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트럼프가 목요일 밤 9시에 꺼낼 선거 카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16일 프라임타임 전국연설을 예고하며 주제로 '선거'를 꼽았다. 근거 없는 2020년 부정선거론의 재탕이 될 것이란 관측 속에, 공화당의 엄격한 투표법을 두고 민주당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미국 정치#선거

7월 14일 백악관 오벌오피스. 기자들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이 뜸을 들였다. “정말 큰 뉴스”가 있다고 했다.

무슨 내용이냐는 질문엔 답을 아꼈다. “그 순간을 위해 아껴두고 싶다”고만 했다. 대신 그는 한마디를 남겼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없이는 나라도 없다. 이보다 더 클 수는 없다.”

이틀 뒤, 목요일 밤 9시. 트럼프는 전국 방송 카메라 앞에 선다.

무슨 일인가

예고된 프라임타임 연설

트럼프 대통령이 7월 16일 목요일 밤 9시(현지시간) 전국연설을 예고했다. 시청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프라임타임 시간대다.

주제는 하나로 예고됐다. “선거”다.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른 것들도 논의하겠다”고만 덧붙였다.

문제는 시점이다. 11월 중간선거가 코앞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요즘 “선거”라는 말을 특정한 방식으로 써왔다.

되풀이되는 부정선거 주장

바로 하루 전인 7월 13일, 트럼프는 한 보수 매체 인터뷰에서 로스앤젤레스 시장 예비선거를 걸고넘어졌다. 공화당 후보 스펜서 프랫이 부정선거 탓에 졌다는 주장이었다. 근거로 든 건 캘리포니아의 느린 개표였다.

이 주장엔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파장은 실제로 있었다. 연방 검찰이 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서 부정선거 수사에 착수했다. 트럼프가 이 주장을 꺼낸 직후였다.

그래서 목요일 연설을 둘러싼 관측은 하나로 모인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 패배를 두고 근거 없는 부정선거론을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배경

역사적 배경: 10년 묵은 화두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고도 그는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투표무결성위원회까지 꾸렸지만, 증거를 찾지 못한 채 해산했다.

2020년 조 바이든에게 패한 뒤엔 더 나갔다.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1만1780표를 찾아달라”고 압박한 일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일로 트럼프와 측근 10여 명이 조지아주에서 기소됐다. 혐의는 이후 취하됐다.

결과는 어땠나. 트럼프 측 인사가 주도한 여러 감사와 재검토에서도, 2020년에 결과를 뒤집을 만한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트럼프의 법무장관도 그 결론에 이른 인사 중 하나였다.

이해관계 구도: 투표법을 둘러싼 전쟁

이번 연설은 진공 상태에서 나온 게 아니다. 트럼프는 이번 임기 내내 연방 투표 규정 강화를 밀어붙여 왔다. 유권자 신분증 제시, 우편투표 제한 같은 규정들이다.

그 한복판에 ‘세이브 아메리카법’이 있다. 연방선거에서 유권자로 등록할 때 시민권 증빙서류를, 투표할 때 사진이 든 신분증을 의무화하는 법이다. 각 주가 비시민권자를 유권자 명부에서 빼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는 이 법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지난 6월 상원에서 50대48로 부결됐다. 공화당 의원 4명까지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법을 놓고 이름이 갈린다. 공화당은 “선거 안전”이라 부른다. 민주당은 “유권자 억압”이라 부른다.

왜 지금 벌어졌나

시점이 묘하다.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남은 임기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지금 여러 현안에 둘러싸여 있다. 이란과의 전쟁 종식 협상은 결렬됐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이 연루된 치명적 총격 사건도 터졌다. 이 와중에 그가 택한 카드가 프라임타임 전국연설이다.

Q&A로 짚어보기

Q1. 트럼프는 왜 “세 번 승리했다”고 하나요?

트럼프는 “세 번 승리했다”(“I won three times”)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실제로 그가 대선에서 이긴 건 두 번이다. 2016년과 2024년. 2020년은 패배로 기록됐다. ‘세 번’이라는 숫자엔 2020년도 이겼다는 그의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여러 감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Q2. 올해 조지아에서 FBI가 움직였다던데요?

맞다. 올해 초 FBI 요원들이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선거사무소를 압수수색해 2020년 선거 관련 자료를 압류했다.

주목할 점은 지휘자다. 당시 국가정보국장(DNI)이던 털시 개버드가 애틀랜타로 직접 내려가 압수수색 집행을 지휘했다. 나라의 정보수장이 지방 선거사무소 압수수색 현장까지 나선 셈이다.

Q3. 세이브 아메리카법, 왜 이렇게 논란인가요?

법안 이름만 보면 단순하다. 시민권을 증명하고 신분증을 내라는 것이다.

쟁점은 효과다. 민주당은 이 요건이 특정 유권자층의 투표를 어렵게 만든다고 본다. 공화당은 신분증 제시가 일상적인 일이라 부담이 아니라고 맞선다. 같은 조항을 두고 해석이 정반대로 갈린다.

Q4. 유출된 영상은 무슨 내용인가요?

지난 6월 인디애나주 타운홀 행사 영상이 뒤늦게 공개됐다. 등장인물은 엘리사 슬롯킨 상원의원이다. 미시간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다.

영상에서 슬롯킨 의원은 “세이브 아메리카법이 통과되면 어느 주에서든 민주당원이 어떤 선거에서도 이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이 트럼프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조작”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공화당은 이 발언을 놓치지 않았다. 자세한 공방은 아래에서 다룬다.

양측의 시각

보수·우파의 시각

공화당은 슬롯킨 의원의 유출 발언을 일종의 “자백”으로 받아들인다. 민주당이 세이브 아메리카법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법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토니 위드 하원의원(공화당)은 이렇게 썼다. “민주당이 조용히 해야 할 말을 큰소리로 하고 있다.”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당, 켄터키)은 슬롯킨의 주장이 오히려 “여성을 무능한 존재로 그린다”고 꼬집었다. 마이크 리 상원의원(공화당, 유타)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기혼 여성들도 취업 같은 일상에서 늘 신분증을 낸다는 것이다.

백악관도 거들었다. “선거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민주당의 승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쓰고 있는 방법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들에게 세이브 아메리카법은 선거 안전을 위한 정당한 최소 조치다. 시민권 확인과 신분증 제시가 무슨 억압이냐는 것이다.

진보·좌파의 시각

민주당은 정반대로 본다. 세이브 아메리카법이 사실상 유권자 억압과 선거 조작의 도구라는 것이다. 슬롯킨 의원의 발언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트럼프가 이 법으로 “민주주의를 조작”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목요일 연설을 향한 경계심도 크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민주당)의 반응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조지아주에서 같은 당 존 오소프 상원의원과 주지사 후보 키샤 랜스 바텀스를 지원하는 유세 중이었다.

트럼프가 연설에서 2020년 선거를 또 꺼낼 것 같냐는 질문이 나왔다. 무어 주지사는 웃었다. 그리고 답했다. “패자들의 전략이다.”

그는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6년 전에 일어난 일, 이미 답을 아는 대화에 지쳐 있다.” 진단도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2020년에) 실제로 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어서 계속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전망: 왜 중요한가

당장 지켜볼 건 목요일 밤 연설의 내용이다. 트럼프가 정말로 2020년 부정선거론을 다시 꺼낼지, 아니면 다른 카드를 준비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는 “그 순간을 위해 아껴두겠다”고만 했다.

더 큰 그림은 11월이다. 세이브 아메리카법은 상원에서 이미 부결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최우선 과제로 남겨뒀다. 연방 투표법을 둘러싼 싸움은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트럼프에게 “선거”는 단순한 정책 주제가 아니다. 2016년부터 이어진 오랜 화두다. 목요일 밤, 그가 전국에 대고 무슨 말을 꺼내느냐가 앞으로의 판을 가를 것이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2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NPR Trump will speak on elections in Thursday primetime address
  2. Fox News Politics WATCH: Elissa Slotkin says SAVE America Act would make it 'hard for any Democrat' to win an e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