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미국 패트리엇이 바닥나자 유럽이 뭉쳤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자체 생산을 허가했다. 며칠 뒤 파리에서는 유럽 9개국이 미국 없이 미사일 방어 연합체를 띄웠다. 두 사건은 같은 불안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트럼프 행정부#미국 정치

나토 정상회의장.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앞에서 뜻밖의 말을 꺼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직접 만들 기술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불과 다섯 달 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카메라 앞에서 험하게 틀어졌던 그 트럼프였다.

그리고 며칠 뒤, 파리. 유럽 9개국과 우크라이나가 모여 미국을 뺀 미사일 방어 연합체를 띄웠다. 두 장면은 우연히 겹친 게 아니다. 뿌리가 같다.

무슨 일인가

트럼프가 패트리엇 설계도를 넘겼다

패트리엇은 미국이 만든 방공 시스템이다. 첨단 레이더와 요격체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을 떨어뜨린다.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공망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느린 드론을 잡는 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생산 기술을 우크라이나에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이선스, 즉 생산 허가를 주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한다.

왜 이례적일까. 패트리엇의 완전한 생산 라이선스를 받은 나라는 손에 꼽는다. 일본이 몇 안 되는 사례다. 독일조차 구형만 만들 뿐, 최신형인 PAC-3은 만들지 못한다.

문제는 미사일이 모자란다는 것

지금 우크라이나 하늘은 뚫리고 있다. 러시아 미사일 상당수가 방공망을 넘어 군사, 민간 시설을 때린다. 패트리엇도, 그 요격미사일도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라고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는 심각하게 줄었다. 정확한 수량은 기밀이다. 한 싱크탱크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과 벌인 전쟁에서 이란이 순항,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대량으로 쏟아내자 요격미사일이 대거 소모됐다. 작전명은 “에픽 퓨리(Epic Fury)“로 불린다.

새 요격미사일 한 발을 만드는 데는 보통 2년에서 3년이 걸린다. 쓰는 속도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한다.

파리에서 유럽이 따로 뭉쳤다

7월 13일 월요일, 파리. 유럽 9개국과 우크라이나 정상들이 “통합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체” 출범을 발표했다.

창립국은 10개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영국, 그리고 우크라이나. 선언문은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려면 “억제와 격퇴를 위한 통합 미사일 방어 체계”라는 전 지구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더 큰 회의를 계기로 나왔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35개국 규모 “의지 연합”이다. 2025년 3월부터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조율해왔고, 이날 파리 정상회의에는 약 25개국 정상급 인사가 모여 추가 무기 지원과 러시아 제재, 겨울철 에너지 지원을 논의했다.

그런데 명단에 빠진 이름들이 의미심장하다.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폴란드와 발트 3국, 핀란드, 그리고 미국이 이 연합체에 없다.

이 사건의 배경

이 사람들이 누구인가

이번 사안을 짚은 전문가부터 소개하자. 세스 존스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국방안보국장이다. 미국의 방위 전략과 무기 재고를 오래 들여다본 인물이다. 아래 미국 쪽 분석은 대부분 그의 진단이다.

유럽 쪽에는 올레시아 호리아이노바가 있다. 키이우에 있는 싱크탱크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의 부소장이다.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무엇을 겪었는지를 근거로 이번 연합체의 성격을 짚었다.

역사적 배경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이 준 패트리엇을 받아 써왔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만들 능력은 없었다. 이번 라이선스가 그래서 전환점이다.

여기서 존스가 든 대비가 흥미롭다. 2025년 2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회동이 카메라 앞에서 험악하게 결렬됐다. 그는 이번 조치가 그때와 정반대라고 짚었다. 험한 말이 오가던 관계에서 핵심 무기 기술을 넘기는 관계로 바뀐 셈이다.

유럽도 사정이 있다. 2022년부터 독일이 주도한 “유럽 스카이 실드 구상”이 있었다. 미국산 패트리엇, 이스라엘산 애로우 3 같은 기존 시스템을 공동 구매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미국, 이스라엘 무기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프랑스가 여기에 빠졌다. 유럽 안에도 균열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해관계 구도

셈법이 저마다 다르다. 미국은 자국 재고 부담을 덜면서 동맹이 스스로 방어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우크라이나는 당장 모자란 요격체를 채우는 게 급선무다.

유럽은 딜레마에 놓였다. 미국 의존을 줄이려는 “전략적 자율성”과, 자체 생산이 여전히 비싸고 오래 걸린다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나라들이 이번 연합체에 빠진 것도 유럽의 속내가 하나가 아님을 보여준다.

왜 지금인가

두 사건이 며칠 사이에 연달아 터진 건 우연이 아니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세는 계속되는데 미국산 요격체 재고는 바닥을 보인다. 같은 불안이 두 개의 대응을 낳았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생산 라이선스를 발표했다. 유럽은 그 직후 파리 “의지 연합”을 계기로 자체 방어 연합체를 띄웠다. 미국의 우산을 더는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계산이 그 밑에 깔려 있다.

Q&A로 짚어보기

Q1. 라이선스만 받으면 우크라이나가 바로 패트리엇을 만드나

아니다. 존스는 실제 생산까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봤다. 핵심 부품 공급망부터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은 그의 표현으로 “무거운 과제”다. 고체연료 로켓엔진, 표적을 찾는 탐색기, 레이더 시스템 같은 인프라를 처음부터 세워야 한다. 부품은 전 세계 수십에서 수백 개 기업에 걸친 복잡한 공급망에서 조달해야 한다.

Q2. 라이선스를 받으면 모든 부품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나

그렇지 않다. 패트리엇의 민감한 구성요소를 어디까지 넘길지는 미 국무부가 따로 논의해야 한다. 기술이 러시아나 중국으로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라이선스가 곧 백지수표는 아니라는 얘기다.

Q3. 유럽의 새 연합체는 기존 방어망을 대체하나

호리아이노바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기존 시스템의 대체재도, 스카이 실드 구상의 대체재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나토와 EU의 틀 밖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유럽 방공 체계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체계에서 우크라이나가 지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Q4. 우크라이나가 뭘 내세울 수 있나

전장 경험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킨잘 미사일에 맞서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안 통하는지를 실전에서 겪었다. 호리아이노바는 이를 “독보적 경험”이라 부르며, 심지어 미국조차 그런 실전 경험은 없다고 짚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요격체 프로그램 “프레이야(Freyja)“를 “유럽의 모델”로 내세워왔다. 개발사 파이어 포인트는 이 요격체를 패트리엇 가격의 일부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아직 실전에서 검증되진 않았다.

Q5. 현재 유럽의 방공은 어떤 상태인가

한마디로 “있지만 허술하고, 비싸고, 대부분 외국산”이다. 여러 나라가 미국산 패트리엇을 운용하지만 요격미사일 한 발에 수백만 달러가 든다. 생산은 전 세계 수요를 못 따라간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함께 만든 SAMP/T가 유럽 자체 대안이지만 실전 경험이 제한적이고, 우크라이나에서도 미사일이 모자랐다.

양측의 시각

이번 조치는 한국의 좌우 구도가 아니라 트럼프식 접근을 어떻게 보느냐로 갈린다.

합리적 책임 분담이라는 시각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이를 동맹이 스스로 크게 하는 결정으로 읽는다. 우크라이나가 자체 방공 생산 능력을 갖추면, 미국의 재정과 재고 부담을 덜면서도 우크라이나의 항전 능력은 유지된다는 실용적 논리다.

상징성도 있다. 존스가 짚었듯, 2025년 2월 백악관에서 험하게 틀어졌던 두 정상의 관계를 떠올리면 이번 라이선스는 이례적인 지지의 제스처다. 그는 이 조치에 “심리적 효과”가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가 공격과 방어 양쪽에서 장기전을 치를 수 있다는 신호를 러시아에 주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신호라는 시각

우려하는 쪽은 유럽이 별도 연합체를 서둘러 만든 것 자체를 경고음으로 읽는다. 미국의 패트리엇 재고가 이미 이란전에서 크게 고갈됐고, 워싱턴에 대한 안정적 의존이 더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호리아이노바의 말대로 이 연합체는 나토와 EU의 틀 “밖에서” 움직인다.

실질적 효과에도 의문이 붙는다. 생산까지 1년에서 3년이 걸린다는 존스의 전망이 한 근거다. 예산이 확보된 방어체계조차 수년이 걸린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은 2023년 애로우 3를 발주하고도 2025년 12월에야 첫 포대를 가동했다. 전체 시스템 완전 가동은 2030년 이전엔 어렵다는 전망이다.

전망: 왜 중요한가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시간이다. 젤렌스키는 파리 회동 뒤 X에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썼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파트너국들이 프레이야를 중심으로 저비용 요격 체계를 “향후 12개월 안에” 공동 개발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선언문에는 구체적 시한이 없다. 말과 로드맵 사이의 간극이 첫 시험대다.

둘째, 관료제다. 호리아이노바는 유럽이 이 체계를 실제로 빨리 배치할 수 있을지는 의사결정 속도와 EU의 관료제에 달렸다고 봤다. 독일 애로우 3 사례처럼, 돈이 있어도 배치까지 수년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셋째, 미국의 다음 카드다. 국무부가 패트리엇의 민감한 기술을 어디까지 풀어줄지가 관건이다. 여기서 막히면 라이선스는 종이 위 약속에 그친다. 마크롱은 X에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우리의 집단 안보를 강화하며, 유럽의 국방을 구축한다”고 썼다. 그 말이 실제 요격체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열두 달이 말해줄 것이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2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NPR What would it mean for Ukraine if it actually starts producing Patriot missiles?
  2. Al Jazeera Russia-Ukraine war: What is Europe's new ballistic missile shield p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