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시 청문회에서 왜 잭 스미스가 소환됐나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토드 블랑시의 법무장관 인준 청문회. 그런데 정작 도마에 오른 건 트럼프를 수사했던 전 특검 잭 스미스였다. 의원 44명의 문자메시지를 몰래 확보했다는 의혹이 청문회장을 흔들었다.
워싱턴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장. 법무장관 후보 토드 블랑시가 증인석에 앉았다. 자기 인준을 받으러 나온 자리였다.
그런데 공화당 의원들이 겨눈 칼끝은 그가 아니었다. 이 자리에 없는 한 사람, 잭 스미스로 향했다.
무슨 일인가
트럼프의 변호사가 장관 자리에 도전하다
2026년 7월 15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가 토드 블랑시의 법무장관 인준 청문회를 열었다.
블랑시는 지금 법무부 장관 대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정식 장관으로 지명했고, 이날 청문회가 그 관문이었다.
블랑시의 이력은 화려하다기보다 논쟁적이다. 그는 원래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다. 2024년 뉴욕에서 열린 트럼프의 ‘입막음돈(hush money)’ 재판에서 변호를 맡았다. 그 재판에서 트럼프는 34개 혐의 전부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후 블랑시는 2025년 3월 상원 인준을 거쳐 법무부 차관, 즉 서열 2위에 올랐다. 그리고 2026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팸 본디 당시 법무장관을 경질하면서 장관 대행 자리를 넘겨받았다.
청문회는 예상대로 팽팽했다. 민주당은 하루 종일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게다가 공화당의 상원 다수는 아슬아슬하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의원이 건강 문제로 결원 상태라, 블랑시로서는 이탈표를 감당할 여유가 크지 않다.
화살이 잭 스미스에게 꽂혔다
청문회 중반, 흐름이 뒤집혔다. 공화당 의원들이 전 특검 잭 스미스를 끌고 나온 것이다.
잭 스미스는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를 수사했던 전 연방 특별검사다. 한때 트럼프를 겨눴던 그가, 이번엔 반대로 수사 대상으로 소환됐다.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은 이렇다. 스미스의 수사팀이 현직·전직 연방의원 44명의 문자메시지를 확보해 열람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특권 자료를 걸러내는 내부 절차인 ‘필터팀(filter team)’ 검토를 건너뛰고서.
루이지애나주 공화당 상원의원 존 케네디가 먼저 치고 나왔다. 그는 블랑시에게 스미스가 자신의 이메일을 열람했는지, 그 자료가 어떻게 수집됐는지, 당시 법무장관이던 메릭 갈런드에게 공유됐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이오와주 공화당 상원의원 척 그래슬리는 근거를 댔다. 스미스 수사팀이 필터팀 검토를 건너뛴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슬리 사무실은 성명에서 “필터팀을 건너뛰는 것은 변호사·의뢰인 특권 등 추가적인 특권 고려를 회피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미주리주 공화당 상원의원 에릭 슈미트는 한발 더 나갔다. 스미스가 예전에 선서 하에 “통화 기록만 갖고 있다”고 증언했는데, 이번에 드러난 증거와 모순된다는 것이다. 슈미트는 위증(perjury)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블랑시는 신중하게 받았다. “견제와 균형은 언제나 작동해야 한다”며 보호되는 통신 기록에 대한 무단 접근을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법무부가 이 문제를 조사 중이라고 확인했다.
엡스타인 파일을 놓고 붙었다
민주당의 창끝은 다른 곳을 겨눴다.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이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딕 더빈이 블랑시를 몰아붙였다. 더빈은 법무부의 엡스타인 파일 처리를 집중 추궁하며, 30일 안에 엡스타인 피해자 10명을 직접 만날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블랑시는 감정을 담아 답했다. “엡스타인의 모든 생존자, 모든 피해자에게 마음이 아프다”며 “이들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누구든 기소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더빈이 원한 건 약속이었다. “30일 안에 그들을 만날 것인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예, 아니오로 답하라.” 블랑시의 대답은 이랬다. “같은 방식으로 계속 답할 수밖에 없다.” 명확한 약속을 끝내 피한 것이다.
대신 블랑시는 엡스타인 수사 자체엔 강경했다. “종결된 수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오늘이든, 다음 주든, 다음 달이든 엡스타인 파일에서 수사·기소·처벌할 수 있는 인물이 확인되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법무부는 검토를 시작한 이래 피해자 30명 이상의 대리인과 접촉해왔다고 밝혔다.
독립성이라는 뇌관
민주당의 진짜 공격 지점은 따로 있었다. 블랑시 체제의 법무부가 백악관으로부터 독립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더빈은 직격했다. “법무부에서 18개월도 안 되는 동안, 당신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임을 보여줬다.” 그는 블랑시가 과거 “인사 문제와 무관하게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을 끌어와, 개인적 충성심이 기관의 독립성을 압도한다고 지적했다.
근거로 든 사실은 두 가지다. 하나는 트럼프에게 비판적이던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가 이 법무부에서 두 차례 기소된 점이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의 국세청(IRS) 상대 소송을 끝내는 합의의 일환으로 법무부가 설치하기로 했던 18억 달러(약 2조4천억원) 규모의 ‘반(反)무기화 기금’이다.
블랑시는 이 기금이 “죽었다”고 여러 번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트럼프 측이 이를 서면으로 공식 포기한 적은 없다고 반박한다. 블랑시는 청문회에서 방어의 핵심 문장을 던졌다. “우리는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이 사건의 배경
역사적 배경
이 청문회를 이해하려면 두 사람의 궤적을 봐야 한다. 블랑시와 잭 스미스다.
블랑시는 트럼프의 법정 변호인에서 미국 법무부 서열 2위를 거쳐 장관 후보까지 올랐다. 개인 변호사가 그 나라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 자리를 노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민주당이 “당신은 아직도 대통령의 변호사”라고 공격하는 배경이다.
잭 스미스는 정반대 위치에 있었다. 그는 특별검사로서 트럼프를 수사한 인물이다.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가 그 대상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 청문회에서 수사하던 사람에서 수사받는 사람으로 처지가 뒤집혔다.
이해관계 구도
표 계산이 이 청문회를 지배한다.
공화당은 상원 다수이긴 하나 아슬아슬하다. 매코널 의원의 결원으로 표차는 더 좁아졌다. 블랑시는 공화당 안에서 단 몇 표만 이탈해도 위태롭다.
흥미로운 대목은 반무기화 기금 논란에 공화당 일부도 반발했다는 점이다. 이 반발이 블랑시가 결국 기금을 폐기하기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논란이 최종 인준 표결을 얼마나 흔들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민주당은 표로 막기 어렵다는 걸 안다. 그래서 청문회를 여론전의 무대로 삼았다. 블랑시의 독립성, 엡스타인 파일, 피해자 면담 약속을 물고 늘어진 이유다.
왜 지금 벌어졌나
블랑시는 지금 ‘대행’이다. 정식 장관이 되려면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청문회가 지금 열린 이유다.
여기에 엡스타인 피해자들이 움직였다. 대표적 인물이 대니 벤스키다. 뉴저지 교외에 사는 무용수 출신으로, 2004년 17세 때부터 엡스타인의 뉴욕 펜트하우스에서 학대를 당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생존자다. 현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벤스키는 엡스타인 학대 생존자 약 15명 그룹의 한 명이다. 이들은 블랑시의 인준을 저지하려 활동해왔고, 벤스키는 이번 청문회에 인준 반대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는 이 싸움의 무게를 이렇게 표현했다. “희망적이던 것이 이제는 전사의 마음가짐으로 바뀌었다. 싸움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Q&A로 짚어보기
Q1.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결국 무엇인가
두 축이다. 하나는 블랑시가 법무장관으로서 백악관에서 독립적일 수 있느냐다. 다른 하나는 전 특검 잭 스미스가 트럼프 수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켰느냐다. 공화당은 후자를, 민주당은 전자를 파고들었다.
Q2. 잭 스미스 문자메시지 논란이 왜 중요한가
공화당은 스미스 수사팀이 의원 44명의 문자메시지를 확보하면서 특권 자료 보호 절차인 ‘필터팀’ 검토를 건너뛰었다고 본다. 사실이라면 트럼프와 측근을 겨눴던 수사 자체가 위법적이었다는 서사로 이어질 수 있다. 슈미트 의원은 스미스의 과거 증언과 모순된다며 위증 가능성까지 꺼냈다.
Q3. ‘필터팀’이 뭔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 중 변호사·의뢰인 특권 같은 보호 대상 정보를 걸러내는 내부 검토 절차다. 이 절차를 거쳐야 수사팀이 봐선 안 될 자료를 실수로 열람하는 걸 막는다. 공화당은 스미스팀이 이 검토를 건너뛰었다고 주장한다.
Q4. 블랑시는 엡스타인 파일에 대해 뭐라고 했나
“종결된 수사는 없다”고 했다. 새로운 용의자가 확인되면 반드시 수사·기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더빈이 요구한 ‘30일 내 피해자 10명 면담’에는 명확히 확답하지 않고 말을 흐렸다.
Q5. 인준은 통과될까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공화당이 근소한 다수라 이탈표가 관건이다. 반무기화 기금 논란에 공화당 일부도 반발한 전례가 있어, 최종 표결까지 변수가 남아 있다.
양측의 시각
이번 청문회는 실제 발언과 성명에 근거한 진짜 정치 대결이다. 지어낸 대립이 아니다.
보수·우파의 시각
공화당은 이번 청문회의 진짜 스캔들이 블랑시가 아니라 잭 스미스라고 본다.
케네디, 그래슬리, 슈미트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스미스 수사팀이 의원 44명의 문자메시지를 절차를 어기고 확보했다며 강하게 문제 삼았다. 그래슬리는 필터팀을 건너뛴 기록이 있다고 했고, 슈미트는 스미스의 과거 증언과 모순된다며 위증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는 그동안 트럼프와 측근을 겨눈 수사가 실제로는 위법적이었다는 서사로 이어진다.
블랑시는 이 문제를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엡스타인 수사에 대해서도 “종결된 수사는 없다”며 새 용의자가 나오면 반드시 기소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진보·좌파의 시각
민주당은 블랑시가 법무장관이 아니라 여전히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한다.
더빈은 “18개월도 안 되는 동안 당신은 여전히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임을 보여줬다”고 직격했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애덤 시프도 인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근거는 세 가지다. 트럼프에게 비판적이던 코미 전 FBI 국장의 이중 기소, 트럼프를 세금 조사에서 보호하는 IRS 합의와 반무기화 기금 논란, 그리고 엡스타인 피해자 면담조차 명확히 확답하지 못한 태도다.
여기에 피해자들이 힘을 보탰다. 벤스키를 비롯한 엡스타인 생존자들이 블랑시의 인준 반대 증인으로 직접 나섰다. 함께 활동하는 생존자 애니 파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세부 사항에 매몰돼 한 사건에만 집중한다. 이건 더 큰 문제의 일부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피해자들은 이 싸움이 한 인물의 인준을 넘어선 문제라고 본다.
전망: 왜 중요한가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인준 표결이다. 공화당이 근소한 다수인 데다 매코널 의원이 결원 상태라 이탈표 하나하나가 무겁다. 반무기화 기금에 공화당 일부가 반발했던 만큼, 최종 표결까지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다.
둘째, 잭 스미스 조사의 향방이다. 블랑시는 법무부가 문자메시지 확보 논란을 조사 중이라고 확인했다. 이 조사가 실제로 어디까지 가는지, 슈미트가 꺼낸 위증 주장이 근거를 얻는지가 관건이다. 수사하던 특검이 거꾸로 수사받는 국면이 현실이 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셋째, 엡스타인 파일이다. 블랑시는 “종결된 수사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 면담 약속은 흐렸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피해자들의 반대 운동이 인준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