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러시아 그림자 함대가 흔들린다

우크라이나가 열흘 새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 136척을 드론으로 노렸다. 같은 새벽, 러시아의 보복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8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러시아#국제정세

7월 15일 새벽, 흑해와 아조프해의 검은 물살 위로 우크라이나 드론이 몰려들었다. 러시아 유조선 17척, 가스운반선 2척, 예인선 한 척이 차례로 표적이 됐다. 스무 척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오데사 상공에서는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지고 있었다.

바다에서 우크라이나가 치고, 육지에서 러시아가 되받았다. 하루 사이 두 전선이 동시에 불붙었다.

무슨 일인가

흑해를 덮친 스무 척의 밤

우크라이나군은 흑해에서 러시아 선박 20척을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유조선 17척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것은 훨씬 큰 그림의 한 장면일 뿐이다. 키이우 측은 지난 열흘간 흑해와 아조프해에서 러시아의 이른바 “그림자 함대”(대러 제재를 피해 원유와 화물을 나르는 유조선단)와 연계된 선박 136척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자평했다. 열흘 사이 136척이 노려진 셈이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는 아조프해 항로의 선박 운항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이 항로 하나가 러시아 곡물 수출량의 약 4분의 1을 처리한다. 별도로,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시설 인근에서 러시아 선박을 격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육지에서는 러시아의 보복

같은 새벽, 우크라이나에서는 최소 8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의 야간과 이른 아침 공습이 전역을 훑고 지나갔다.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오데사 지역을 이끄는 올레 키페르 수장은 텔레그램에 “대규모”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었다고 적었다. 오데사 일대가 공격받은 것은 이날로 닷새 연속이었다.

북동부 도시 수미에서는 유도활공폭탄이 떨어져 3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다. 수미 시장 권한대행 아르템 코브자르가 이를 알렸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와 자포리자 지역에서도 2명이 추가로 사상했다.

민간인 피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이 7월 14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6월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293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1990명이 다쳤다. 미사일과 드론 같은 장거리 무기가 사망 원인의 45%를 차지해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간 무기로 지목됐다. 감시단은 이런 무기로 인한 사상자 대부분이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키이우, 드니프로 같은 도심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키이우 안에서도 지각변동

전선 밖 우크라이나 정치도 흔들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율리야 스비리덴코 총리를 취임 1년도 안 돼 경질했다. 의회는 7월 14일 사임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의원은 경질 사유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후임으로는 국영 석유가스회사 나프토가즈를 이끄는 세르히 코레츠키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의회 인준 투표를 앞두고 있다.

7월 15일 오전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키이우를 찾았다.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방위산업 협력,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 사건의 배경

왜 바다에서 싸우나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그 뒤로 전쟁은 육지뿐 아니라 바다로도 번졌다.

핵심은 돈줄이다. 우크라이나가 노린 그림자 함대는 서방의 제재를 피해 러시아의 원유와 화물을 실어 나르는 유조선단을 가리킨다. 이 배들이 움직여야 러시아로 외화가 들어온다. 곡물 역시 마찬가지다. 아조프해 항로가 막히면 러시아 곡물 수출의 4분의 1이 발이 묶인다. 키이우는 총이 아니라 러시아의 지갑을 겨누고 있다.

아조프해와 크림반도

아조프해는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사이에 낀 바다다. 우크라이나가 이 일대 러시아 선박을 집중적으로 두들긴 이유가 여기 있다.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조이면 러시아의 보급과 경제가 함께 눌린다.

반대로 러시아의 최근 공격은 오데사 일대의 흑해 심해항을 겨눠 왔다. 이 항구들은 우크라이나 곡물을 비롯한 화물의 상당량을 처리하는, 전시 경제의 생명선이다. 서로 상대의 항구를 때리는 구도다.

왜 하필 지금 정치가 흔들리나

바다에서 성과를 내는 순간, 키이우 내부에서는 총리가 바뀌었다. 전쟁 수행과 방위산업, EU 가입 협상이 걸린 시점에 지도부가 재편되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의 방문도 이 맥락 위에 놓인다.

Q&A로 짚어보기

Q1. “그림자 함대”가 대체 뭔가

서방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죄기 위해 원유 수출 등에 제재를 걸어 놓았다. 그림자 함대는 이 제재를 피해 몰래 원유와 화물을 실어 나르는 유조선 무리를 부르는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열흘간 이 선단과 연계된 선박 136척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Q2. 아조프해 항로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이 항로 하나가 러시아 곡물 수출량의 약 4분의 1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의 공격 탓에 러시아는 이 항로의 선박 운항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Q3. 우크라이나 총리는 왜 갑자기 바뀌었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스비리덴코 총리를 취임 1년도 안 돼 경질했고, 의회가 7월 14일 사임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일부 의원은 경질 사유 설명이 부족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후임으로는 나프토가즈 대표 세르히 코레츠키가 유력하다.

Q4. 폰데어라이엔은 키이우에서 무엇을 논의했나

7월 15일 오전 키이우를 방문해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방위산업 협력,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를 논의했다.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도 유럽과의 통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양측의 시각

같은 사건을 두고 전쟁 당사자의 설명은 정면으로 엇갈린다.

우크라이나 측 시각

우크라이나는 이번 작전이 러시아의 돈줄인 그림자 함대를 겨눈 정밀한 공격이라고 본다. 열흘간 136척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자체 집계가 그 근거다.

민간 피해를 놓고는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한다. 올레 키페르 오데사 지역 수장은 러시아가 민간인 거주지를 고의로 노렸다고 주장했다. 주거용 건물과 비주거 건물, 가스관이 타격당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측 시각

러시아 국방부는 민간이 아니라 군사와 경제 표적을 쳤다는 입장이다. 오데사 공격에 대해 “석유와 오일, 윤활유 하역에 쓰이는 항만 시설을 의도적으로 타격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별도로 “군사 장비 제조와 화물 운송에 관련된 시설을 타격했다”고도 주장했다. 즉 자신들이 노린 것은 주거지가 아니라 전쟁과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 시설이라는 설명이다. 두 주장 사이의 간극은 아직 독립적으로 메워지지 않았다.

전망: 왜 중요한가

바다에서 벌어진 이 공방은 곡물값과 유가처럼 우리 일상과 닿은 숫자로 되돌아올 수 있다. 러시아 곡물 수출의 4분의 1을 처리하는 아조프해 항로가 얼마나 오래 묶이느냐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는 확전 여부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경제 동맥을 계속 조이고, 러시아가 오데사 항구를 계속 때린다면, 민간 피해와 보복의 악순환이 깊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키이우의 내부 안정이다. 새 총리 인준과 EU 가입 협상, 방위산업 협력이 맞물린 시점에 지도부가 흔들린다는 점은 지켜볼 대목이다. 어느 쪽도 아직 결말이 정해지지 않았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4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BBC World Russian attacks kill eight as Ukraine hits Black Sea oil tankers
  2. Al Jazeera Ukraine strikes 20 Russian vessels
  3. NYT World Ukraine Pounds Russian Ships in Its Campaign to Cut Off Crimea
  4. WSJ World Ukraine Sea Drone Sinks Russian Ship Near Compound Said to Be Linked to Pu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