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마다 시계 돌리는 일이 끝날까
미국 하원이 매년 두 번 시계를 바꾸는 관행을 없애고 연중 서머타임을 허용하는 선샤인 보호법을 찬성 308표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의사를 밝혔지만, 겨울 아침이 어두워진다는 반대도 만만치 않다.
표결이 끝나가던 미국 하원 회의장. 최종 집계를 알리려던 한 의원이 휴대폰을 들었다. 흘러나온 곡은 비틀즈의 “Here Comes the Sun”이었다.
농담 같은 장면이지만, 이건 100년 넘게 이어진 습관을 끝내려는 순간이었다. 매년 봄과 가을, 미국인들이 시곗바늘을 앞뒤로 돌리던 그 의식 말이다.
무슨 일인가
찬성 308표, 하원을 넘다
2026년 7월 14일, 미국 하원이 이른바 선샤인 보호법(Sunshine Protection Act)을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찬성 308표, 반대 117표.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의 핵심은 간단하다. 매년 3월과 11월 두 차례 시계를 바꾸는 관행을 없애는 것이다. 대신 각 주가 원하면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을 1년 내내 유지할 수 있게 허용한다.
지금 미국 대부분의 주는 3월에 시계를 1시간 앞당겼다가 11월에 되돌린다. 이 법이 최종 시행되면 미국은 3월부터 11월까지 쓰던 그 시간대(연중 서머타임)로 굳어진다. 하와이와 애리조나주 대부분은 원래 서머타임을 쓰지 않는다.
다음 관문은 상원
법안을 발의한 사람은 번 뷰캐넌 하원의원이다. 플로리다주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소속으로, 2025년 1월 이 법안을 처음 냈다. 그는 시계 변경이 “아무 이유 없이” 일정을 어지럽힌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간다. 상원에는 같은 내용의 법안이 이미 올라와 있다. 역시 플로리다주 공화당 소속인 릭 스콧 상원의원이 2025년 1월 발의해 둔 것이다.
다만 상원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불확실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상원은 2022년에도 연중 서머타임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적이 있다. 그때는 정반대였다. 상원은 통과시켰는데 하원이 막아 그대로 폐기됐다.
이 사건의 배경
역사적 배경: 이미 한 번 되돌린 실험
서머타임은 그리 자연스러운 제도가 아니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때 저녁 햇빛을 늘리고 연료를 아끼려고 이 제도를 처음 들였다. 농민들이 싫어해 전쟁이 끝나자 폐지됐고, 2차 세계대전 때 다시 살아났다. 1966년에는 전국적으로 시계 변경을 표준화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1974년이다. 미국은 그해 연중 서머타임을 잠깐 시행했다. 그런데 겨울철 아침이 너무 어두워지자 여론이 들끓었고, 의회는 결국 이를 되돌렸다. 지금 반대하는 쪽이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가 바로 이 실패의 기억이다.
참고로 서머타임은 세계적으로도 소수파다. 전 세계 국가의 약 3분의 1만 어떤 형태로든 서머타임을 쓰고, 그 대부분은 유럽에 몰려 있다.
이해관계 구도: 정당이 아니라 지역이 갈랐다
이번 표결의 진짜 특징은 여기 있다. 찬반이 공화당 대 민주당으로 깔끔하게 갈리지 않았다.
해안과 도시 지역 의원들은 대체로 찬성했다. 저녁 햇빛이 길어지면 관광과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서부와 농업 지역 의원들은 우려했다. 겨울 아침이 늦게 밝으면 통학·통근이 위험해지고, 농사 일정과도 부딪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표는 정당보다 지역과 생활방식을 따라 갈렸다.
왜 지금인가: 트럼프가 밀어붙였다
시점을 만든 건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시계 변경 폐지를 공언해 왔다. 표결 당일 백악관은 의회 사무실에 내부 메모를 돌려 이 법을 “인기 있는 상식적 개혁”이라 부르며 지지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5월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적기도 했다.
“이제 사람들이 ‘시계’ 걱정을 멈출 때다. 이 우스꽝스러운 연 2회 행사에 들어가는 노력과 돈은 말할 것도 없다. 공화당에도 아주 좋은 ‘승리’가 될 것이다. 받아들여라!”
이미 약 20개 주가 연방이 허용만 하면 곧바로 연중 서머타임을 시행하겠다는 법을 통과시켜 둔 상태다. 밑작업은 끝나 있었고, 연방 의회의 결정만 남아 있던 셈이다.
Q&A로 짚어보기
Q1. 통과됐다는데, 이제 시계를 안 바꿔도 되나요?
아직 아니다. 이번엔 하원만 넘었을 뿐이다.
법이 실제로 효력을 가지려면 상원도 같은 법을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자기 책상에 오르면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관문은 전망이 불확실한 상원이다.
Q2. 연중 서머타임이 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저녁에 해가 더 오래 떠 있게 된다. 그만큼 아침은 늦게 밝는다.
반대 측은 이 지점을 걱정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철 일출이 오전 9시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깜깜한 새벽에 아이들이 등교하고 어른들이 출근해야 한다는 우려다.
Q3. 왜 민주당 지도부가 반대표를 던졌나요?
이 사안이 좌우 대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는 반대표를 던졌다. 뉴욕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의 최고위 지도부다. 반면 공화당에서도 22명이 반대했다. 표심을 가른 건 정당이 아니라 사는 지역이었다.
Q4. 그럼 시계 바꾸기 자체는 인기가 있나요?
없다. 오히려 반대가 훨씬 많다.
2025년 12월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지금처럼 1년에 두 번 시계를 바꾸는 방식에 찬성한 미국인은 12%에 그쳤다. 거의 절반이 반대했다. 다만 대안을 고를 때는 연중 서머타임 선호가 연중 표준시(겨울시간 고정)보다 14%포인트 앞섰다.
양측의 시각
찬성 측
시계를 그만 바꾸자는 쪽은 이 관행을 “불필요한 의식”으로 본다. 일상과 수면, 아이들 스케줄을 헝클어뜨린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주 공화당 소속 캣 캐맥 하원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표결 과정에서 찬성 발언을 주도했다. 자신의 갓난 아들 수면 스케줄이 시계 변경으로 얼마나 흐트러졌는지도 털어놨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시계를 앞당기고 되돌리는 이 의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다. 일상을 흩트리고 수면을 망치며 전국 가정에 불필요한 불편을 주는데도 말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매년 3월과 11월 미국인들에게 시계를 다시 맞추라고 요구하는 걸 멈추자. 확실함과 일관성, 그리고 하루의 끝에 조금 더 많은 햇빛을 주자.”
같은 플로리다주 공화당 소속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하원의원은 저녁 햇빛의 경제 효과를 강조했다. “저녁 햇빛이 늘어난다는 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지역 식당과 상점을 즐길 시간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상식이다. 이제 해내자.” 아이들의 일상, 통근 안전, 관광과 야외활동에 두루 도움이 된다는 게 찬성 측의 논거다.
반대 측
우려하는 쪽은 “속도를 늦추자”고 말한다. 논거의 중심에는 과학과 건강이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 소속 메리 게이 스캔런 하원의원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연중 표준시(겨울시간 고정)를 지지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모든 미국인에게 영향을 주는 영구적 변화를 만들려면, 과학을 따르고 미국인의 건강, 특히 아이들의 건강을 우선해야 한다.”
그는 연중 서머타임이 되면 겨울철 아침 통학길이 어두워진다고 걱정했다. 1974년 미국이 연중 서머타임을 시도했다가 되돌린 전례도 다시 꺼냈다. 아침에 빛이 많은 표준시가 생체리듬(몸의 하루 주기)에 더 맞는다는 건강 전문가들의 견해도 반대 측 근거다.
농업 지역의 사정도 있다. 새벽에 일을 시작하는 농민들에게 늦은 일출은 곧 작업 일정과의 충돌을 뜻한다. 공화당 안에서도 중서부와 농업 지역 의원 22명이 반대로 돌아선 이유다.
전망: 왜 중요한가
당장 지켜볼 곳은 상원이다. 하원은 넘었지만, 상원의 셈법은 다르다. 2022년엔 정반대로 상원이 통과시키고 하원이 막았다. 이번엔 그 반대의 그림이 나올지가 관건이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이 사안이 그리는 정치 지형이다. 찬성도 반대도 진영을 가로질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밀고 공화당 다수가 따랐지만, 같은 당 22명이 등을 돌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반대했지만 민주당 표는 반으로 쪼개졌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겨울 아침의 어둠과 저녁의 햇빛, 미국은 어느 쪽을 택할까. 그 선택이 상원에서 판가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