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검찰 수사권 지우려다 민주당이 갈라섰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려는 민주당 안을 두고 여야는 물론 여당 내부까지 정면충돌했다. 완전 폐지론자였던 박지원 의원마저 예외 존치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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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부 남기자는 법안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의 얘기다. “어제부터 문자를 많이 받고 있다.” 그는 이걸 두고 “좌표를 찍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편이 같은 편을 겨눴다. SNS에는 그 법안에 서명한 의원들의 실명과 지역구가 나열됐다. 그 아래엔 “낙선 운동을 벌이자”, “공천 때 다 날리자” 같은 댓글이 붙었다. 검찰개혁을 완성하려던 여당이 스스로를 향해 칼을 겨눴다.

7월 15일, 검찰의 마지막 수사 권한을 둘러싼 싸움이 한꺼번에 터졌다.

무슨 일인가

무엇을 없애려는 건가

민주당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다.

보완수사권이 뭔가.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을 때(송치), 검사가 그 수사가 부족하다고 보면 직접 더 파거나 경찰에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는 7월 9일,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규정한 조항 자체를 지우는 개정안을 냈다. 이 안대로면 검사는 경찰이 넘긴 사건이 부실해도 직접 손댈 수 없다. 경찰에 “다시 수사하라”고 요구만 할 수 있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한 달 안에 끝내야 한다.

왜 하필 지금인가

이 문제가 급한 이유는 날짜에 있다. 올해 10월 2일, 검찰청이 사라진다. 대신 기소만 맡는 공소청,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 중대범죄수사청(행정안전부 소속)이 들어선다. 보완수사권을 없앨지 남길지가 이 새 체제의 권한 배분을 가른다.

사방에서 터진 반발

7월 15일 하루에만 갈등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야당은 정면으로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보완수사권을 지금처럼 유지하는 법안, 그리고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을 아예 1년 늦춰 내년 10월 2일로 미루는 법안 등 3개를 묶어 당론으로 냈다. 이름은 ‘범죄 피해자 보호 3법’. 김기웅, 곽규택, 박충권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다.

여당 안에서도 균열이 생겼다. 홍기원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1명은 7월 14일, 성범죄와 스토킹, 아동과 노인 학대처럼 사회적 약자를 노린 범죄에는 검사의 보완수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별도 법안을 냈다. 하루 전 의원총회에선 발언한 의원 15명 가운데 10명이 “전면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박지원의 선회

가장 눈에 띈 건 박지원 의원이었다. 5선의 그는 원래 “보완수사권 절대 반대”, 즉 완전 폐지론자였다. 그런데 7월 15일 입장을 뒤집었다.

사회적 약자, 청소년, 여성 성범죄, 장애인 범죄에는 보완수사권을 갖는 것이 옳다.

이유는 이렇게 댔다. “정치를 국민을 보면서 하는데 우리 뜻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 생각이 중요하다.” 예외를 두자는 쪽으로 당내 분위기가 잡혀가느냐는 물음엔 “그렇게 잡혀간다고 본다”고 답했다.

강경파의 반격

강경 개혁파는 발끈했다. 정청래 전 대표가 의총 분위기를 다룬 기사를 SNS에 공유하자, 그 아래로 신중론 법안 서명자들의 실명과 지역구, 그리고 압박성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당내 일각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의 취지를 흐리거나 사실상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개혁을 “다시 흔들거나 좌초시킨다면 민주당은 역사 앞에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윤 전 최고위원은 더 셌다.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며 “‘보완’이든 ‘축소’든 ‘대안’이든, 검찰의 수사권을 남겨두는 것은 검찰개혁의 실패”라고 했다.

Q&A로 짚어보기

Q1. 보완수사권이 대체 뭐길래?

경찰이 검찰에 넘긴 사건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이다. 부실하다 싶으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이걸 없애면 검사는 경찰에 “다시 하라”고 요구만 할 수 있고 직접 손대지 못한다.

Q2. 왜 성범죄, 아동학대가 자꾸 나오나?

이 권한이 실제로 사회적 약자 사건에서 자주 쓰여왔다는 지적 때문이다. 성범죄, 아동과 노인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가 피해자 구제 통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신중론의 핵심 근거가 여기 있다.

Q3. 이건 여야 싸움인가?

아니다. 이게 이번 국면의 특이한 점이다. 전선이 여야를 가로지른다. 완전 폐지를 밀자는 쪽(민주당 강경파)과 예외를 두자는 쪽(국민의힘 더하기 민주당 신중론파 더하기 법무부)의 대결이다. 야당과 여당 신중론이 사실상 같은 자리에 섰다.

Q4. 그럼 정부는 어느 편인가?

법무부의 자리가 미묘하다. 정부의 공식 기조는 여전히 “폐지”다. 다만 세부 설계에선 피해자 보호 장치를 요구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논의될 게 많이 있어 보인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Q5. 10월 2일이 왜 중요한가?

그날 검찰청이 없어지고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쪼개지기 때문이다. 보완수사권 논의가 길어지면 이 출범 일정도 흔들린다. 국민의힘은 아예 준비가 미흡하다며 출범을 1년 미루자고 맞불을 놓은 상태다.

양측의 시각

찬성 측, 전면 폐지를 밀어붙인다

완전 폐지를 밀어붙이는 쪽은 민주당 강경 개혁파다. 명분은 검찰개혁의 완성이다.

논리는 단순하고 강경하다. 검찰에 수사권을 조금이라도 남기면 개혁은 실패라는 것이다. 보완이든 축소든 대안이든, 검찰의 수사권을 남겨두는 것은 검찰개혁의 실패다. 이성윤 전 최고위원의 말이다.

최민희 의원은 신중론 법안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홍기원 의원 대표발의 법안은 검찰 수사권 존치법안이었다.” 예외를 두자는 게 결국 검찰 수사권을 살려두는 것이라는 얘기다.

정청래 전 대표는 신중론이 퍼지는 상황을 두고 SNS에 “갑자기 왜 이런 분위기가 됐는지 우울합니다”라고 적었다. 강경파는 폐지가 “이미 밝힌 분명한 당론”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반대 측, 예외를 둬 남기자

반대 측은 진영이 섞여 있다. 국민의힘, 민주당 신중론파, 그리고 법무부다. 공통의 근거는 하나다.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성범죄와 아동학대 같은 약자 피해자 보호에 구멍이 생긴다는 것.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송치된 사건을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그는 이를 “전건송치에 버금가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충분히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도 결이 비슷하다. 정성호 장관은 이날 법사위에서 구체적 수치를 들었다.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사건을 재수사 요청해 결론을 뒤집는 비율이 0.71%. “수십만 건 중 몇천 건이 넘는다”며 그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수사 현실을 냉정하게 봐 달라고 했다. 진짜 문제되는 건 정치 사건이 아니라 “주로 여성이 피해자인 성범죄, 아동과 노인, 장애인 학대 같은 사회적 약자 사건”이라는 것이다.

정 장관은 대안도 내놨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없어진 ‘전건송치’(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제도)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앨 거면 경찰을 통제할 다른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 신중론파도 가세했다. 다만 김남희 의원은 강경파의 동기를 겨냥했다. 폐지를 “강성 당원들에게 소구하려는 도구로 이용”하는 건 “정치인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 싸움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다. 그래서 어느 쪽도 물러서기 어렵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민주당이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못 박을 수 있느냐다. 지도부의 한 의원조차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파는 이미 폐지가 당론이라 주장하지만, 안에서 균열이 커지고 있다.

둘째, 10월 2일 시계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그날 문을 열 예정이다. 논의가 늘어지면 이 일정이 흔들린다. 국민의힘은 1년 연기 카드를 이미 꺼냈다.

셋째, 압박전이 어디까지 갈지다. 같은 당 의원의 실명과 지역구가 SNS에 오르고,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 이 내부 압박이 신중론을 눌러 앉힐지, 아니면 역풍을 부를지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건 하나다. 검찰의 수사권을 지우는 마지막 한 걸음 앞에서, 여당이 스스로 발이 묶였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5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1. 조선일보 檢보완수사권 존치...국힘, ‘범죄 피해자 보호 3법’ 발의
  2. 조선일보 정성호, 與 보완수사권 폐지안에 “논의할 게 많아 보여”
  3. 한겨레 보완수사권 폐지 신중론에…친청계 “속지 말라” 거센 반발
  4. 한겨레 정성호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때 경찰 통제 수단 전건송치 필요”
  5. 경향신문 ‘예외 두자’ 박지원도 선회...여당 내 신중론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