를 정식 법무장관에 지명했다. 그런데 인준의 열쇠는 민주당이 아니라 같은 편 공화당의 이탈표 한 장에 달렸다. 에스타인 생존자까지 청문회 증언대에 오른다.
7월 15일 수요일 오전 9시, 워싱턴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장.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를 맡았던 남자가 의원들 앞에 앉는다. 이제 그는 미국 법무부의 정식 수장이 되려 한다.
그런데 그의 발목을 잡는 쪽은 야당이 아니다. 같은 편이어야 할 공화당 안에서 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
무슨 일인가
트럼프의 변호사에서 법무장관 후보로
주인공은 토드 블랜치(Todd Blanche)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초반 법무부 차관(Deputy Attorney General)으로 이미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지난 4월부터는 법무장관 대행(acting Attorney General)까지 맡고 있다.
이번엔 대행이 아니라 정식 법무장관(Attorney General) 자리다. 트럼프가 그를 후보로 지명했고, 이번 주 상원 법사위 인준 청문회가 잡혔다. 목요일에는 외부 증인들의 청문도 이어진다.
열쇠를 쥔 건 공화당 소수
민주당은 반대로 뭉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블랜치의 운명은 역설적으로 공화당 손에 넘어갔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아주 얇은 다수(razor-thin majority)를 쥐고 있다. 법사위에서 공화당 의원 단 한 명이 반대표를 던져도 인준은 무산될 수 있다.
문제를 제기해 온 공화당 의원이 실제로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톰 틸리스(Thom Tillis), 텍사스의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이다. 둘 다 법사위 소속이다.
뇌관이 된 18억 달러 합의
두 사람이 걸고넘어지는 건 돈 문제다. 정확히는 약 18억 달러 규모의 반(反)무기화 기금(anti-weaponization fund)이다.
이 기금은 트럼프가 국세청(IRS)을 상대로 낸 소송을 끝내는 합의의 일부였다. 유출된 자신의 세금 신고서를 두고 벌인 소송이다. 블랜치가 이 합의 설계에 관여했다.
초당적 반발이 일자 블랜치는 기금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하지만 트럼프 본인과 가족, 사업체를 과거 세금 감사(audit)로부터 지켜주는 조항은 그대로 남았다.
청문회 직전인 지난 월요일, 한 연방판사가 이 합의를 정면으로 때렸다. “법에 정의되지도 않은 불만을 풀어주겠다며 미국 납세자 돈 수십억 달러를 떼어주려는 시도”라고 판시한 것이다.
이 사건의 배경
왜 지금 벌어졌나
출발점은 지난 4월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첫 법무장관 팜 본디(Pam Bondi)를 경질했다. 본디는 트럼프 2기의 초대 법무장관이었다.
트럼프는 곧바로 블랜치를 대행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번에 정식 지명으로 이어졌다. 상원의 다수가 워낙 얇다 보니, 이탈표 한 장이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구도가 됐다.
누가 무엇을 걸고 있나
전선은 단순한 여야 대결이 아니다. 세 겹으로 얽혀 있다.
한쪽엔 백악관과 경찰 조직들이 있다. 이들은 블랜치가 강력범죄와 마약, 이민 단속에서 성과를 냈다며 강하게 민다. 반대쪽엔 민주당과 진보 성향 전직 법무부 인사들, 그리고 에스타인 사건 생존자들이 있다. 이들은 블랜치가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무너뜨렸다고 본다.
여기에 공화당 내부 균열이 겹친다. 그래서 이번 인준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진짜 표 계산 싸움이 됐다.
핵심 인물부터 짚자. 척 그래슬리(Chuck Grassley)는 아이오와주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법사위원장이다. 청문회를 주재하는 자리다. 딕 더빈(Dick Durbin)은 일리노이주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법사위 민주당 간사(ranking member)다. 야당 쪽 공격을 이끄는 위치에 있다.
정적 표적수사라는 그림자
블랜치가 4월 이후 법무부를 이끌면서 벌인 일도 쟁점이다. 트럼프가 공약했던 정적 “보복” 캠페인을 앞장서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지휘 아래 법무부는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James Comey)를 기소했다. 보수 진영이 오래 비판해 온 시민권 단체 남부빈곤법센터(SPLC)에 대한 기소도 발표했다. 트럼프를 상대로 성적 학대와 명예훼손 소송을 내 승소한 작가 E. 진 캐럴(E. Jean Carroll)을 겨냥한 조사도 시작했다.
청문회 증언대에 오르는 에스타인 생존자
이번 청문회에는 특별한 증인이 오른다. 에스타인 사건의 생존자 대니 벤스키(Dani Bensky)다. 민주당 측 증인이다.
에스타인은 성매매와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된 뒤 2019년 뉴욕 감옥에서 숨진 인물이다. 벤스키는 열일곱 살이던 2004년부터 뉴욕의 에스타인 펜트하우스에서 학대를 당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여섯 살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이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왜 생존자가 블랜치를 막으려 나섰을까. 전임 장관 본디가 밝힌 사실에서 실마리가 나온다. 본디는 자신이 장관이던 시절 당시 차관 블랜치가 에스타인 관련 문서 약 350만 건의 공개를 감독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문서의 상태였다. 부유층과 유명인의 이름이 담겼는데, 편집(redaction)이 허술했다. 생존자들은 이 미흡한 처리가 자신들의 신변과 사생활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벤스키의 말은 담담했지만 무거웠다.
“정말로 벗어날 길이 없어요.”
에스타인 파일은 한 해 내내 화제였다. 하지만 공개 이후 추가 체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 감독위원회(House Oversight Committee)가 관련 인물들을 계속 조사 중이지만, 생존자들은 지친다고 말한다. 벤스키는 청문회와 회의 때문에 한 달에 두 번꼴로 워싱턴을 오간다.
“희망에 부풀었던 일이 이제는 전사(戰士)의 마음가짐에 더 가까워졌어요. 싸움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길어요.”
Q&A로 짚어보기
Q1. 블랜치는 이미 차관 인준을 통과했는데, 왜 이번엔 불확실한가요?
자리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차관 인준은 통과했지만, 이번엔 법무부의 정식 수장 자리다.
게다가 지난 몇 달간 논란이 쌓였다. IRS 합의, 정적 표적수사 논란, 에스타인 문서 처리까지 겹쳤다. 반대 진영이 물고 늘어질 소재가 그만큼 늘었다.
Q2. 공화당이 다수인데 왜 통과를 장담 못 하나요?
다수가 너무 얇아서다. 민주당이 반대로 단합하면,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한 장만 나와도 부결될 수 있다.
특히 법사위 단계가 관문이다. 위원회에서 공화당 한 명이 반대하면 본회의로 넘기기 전에 좌초할 수 있다.
Q3. ‘반무기화 기금’이 왜 그렇게 문제가 되나요?
트럼프가 자신이 통제하는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스스로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챙긴 합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규모가 18억 달러에 달했다.
기금은 반발 끝에 접혔다. 하지만 트럼프 일가를 감사에서 보호하는 핵심 조항은 남았다. 판사까지 이 합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공화당 이탈 명분이 커졌다.
Q4. 에스타인 파일과 블랜치는 무슨 관계인가요?
블랜치가 차관 시절 약 350만 건에 달하는 에스타인 관련 문서 공개를 감독했다고 전임 장관 본디가 밝혔다.
생존자들은 그 문서의 편집이 허술했다고 본다. 이름과 사생활이 노출돼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존자 벤스키가 반대 증인으로 나선다.
양측의 시각
찬성 측: 공화당 주류와 법집행기관
법사위원장 그래슬리는 지명을 반겼다. 그는 블랜치를 “충분히 자격을 갖췄다(well qualified)“고 평가하며 “우리나라 전역에서 법과 질서를 회복하려는 헌신을 보여줬다”고 했다.
지지 세력의 규모도 내세운다. 그래슬리 사무실 집계로는 현직 경찰관 67만 명, 범죄 피해 유가족 300가정, 초당파 연방검사와 법무부 관계자 100명 등이 블랜치를 지지한다. 전미 경찰조직협회는 “그가 법집행 공동체와 탄탄한 협력 관계를 쌓아왔다”고 밝혔다. 회원 38만여 명의 전미 경찰조직(Fraternal Order of Police)도 신속한 인준을 촉구했다.
블랜치 지지자들은 성과를 근거로 든다. 그가 대행이 된 뒤 에스타인 논란에서 벗어나 국내 치안으로 메시지를 옮겼고, 국가 사기범죄 단속국(National Fraud Enforcement Division)을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본인도 청문회 전날 소셜미디어에서 압박을 얹었다.
“그는 훌륭한 변호사이고, 늘 매우 공정하다. 모든 공화당 상원의원은 토드 블랜치 인준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당장!”
반대 측: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그리고 생존자
민주당 간사 더빈의 비판은 날카로웠다. 그는 블랜치가 차관 인준 때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을 지키라고 당부받았지만 이를 저버렸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지난 1년간 그는 그 요청을 무시하고 그 선을 지워버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앞세워, 앞으로 수십 년간 영향을 미칠 방식으로 법무부의 독립성과 신뢰를 훼손했다.”
내부 고발성 목소리도 있다. 전직 법무부 직원 약 1,200명이 인준 거부를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블랜치가 부당한 이유로 경력직 변호사와 수사관, 분석관을 해고해 초당파적 공직 문화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지역사회는 덜 안전해지고, 미국인의 권리는 덜 보호받으며, 국가 안보는 더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블랜치는 반박했다. 그는 한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맞받았다.
“전직 법무부 직원 1,200명이라는데, 전체가 4만 명쯤 되지 않나요? 잘 모르겠고 제가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리 높은 비율은 아닙니다.”
공화당 안에서도 균열이 있다. 틸리스와 코닌 의원은 18억 달러 기금과 IRS 합의에 의문을 던졌다. 여기에 생존자 벤스키가 에스타인 문서의 허술한 편집이 피해자를 위협한다고 증언대에 서면서, 반대 논리는 여러 방향에서 블랜치를 압박한다.
전망: 왜 중요한가
첫 관문은 법사위 표결이다. 틸리스와 코닌이 실제로 반대표를 던질지, 아니면 우려만 표하고 찬성으로 돌아설지가 1차 분수령이다. 공화당 한 표의 향방에 결과가 갈린다.
증언대의 무게도 지켜볼 지점이다. 목요일 외부 증인 청문에서 생존자 벤스키의 발언이 표심에 어떤 파장을 줄지 아직 알 수 없다.
더 큰 물음은 법무부의 성격이다.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웠던 변호사가 그 나라의 최고 법집행기관을 이끄는 것이 어디까지 정당한가. 이번 인준은 그 질문을 미국 사회에 정면으로 던진다. 답은 아직 몇 표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