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시위에 밀린 젤렌스키, 결국 총사령관을 잘랐다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이 거리로 나온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군 최고사령관을 해임했다. 인기 국방장관 경질이 부른 나흘간의 소용돌이다.

#우크라이나#젤렌스키#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국제정세

키이우 광장의 밤은 촛불과 구호로 가득했다. 러시아군 드론이 언제 다시 하늘을 가를지 모르는 도시에서, 수천 명이 방공호가 아니라 거리로 나왔다. 그들이 외친 이름은 두 개였다. 돌려달라는 이름 하나, 물러나라는 이름 하나.

나흘 뒤, 대통령이 답했다.

전쟁 중인 나라의 대통령이 시민의 함성에 밀려 군 최고사령관을 잘랐다.

무슨 일인가

대통령이 군 수장을 교체했다

7월 2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 최고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Oleksandr Syrskyi) 장군을 해임했다. 시르스키는 우크라이나군 전체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이었다.

후임은 미하일로 드라파티(Mykhailo Drapatyi) 장군이다. 그는 그동안 합동군사령관(여러 부대를 묶어 지휘하는 자리)을 맡아 왔다.

전선이 그대로인데 군의 정점이 바뀌었다. 그것도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며칠간 이어진 시위 끝에 나왔다

이 결정은 조용한 서류 결재가 아니었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전국 여러 도시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며칠간 시위를 벌였고, 그 끝에 나온 조치였다.

젤렌스키는 지난 며칠간 군 지휘부와 여러 차례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총참모부(군의 최고 지휘 조직) 구조를 어떻게 다시 짤지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배경

발단은 인기 국방장관의 경질

불씨는 일주일 전에 튀었다. 젤렌스키가 국방장관 미하일로 페도로우(Mykhailo Fedorov)를 해임하면서다.

페도로우는 그냥 장관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전(drone warfare)’ 노선을 이끈 얼굴이었다. 값싼 무인기로 러시아의 물량을 상대한다는 이 전략은 전장에서 성과를 냈고, 페도로우 개인의 대중적 인기도 높았다.

그런 장관을 대통령이 자른 것이다.

왜 잘랐나, 그리고 왜 지금인가

젤렌스키가 든 이유는 갈등이었다. 페도로우 장관과 시르스키 총사령관 사이의 마찰이 점점 심해졌다는 것이다.

전쟁을 치르는 두 축이 서로 부딪치면 작전에 지장이 생긴다. 대통령은 그 매듭을 장관 교체로 풀려 했다.

하지만 여론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 그리고 뒤집힌 결말

페도로우 해임 소식에 시민들이 반발했다. 요구는 뚜렷했다.

  • 첫째, 페도로우 국방장관을 복귀시켜라.
  • 둘째, 인기 없는 시르스키 총사령관을 물러나게 하라.

시위대와 상당수 군인들은 페도로우가 밀어붙인 드론전 노선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봤다. 대통령이 자르려던 사람을 지키라 외치고, 대통령이 쓰던 사람을 치우라 외친 셈이다.

대통령은 장관을 지키라는 요구는 삼키고, 사령관을 치우라는 요구는 받아들였다.

그리고 반전이 하나 더 있다. 새 총사령관 드라파티는 앞서 젤렌스키의 페도로우 해임 결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다. 대통령이 시위대에 가까운 사람을 군 정점에 앉힌 것이다.

Q&A로 짚어보기

Q1. 전쟁 중에 군 수장을 바꾸는 게 그렇게 큰일인가

크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면전을 벌이는 중이다. 그 와중에 국방장관과 최고사령관이 잇따라 교체됐다. 군을 이끄는 두 자리가 짧은 시간에 흔들린 것이라 지휘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Q2.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정말 무능해서 잘린 건가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 ‘무능하다’, ‘인기 없다’는 평가는 시위대와 비판자들의 주장이다.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해석의 영역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두 가지다. 그가 인기 국방장관과 갈등을 빚었다는 점, 그리고 시위대의 퇴진 요구가 있었다는 점.

Q3. 젤렌스키는 왜 시위대 말을 들어줬나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진짜로 민심을 수용한 것일 수도 있고, 거센 정치적 압박을 피하려는 선택일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타협할 뜻을 내비쳤다고 전해졌다. 시위대가 목소리를 내면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오랜 전통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대통령의 속내를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Q4. 새 사령관 드라파티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합동군사령관을 맡아온 장군이다. 눈여겨볼 점은 그가 페도로우 장관 해임에 반대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결정에 이견을 냈던 사람을 군 최고 자리에 올린 셈이다.

양측의 시각

이 사안은 어느 한쪽이 옳다고 판정할 문제가 아니다. 양쪽 모두 전쟁에서 이기기를 바란다는 점은 같다. 갈리는 것은 방법이다.

시위대와 비판 진영의 시각

이들은 인기 국방장관 페도로우를 해임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본다. 페도로우가 세운 드론전 노선은 성과를 낸 전략이며, 전시에 유능한 지휘부를 흔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에 대해서는 진작 물러났어야 할 인물로 본다. 무능하고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검증된 사람은 지키고, 미덥지 못한 사람은 치우라는 요구다.

젤렌스키와 정부 진영의 시각

정부 측 설명은 다르다. 페도로우 장관과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갈등이 전쟁 수행에 지장을 줬고, 지휘구조를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여론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르스키를 해임하고, 시위대에 가까운 드라파티를 그 자리에 앉혔다. 정부는 이를 민심을 반영한 타협으로 본다.

한쪽은 “유능한 지휘부를 흔들지 말라”고 하고, 다른 쪽은 “갈등을 정리해야 전쟁을 이긴다”고 한다. 목표는 같고 길이 다르다.

전망: 왜 중요한가

지켜볼 지점은 몇 가지다.

첫째, 페도로우 국방장관 문제다. 시위대의 요구는 두 개였지만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은 사령관 교체 하나다. 페도로우 복귀 요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거리의 열기가 가라앉을지, 다시 타오를지 갈린다.

둘째, 새 지휘부의 전장 성적표다. 드라파티 체제가 실제 전선에서 어떤 결과를 내는지가 이번 교체의 평가를 결정할 것이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여론이 군 수장의 목을 움직였다. 이것이 건강한 민주적 견제인지, 지휘구조를 흔든 위험한 선례인지는 앞으로의 전선이 답할 문제다. 지금 확실한 것은 하나뿐이다. 키이우의 촛불은 대통령의 결재란을 바꿔놓았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7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국제정세 기사는 해외 언론만 참고합니다.

  1. BBC Russia-Ukraine war: Zelensky sacks top army commander after days of protests
  2. CNN Zelensky sacks Ukraine's military chief following widespread protests
  3. The New York Times When Protesters Speak, Zelensky Listens, in the Ukrainian Tradition
  4. PBS NewsHour Ukraine's Zelenskyy fires his army chief after protests and names a replacement
  5. POLITICO Europe Zelenskyy fires top army commander amid nationwide protests
  6. Kyiv Independent Zelensky dismisses Commander-in-Chief Syrskyi after widespread protests, appoints Drapatyi
  7. Euronews Zelenskyy replaces Oleksandr Syrskyi with Mykhailo Drapatyi as Ukraine's commander-in-chi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