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저항도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대통령의 부동산 승부수

이재명 대통령이 100분간 부동산 정책 대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며 보유세 강화와 전세대출 규제 방향을 밝혔다. 야당은 결론을 정해둔 요식 행사라며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부동산#보유세#대출규제#한국 정치

23일 오전 10시, 청와대 회의장.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100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공급, 대출, 세금. 부동산 정책을 통째로 테이블에 올린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를 잃을 각오를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무슨 일인가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100분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직접 주재했다. 오전 10시부터 약 100분간 진행됐다.

공개 토론회였다. 부동산 정책 전반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자리였다. 공급과 금융(대출), 세제까지 한자리에 올렸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을 “자산 불평등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다. “대한민국 최대 과제 중 하나”라고도 했다.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목표부터 못 박았다

먼저 오해를 차단했다. 이 대통령은 “집값을 억지로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한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달라졌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다. 다주택 규제를 피해 고가 아파트 한 채에 자산이 몰리는 현상을 두고 이 대통령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보유세, 방향은 밝혔지만

가장 무거운 발언은 보유세였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려면 3배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게 있다. 이건 “3배로 올리겠다”는 확정된 계획이 아니다. “선진국 수준까지 가려면 그 정도”라는 방향성 발언이다. 이날 발표된 세제개편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 강화에 “대체로 동의한다”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다주택자에게는 팔고 나갈 퇴로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만 조이면 오히려 매물이 잠긴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1주택자는 별도로 배려하겠다고 했다. 실거주는 세금을 깎고, 고가 주택은 부담을 더 지우는 차등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실거주’라는 말을 ‘거주용’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내놨다. 사정상 잠깐 집을 비워도 거주용이면 실거주와 똑같이 봐주자는 취지다.

전세대출도 손본다

대출 쪽에서도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이 집값 폭등의 원인 중 하나이며 조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다.

다만 실수요자 보호는 함께 지시했다. “정책이 바뀌었다고 잔금 대출을 갑자기 못 받게 하면 황당하다”는 것이다. 규제는 하되 이미 계약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은 막으라는 주문이다.

공급엔 회의적이었다

공급 문제에서는 신중했다. 이 대통령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해도 주택 공급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가구 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수요를 공급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다. 결국 세제와 금융으로 수요를 조절하겠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다수결로 결정하지 않겠다”

이날 토론회를 관통한 건 개혁 의지였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은 다수결로 결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갈등과 저항,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합리적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밀고 가겠다는 선언이었다.

토론회에서는 경고음도 나왔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성급한 금융규제 완화를 두고는 “목이 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실 수는 없다”는 비유도 등장했다.

Q&A로 짚어보기

Q1. 보유세를 진짜 3배로 올린다는 건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려면 3배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 수준을 설명하며 나온 조건부 발언이다.

구체적인 세율이나 시행 시점을 담은 세제개편안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정책의 방향과 의지를 밝힌 단계로 보는 게 정확하다.

Q2. 1주택 실수요자도 세금이 오르나

이 대통령은 1주택자를 배려하겠다고 했다. 실제 거주하는 집은 감면하고, 고가 주택에는 부담을 더 얹는 차등 방식을 제시했다.

‘실거주’를 ‘거주용’으로 넓히자는 제안도 했다. 잠깐 집을 비워도 거주 목적이면 실거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Q3. ‘똘똘한 한 채’가 왜 문제인가

다주택 규제가 강해지자, 규제를 피해 고가 아파트 한 채로 자산이 몰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대통령은 이 쏠림을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만 겨냥한 규제가, 오히려 초고가 한 채로 갈아타는 흐름을 부추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Q4. 전세대출은 어떻게 바뀌나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을 집값 폭등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조정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규제 강화 쪽이다.

단, 이미 계약한 사람의 잔금 대출까지 갑자기 막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실수요자 보호 장치를 함께 두겠다는 것이다.

Q5. 왜 하필 지금 이 토론회를 열었나

이 대통령은 부동산을 자산 불평등과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며 개혁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 대통령 본인의 부동산 매각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렸다. 이 논란은 앞서 별도로 다뤄진 사안이다.

양측의 시각

규제·개혁 강화를 지지하는 쪽

정부·여당은 부동산 자산 불평등을 구조적 문제로 본다. 소수에게 자산이 쏠리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성장도 공정도 무너진다는 것이다.

해법은 수요 억제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전세대출을 조정해 투기 수요를 눌러야 시장이 정상화된다고 본다. 불로소득에 기대는 구조를 끊자는 것이다.

일본의 장기 침체도 근거로 든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경고다. 실거주 1주택은 배려하되 고가·다주택에는 부담을 지운다는 게 이 진영의 논리다.

증세·시장통제를 우려하는 쪽

국민의힘은 이날 토론회를 “답정너 쇼”라고 비판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참석자는 대답만 하는 요식 행사라는 규정이다. 결론을 정해두고 증세 명분만 쌓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증세 부담도 지적한다.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3배까지 올린다는 방향은 과도한 세금 인상 예고라는 것이다.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1주택 실수요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본다.

대출 문제는 방향이 정반대다. 야당은 오히려 과도한 대출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제를 더 조이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막힌다는 것이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날 나온 건 정책의 ‘방향’이다. 세율도, 시행 시점도 아직 없다. 실제 무게는 앞으로 나올 세제개편안에서 드러난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보유세 강화의 실제 폭과 대상이다. ‘3배’라는 방향이 어느 선에서 법안으로 구체화되는지가 관건이다.

둘째, 1주택 실수요자 배려가 실제로 얼마나 담기느냐다. 셋째, 전세대출 규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어떻게 동시에 맞추느냐다.

이 대통령은 “저항과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그 각오가 법안으로 얼마나 관철될지, 야당의 ‘답정너’ 프레임을 어떻게 넘을지가 남은 승부처다. 시장 정상화든 부작용이든, 결과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6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1. 헤럴드경제 “日 잃어버린 30년, 우리도 전철 우려”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
  2. 동아일보 李 “보유세 선진국 수준 되려면 3배 올려야…정치적 손해봐도 대비해야”
  3. 동아일보 野 “부동산 토론회는 답정너 쇼…대출 규제 손질해야”
  4. 한겨레 이 대통령 “보유세 강화 대체로 동의…다주택자 퇴로도 열어야”
  5. 경향신문 이 대통령 “갈등·저항 감수해야…부동산 정책, 다수결로 결정 않을 것”
  6. 매일경제 이 대통령 “집값 억지로 낮추자는 것 아냐”…‘똘똘한 한채’엔 “문제 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