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이란엔 폭격, 사우디엔 농축의 문을 연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의 길을 열 수도 있는 30년 원자력 협정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농축은 공습으로 막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사우디아라비아#원자력#핵확산#중동

한쪽에서는 폭격기가 뜬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향해 9일째 공습이 이어진다. 그런데 같은 워싱턴의 책상 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또 다른 문서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땅에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는 협정이다.

이란엔 농축 불가, 사우디엔 농축 가능. 같은 대통령, 같은 주(週)에 나온 두 개의 얼굴이다.

무슨 일인가

30년짜리 원자력 협정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30년 민간 원자력 협정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관리들을 인용한 보도가 나왔고, 별도의 소식통 2명도 이를 확인했다.

이 협정으로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원전 인프라를 짓게 된다. 사우디로서는 오랜 숙원인 원자력 발전을 미국 기술로 시작하는 셈이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르면 이번 주 수요일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해졌다.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미국 관리들의 전언에 근거한 단계라는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된 한 대목

협정의 핵심 쟁점은 우라늄 농축이다.

내용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가 함께 핵연료 생산의 경제성을 연구한다. 그 뒤 사우디가 자국 영토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플루토늄을 재처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농축에는 일정한 조건이 붙었다고 한다. 다만 그 조건의 세부 내용은 아직 불명확하다. 한 소식통은 이번 협정을 두고 미국 원자력 협력 협정으로서는 “전례 없는(unprecedented)”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왜 이게 위험 신호인가

우라늄 농축 기술 자체는 원전 연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문제는 이 기술을 더 밀어붙이면 핵무기 원료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낮은 농도로 농축하면 발전소 연료다. 농도를 계속 높이면 폭탄이 된다. 같은 원심분리기, 다른 결과다. 그래서 농축 능력이 새 나라로 퍼질 때마다 국제사회는 핵확산(핵무기가 여러 나라로 번지는 것)을 걱정한다.

이 사건의 배경

왜 지금, 하필 이 타이밍인가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사실상 전쟁 수준의 무력 충돌을 벌이는 중이다. 9일 넘게 이란의 핵 시설을 겨냥한 공습이 이어졌다.

명분은 하나다.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해 핵무기로 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

바로 그 시점에, 사우디에는 농축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 협정이 승인됐다. 이 절묘한 대비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에너지 계약 이상으로 만든다.

무함마드 빈 살만이라는 변수

사우디의 실권자는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다. 국왕을 대신해 사실상 나라를 이끄는 인물이고, 사우디의 외교와 경제 대전환을 주도해 왔다.

그가 과거에 남긴 발언이 이번 협정의 무게를 키운다. MBS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면, 사우디도 의심의 여지 없이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중동에서 한 나라가 핵을 가지면 이웃 나라도 뒤따를 수 있다는 이른바 ‘핵 도미노’ 우려. 이 발언이 바로 그 우려의 뿌리다.

이 협정은 ‘123 협정’이다

이번 협정은 미국법상 ‘123 협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원자력 기술과 물질을 다른 나라의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에 넘기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법적 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일 내로 이 협정을 미국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앞으로의 관문이 된다.

빠져 있는 것들

무엇이 담겼는지만큼, 무엇이 빠졌는지도 논란이다.

이번 협정에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국교 수립)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미국은 사우디의 원전 협력을 이스라엘과의 수교와 묶으려는 흐름이 있었다. 그 연결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와 관련한 우려도 나온다. 핵물질이 무기로 새지 않도록 감시하는 장치가 충분히 담겼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Q&A로 짚어보기

Q1. 이 협정이 확정된 건가요?

아직 아니다. 미국 관리들의 전언과 소식통을 근거로 한 보도 단계다.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고, 이르면 이번 주 수요일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해졌다. 세부 조건도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Q2. 사우디가 곧바로 농축을 시작하나요?

그렇지 않다. 협정 내용은 미국과 사우디가 먼저 핵연료 생산의 경제성을 함께 연구하도록 돼 있다. 그 뒤에 농축이나 재처리를 허용할 수 있다는 구조다. 농축에는 조건이 붙었다고 하지만, 어떤 조건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Q3. 농축이 곧 핵무기라는 뜻인가요?

아니다. 농축 기술은 원전 연료를 만드는 정상적인 방법이다. 다만 농도를 크게 높이면 무기로도 쓸 수 있어서, 잠재적 위험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핵무기로 이어진다”는 것은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우려이자 전망이다.

Q4. 왜 이란과 비교되나요?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이란의 농축을 막겠다며 공습까지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 사우디에는 농축 가능성을 열어줬다. 같은 기술을 두고 한쪽은 전쟁으로 막고 다른 쪽은 허용한다는 점에서 이중 잣대 논란이 나온다.

양측의 시각

협정을 지지하는 쪽

트럼프 행정부와 협정 옹호론은 이를 전략적 성과로 본다.

사우디는 어차피 원자력 발전으로 가려 한다. 그렇다면 미국 기술과 규범의 틀 안에 묶어두는 편이 오히려 통제에 낫다는 논리다. 사우디가 다른 나라 기술로 눈을 돌리는 것보다, 미국이 관리 범위 안에 두는 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미국 원자력 산업에는 거대한 사업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기업들이 30년에 걸쳐 사우디 원전을 짓는다. 사우디 왕국에도 오랜 숙원을 푸는 큰 승리다.

협정을 우려하는 쪽

비판론의 핵심은 핵확산이다.

우라늄 농축 능력이 새 나라로 퍼지면 중동 핵무장 도미노를 촉발할 수 있다. MBS가 “이란이 만들면 우리도 만든다”고 했던 만큼, 사우디의 농축 능력은 언제든 무기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경계다.

일관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란에는 농축을 막으려 전쟁까지 하면서 사우디에는 허용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의 정상화 조건이 빠지고, IAEA 안전장치에 대한 의문까지 겹친다. 확산을 막을 장치가 부족한 채 문만 열었다는 우려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 협정은 아직 종이 위에 있다. 공식 발표도, 세부 조건 공개도 남았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의회의 반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일 내 제출할 이 협정을 의회가 그대로 통과시킬지, 농축 조항에 제동을 걸지가 관건이다.

둘째, 농축 조건의 실체다. “일정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따라 이 협정은 안전한 원전 계약이 될 수도, 확산의 문이 될 수도 있다.

셋째, 이란 국면과의 연동이다. 한쪽에서 농축을 폭격으로 막는 대통령이 다른 쪽에는 농축의 길을 여는 그림. 이 모순을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협정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중동의 핵 지도가 이번 서명 한 장에서 다시 그려질 수 있다. 그래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이 문서를, 지금부터 지켜봐야 한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6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AP News Trump approves nuclear agreement that may allow Saudi Arabia to enrich uranium, 2 AP sources say
  2. The New York Times Iran War Live Updates: Trump approved Saudi nuclear agreement, WSJ reports
  3. The Guardian Trump reportedly approved deal for US firms to build Saudi civilian nuclear program
  4. The Jerusalem Post US-Saudi nuclear deal makes no mention of normalization with Israel, IAEA safeguards
  5. Firstpost Trump approves nuclear deal with Saudi Arabia. Here's what is in 30-year agreement
  6. The Indian Express Trump approves nuclear deal with Saudi Arabia, a big win for the King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