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감사한 감사관의 육아휴직이 막혔다
서해 공무원 사건을 감사했던 감사관이 낸 6개월 육아휴직을 감사원이 17일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불허했다. 국민의힘은 정치보복이라 반발하고, 감사원은 조사 회피 우려를 든다.
한 감사관이 아이를 키우겠다며 6개월짜리 육아휴직을 냈다. 돌아온 답은 딱 17일. 7월 1일부터 17일까지만 쉬라는 것이었다.
그 17일이 끝난 다음 날, 이 결정이 세상에 알려졌다. 감사관의 이름 앞에는 낯선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문재인 정부를 감사했던 사람, 그리고 지금은 스스로 고발당해 조사를 받는 사람.
무슨 일인가
육아휴직 6개월 신청, 17일만 허용
감사원이 소속 A 감사관의 육아휴직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기로 의결했다. A 감사관이 낸 기간은 6개월이었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이달 1일부터 17일까지 17일간만 휴직을 허용했다. 나머지 기간은 불허했다.
A 감사관은 누구인가
A 감사관은 지난 정부를 겨눈 굵직한 감사를 맡아온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왜곡 의혹’ 감사를 담당했다. ‘통계 조작 의혹’ 감사도 그의 손을 거쳤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2020년 문재인 정부 시기에 벌어졌다.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됐고, 이후 그 처리와 왜곡 의혹을 두고 감사원 감사가 이어졌다.
감사하던 사람이 조사받는 처지로
그런데 지금 A 감사관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지난해 11월, 그는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됐다. 현재는 감사원 자체 태스크포스(TF)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전 정권을 감사하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이 조사 대상이 됐다. 바로 그 지점에서 육아휴직 불허를 둘러싼 해석이 정면으로 갈린다.
Q&A로 짚어보기
Q1. 감사원은 왜 육아휴직을 막았나
감사원은 이번 신청이 순수한 육아 목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목적이 육아가 아닌 조사·수사 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육아휴직 요건, 곧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A 감사관이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돼 조사를 받는 상황이라는 점이 이 판단의 배경이다.
Q2. 국민의힘은 왜 반발하나
야권은 이를 전 정권 감사에 대한 보복으로 본다. 감사를 정당하게 수행했다는 이유로 감사관을 압박하고, 자녀 양육까지 볼모로 삼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육아휴직은 기관장이 마음대로 거부할 수 없는 ‘의무 사항’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Q3. 육아휴직은 원래 거부할 수 있나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이 바로 여기다. 한쪽은 육아휴직을 노동자의 권리이자 기관의 의무로 본다. 다른 쪽은 조사 대상자가 조사를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본다.
같은 제도를 두고 ‘보장돼야 할 권리’와 ‘악용될 수 있는 통로’로 정반대의 해석이 부딪힌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Q4. 왜 하필 지금 터졌나
전 정권을 겨눈 수사와 감사가 이어지는 국면에서 나온 사안이다. 정권이 문재인 정부에서 현재 이재명 정부로 바뀌었다. 그 사이 전 정권을 감사했던 인물이 고발과 조사, 그리고 휴직 불허까지 맞닥뜨린 상황이라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양측의 시각
감사원 측 (조사 회피 우려)
감사원은 이번 결정을 정상적인 복무·조사 관리로 본다.
핵심 논리는 하나다. A 감사관이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돼 조사를 받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낸 육아휴직이라 감사원은 주목적이 육아가 아니라 조사와 수사를 피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적 근거로는 국가공무원법상 육아휴직 요건을 든다.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신청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정치보복 주장)
국민의힘은 이번 조치를 전 정권 감사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한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 정권에 대한 감사를 정당하게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자의 목을 조르고 자녀 양육까지 사실상 볼모로 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육아휴직은 기관장이 임의로 거부할 수 없는 의무 사항”이라며 조치의 위법성을 문제 삼았다.
당사자인 A 감사관도 자신의 신청이 “불허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 사안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첫째는 제도의 문제다. 육아휴직은 어디까지 보장되는 권리이고, 어디부터 조사 회피 수단이 될 수 있는가. 조사 대상 공무원의 휴직을 기관이 제한할 수 있느냐는 앞으로도 반복될 쟁점이다.
둘째는 정치의 문제다. 전 정권을 감사했던 인물에 대한 조치가 정상적 복무 관리인지, 아니면 표적 압박인지를 두고 여야의 해석이 정면으로 맞선다.
지켜볼 지점은 분명하다. 군사기밀 누설 혐의 고발 사건과 감사원 TF 조사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다. 그 결과에 따라 이번 휴직 불허가 ‘합리적 판단’으로 읽힐지, ‘보복의 증거’로 읽힐지가 갈릴 수 있다. 지금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