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이라크에서 미군은 나가고 미국 기업이 들어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 미군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20여 년 이어진 군사 개입을 끝내고 석유와 에너지 투자로 방향을 틀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미국 정치#이라크

14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 트럼프 대통령 옆에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이라크의 사업가 출신 총리가 앉았다.

카메라 앞에서 트럼프가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그곳에 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이어진 미군의 이라크 주둔이 끝을 향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트럼프가 철군을 선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총리 알리 알-자이디(Ali al-Zaidi)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이라크 내 미군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논리는 이란의 약화였다. 그는 이란이 “매우 크게 불안정해졌다”고 했다. 이란의 군사력이 넉 달 전과 비교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이 수치는 트럼프의 주장일 뿐, 검증된 객관적 자료는 아니다.

트럼프는 미군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그들을 돕기 위해, 필요하면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이어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군사에서 석유로 방향을 틀다

핵심은 관계의 성격 자체가 바뀐다는 데 있다. 트럼프는 이라크와의 파트너십을 군사협력에서 투자와 에너지 개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의 잠재력을 석유에서 찾았다. “이라크는 석유 때문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많은 거래를 할 것이고, 양국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많은 석유를 뽑아낼 것”이라는 말도 여러 번 반복했다.

트럼프는 알-자이디를 “환상적인 챔피언, 새로운 챔피언”이라 불렀다.

총리도 같은 그림을 그렸다

알-자이디 총리도 이 구상에 발을 맞췄다. 그는 이번 방문이 “다른 어떤 방문과도 다르다”며 “경제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이 변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미군은 이라크를 떠나고, 미국 기업들이 이라크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는 무장 조직 문제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연합군 임무가 끝나면 국가 통제를 벗어난 무장 조직들은 “정당성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무기를 국가로 한정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결정”이라고도 했다.

9월 30일이라는 시한

양측은 구체적인 날짜를 못 박았다. 현재 2,000명에서 2,500명 규모로 남아 있는 잔여 미군을 2026년 9월 30일까지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다.

같은 날짜까지 이라크 내 무장 조직들도 무장해제하기로 알-자이디가 약속했다. 두 시계가 같은 날 멈추는 셈이다.

이 사건의 배경

낯선 총리, 알리 알-자이디는 누구인가

알-자이디 총리는 이라크 정치권의 이방인이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사업가 출신으로, 2026년 초 총리직에 올랐다.

그를 밀어준 건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올해 초 알-자이디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반대로 이란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전임 총리 후보 누리 알-말리키(Nouri al-Maliki)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알-말리키는 결국 4월에 총리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즉 이번 회담의 두 주인공은 처음부터 한 팀이었다. 트럼프가 세운 파트너가 트럼프의 구상에 화답한 그림이다.

20년 주둔의 역사

미군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20년 넘게 이라크에 머물렀다. 2007년 이라크 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약 17만 명이 주둔했다.

이후 병력은 크게 줄었다. 2011년 거의 전원이 철수했다. 그러다 2014년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약 5,000명이 다시 파병됐다.

철군 합의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2024년 미국과 이라크는 2025년 9월부터 연합군 주도 군사 임무를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미군은 여러 기지에서 빠져나갔다. 다만 자문 역할과 시리아 접경 대IS 작전 지원을 위해 일부 병력은 남아 있었다.

테헤란과 워싱턴이 겨루는 무대

이라크는 오랫동안 이란과 미국의 영향력이 부딪치는 무대였다. 이란은 정당과 ‘인민동원군(PMF)’ 산하 민병대를 통해 이라크 안에서 힘을 행사해 왔다.

문제는 통제였다. 이 민병대들은 이라크 정규 보안기구와 나란히 활동하면서도 그 통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워싱턴은 수년간 바그다드에 이들을 국가 통제 아래 완전히 편입시키라고 압박해 왔다.

반발은 회담 전부터 터져 나왔다. 알-자이디의 방문 직전,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 연합체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은 이번 방문에서 나올 어떤 결과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왜 하필 지금인가

배경에는 전쟁이 있다. 이라크는 2026년 2월 28일 시작된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러 전선 중 하나였다.

이 전쟁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격화되고 있다. 봉쇄는 이라크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군사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해, 이라크와의 관계를 군사에서 경제로 트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Q&A로 짚어보기

Q1. 미군은 언제 완전히 떠나나요?

2026년 9월 30일이 시한이다. 현재 남은 미군은 2,000명에서 2,500명 규모다.

이들이 그날까지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같은 날까지 이라크 내 무장 조직들도 무장해제하기로 했다.

Q2. 미국은 왜 지금 발을 빼려는 건가요?

트럼프는 이란이 약해졌다고 본다. 그는 이란의 군사력이 넉 달 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판단 위에서 관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20여 년의 군사 개입을 끝내고 석유와 에너지 투자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구상이다.

Q3. 그러면 미국은 이라크에서 완전히 손을 떼나요?

아니다.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군대는 나가지만 미국 기업이 들어간다.

트럼프는 석유 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앞세웠다. 알-자이디는 이를 “미군은 나가고, 미국 기업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요약했다.

Q4. 무장 조직들이 순순히 무장해제할까요?

불투명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은 회담 결과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이라크 보안군이 이 조직들을 홀로 통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03년 이후 이 과제는 번번이 벽에 부딪혀 왔다.

양측의 시각

전환을 지지하는 시각

트럼프 행정부와 친트럼프 진영은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이란이 약해진 이 시점이야말로 군사에서 경제로 갈아탈 기회라는 것이다.

성과라는 평가도 있다. 20여 년 이어진 군사적 개입을 끝내고, 미국 기업의 석유와 에너지 투자, 일자리 창출로 전환한다는 그림이다. 트럼프는 “양국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트너 교체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친이란 인사로 알려진 알-말리키 대신, 정치 신인이자 사업가인 알-자이디를 밀어 새 파트너를 세웠다는 프레임이다. 알-자이디 본인도 “선택이 아니라 결정”이라며 무장 조직 정리에 힘을 실었다.

신중을 요구하는 시각

반대편에서는 시점과 실행 가능성을 걱정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한창 격화되는 지금, 병력을 완전히 빼면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무장해제 약속도 미덥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이 회담 결과를 거부하겠다고 못박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실제로 무기를 내려놓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역사도 신중론의 근거다. 2003년 이후 이라크 보안군이 이런 무장 조직들을 독자적으로 통제하는 데 반복해서 실패해 온 전례가 있다. 같은 실패가 되풀이되면 미군이 떠난 자리에 힘의 공백만 남을 수 있다.

전망: 왜 중요한가

가장 먼저 지켜볼 건 9월 30일이다. 미군 철수와 무장 조직 무장해제라는 두 약속이 같은 날 이행될 수 있을지가 이번 합의의 시험대다.

이란의 반응도 변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이 이미 거부를 선언한 만큼, 이들이 실제로 무장해제에 나설지, 아니면 저항을 이어갈지가 이라크의 안정을 가른다.

무엇보다 이 결정은 전쟁 한복판에서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되는 시점이다. 군대를 빼는 판단이 안정으로 이어질지, 공백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몇 달이 말해줄 것이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2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Fox News Trump declares US military no longer needed in Iraq as Baghdad shifts course
  2. Al Jazeera Trump meets with Iraq prime minister at White House, vows 'a lot of de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