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입에서 나온 “전면전” 한마디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 전면전 상태라고 선언하고 미군 전사자는 3명으로 늘었다. 걸프 전역으로 번지는 전선과 물밑 휴전 논의가 동시에 굴러간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서 “우리는 전면전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에게 각오를 요구했다. 더 많은 타격을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말을 꺼낸 사람은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이다. 지난해 취임한 그는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그런 그의 입에서 “미국과의 전면전”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같은 시각 미국은 9일 연속으로 밤하늘에 폭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이란 대통령의 “전면전” 선언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과 전면전(full-scale war)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말 자체가 무겁다. 국가 지도자가 특정 강대국과 “전면전”이라는 표현을 쓰는 일은 흔치 않다.
미군 전사자 3명으로
미군 사망자는 누적 3명으로 늘었다.
먼저 요르단의 미군 기지가 공격받아 2명이 전사하고 1명이 실종됐다. 이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가 발견됐다. 여기에 이라크 북부에서 미군 1명이 더 숨졌다. 격추된 이란 드론을 통제 폭파(controlled detonation)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미 국방부와 중부사령부(CENTCOM)가 발표했다.
미군은 이 손실 이후에도 야간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 9일 연속이었다.
트럼프 “여러 배로 갚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군을 살상한 데 대해 “여러 배로 갚게 될 것(pay many times over)“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군 지휘부에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이 손실을 “매우 슬픈 일(a very sad thing)“이라고 표현했다. 이란의 핵 야망에 맞서겠다는 뜻도 다시 확인했다.
전선이 걸프 전역으로
싸움은 이란 본토에만 머물지 않았다.
예멘의 무장세력 후티(Houthis)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세력이다. UAE 디바(Dibba) 인근에서는 선박 한 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바레인에서는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쿠웨이트는 이란이 자국 민간 시설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유가는 올랐다. 세계 원유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이어졌다.
그런데 물밑에서는 협상
전면전이라는 말과 9일 연속 폭격. 그런데 정반대의 움직임이 동시에 굴러가고 있었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중재자들을 통한 긴장 완화(de-escalation)와 휴전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쪽에서는 미사일이 날아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출구를 찾는 대화가 오간다.
이 사건의 배경
어떻게 시작됐나
이 전쟁의 방아쇠는 지난 2월 28일에 당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주요 전투작전”을 선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대규모 타격을 퍼부으며 전쟁이 시작됐다.
한 번 있었던 휴전의 틀
싸움이 계속 격해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6월 17일에는 60일짜리 협상 틀, 즉 양해각서가 마련됐다. 잠시 출구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 틀은 무너졌다. 최근 며칠 사이 확전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무엇이 걸려 있나
지금 이 충돌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한데 얽혀 있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다. 세계 원유 상당량이 지나는 좁은 바닷길이다. 둘째, 유가와 글로벌 해상 물류다. 셋째,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군의 안전이다. 넷째, 이란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다. 이 네 가지가 한 지점에서 동시에 부딪히고 있다.
Q&A로 짚어보기
Q1. “전면전”이라는 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페제시키안 대통령 본인의 발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란 지도자가 직접 미국과의 “전면전”을 언급했다. 다만 이 표현은 실제 전황 묘사인 동시에, 국민을 결집하고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결사항전과 압박이 섞인 말로 볼 수 있다.
Q2. 미군 3명은 어떻게 사망했나
장소와 상황이 각각 다르다.
요르단 기지 공격으로 2명이 전사했다. 실종됐던 1명은 이후 신원 미상 유해로 발견됐다. 이라크 북부에서는 미군 1명이 격추된 이란 드론을 폭파 처리하다 숨졌다. 미 국방부와 중부사령부가 이 내용을 발표했다.
Q3. 왜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까지 나오나
전선이 이란 밖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후티가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UAE 앞바다에서는 선박이 피격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바레인에서는 사이렌이 울렸고, 쿠웨이트는 이란의 민간 시설 공격을 주장했다. 걸프 전역이 긴장 속으로 들어갔다.
Q4. 미군 부상자를 감췄다는 보도는 뭔가
전사자와 별개로 부상자 문제가 불거졌다.
미 국방부가 이란전에서 나온 미군 부상자 수십 명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군 당국자는 부상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상 후 곧 복귀하는 경우가 그렇다고 했다. 은폐로 단정된 사안은 아니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부상자가 있었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Q5. 지금 협상은 정말 진행 중인가
외교관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렇다.
중재자들을 통한 긴장 완화와 휴전 논의가 실제로 오가고 있다. 폭격과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양측의 시각
강경 응징을 지지하는 쪽
이란이 미군을 죽인 이상 강하게 갚아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배로 갚겠다”는 발언이 이 입장을 대표한다. 9일 연속 이어진 공습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지금이야말로 이란의 핵 야망을 꺾을 기회라는 논리가 더해진다. 물러서면 더 큰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외교와 출구를 찾는 쪽
전면전이 미국을 끝없는 수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핵심 근거는 실제로 휴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 폭격 확대에 회의적인 시각이 이 진영에 흐른다. 앞서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폭격 확대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고, 조 켄트 등 일부 인사는 중동 철군을 주장해왔다. 이들이 보기에 페제시키안의 “전면전” 발언조차 협상 압박용 성격이 있다.
어느 쪽도 정답으로 못 박기 이르다. “전면전”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말이고, “여러 배로 갚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각 주장은 그 주체에게 귀속된다.
전망: 왜 중요한가
지금 이 사안은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전면전으로 더 타오를지, 협상으로 방향을 틀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미군의 9일 연속 공습이 며칠 더 이어지는지다. 폭격의 강도가 협상 국면을 좌우할 수 있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의 봉쇄 움직임이다. 유가와 세계 물류가 여기에 직접 걸려 있다.
셋째, 물밑 휴전 논의가 표면으로 올라오는지다. 폭격과 협상이 동시에 굴러가는 이 이상한 국면이 언제까지 유지될지가 관건이다.
한쪽에서는 미사일이, 다른 한쪽에서는 협상 테이블이 움직이고 있다. 다음 며칠이 어느 쪽 문을 열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