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토론회에서 정청래가 꺼낸 “십자가 밟기”
7월 29일 민주당 당대표 후보 첫 TV 토론회가 열렸다. 김민석과 송영길이 정청래를 협공했고, 검찰개혁 책임론과 지방선거 패배 규정, 생일투표 논란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7월 29일 오후, 서울 마포의 방송 스튜디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자마자 세 사람이 부딪쳤다.
첫 주제부터 검찰개혁이었다. 누가 개혁을 막았느냐를 두고 김민석과 정청래의 말이 곧장 엉켰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의 첫 TV 토론회는 인사말이 끝나기 무섭게 난타전이 됐다.
무슨 일인가
세 사람이 던진 첫 마디
이날 열린 당대표 후보 1차 방송 토론회에는 세 명이 나왔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전 대표다.
모두발언부터 결이 갈렸다. 김민석은 “당청 관계가 흔들리면 정부가 흔들리고 대통령도 흔들린다”고 했다.
송영길은 “자기 정치와 파벌 싸움을 바로잡을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청래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도됐다.
정청래는 짧고 분명했다. “더 강력한 개혁 당대표, 이번에도 정청래.”
쟁점 1. 검찰개혁, 누가 막았나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검찰개혁 책임 공방이 터졌다.
정청래는 국무총리실이 총괄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문제 삼았다. 중수청과 공수청 관련 법(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을 나누는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두고 그는 “정부 원안대로 했다면 당원들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석은 반대로 말했다. “1차 검찰 개혁안을 정부가 (국회에) 보낼 때 정 전 대표께서 당시에 보내라 한 내용을 그대로 보냈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완수사권(경찰이 넘긴 사건을 검사가 추가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 폐지가 튀어나왔다. 김민석이 5월에 그 처리를 요청했다고 하자, 정청래는 “왜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패싱했느냐”고 되물었다.
김민석의 답은 정반대 방향이었다. “보완 수사권 폐지 입장을 냈는데도 계속 거부했다”는 주장이었다.
쟁점 2. 6·3 지방선거는 패배인가
가장 뜨거웠던 대목은 지방선거 성적표였다.
김민석은 정청래의 당대표 시절을 정면으로 겨눴다. “대표 시절 부산 (북구 갑) 선거에선 말실수하고 평택 (을 선거) 때는 입장이 정리가 안 돼서 거의 못 가다시피 했다”고 했다.
그는 한발 더 나갔다. “당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이 당 대표를 맡아서 이번에 매우 중요한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김민석은 자신이 총괄본부장과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다 이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 지휘에 한계가 있는데 당대표를 다시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겠나”라고 물었다.
정청래는 물러서지 않았다. “김 전 총리가 당 대표를 안 해보셔서 모르는 것 같다”고 받았다.
이어진 반박은 더 날카로웠다. “선거를 지휘한다는 것은 참모가 지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선대본부장을 했다고 해서 지휘한다고 볼 수 없다.”
쟁점 3. “대통령 생각이 틀렸느냐”
송영길은 다른 카드를 꺼냈다. 대통령의 말이었다.
“대통령도 ‘꼭 이겨야 될 것을 졌다’며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했다.” 그러고는 정청래에게 물었다. “대통령 생각이 틀렸느냐.”
정청래의 대답은 선거 결과의 성격을 정면으로 다퉜다. 그는 지방선거를 두고 “수치상으로는 이긴 선거”라고 맞받았다.
당시 입장 표명 과정도 설명했다. 선거 다음 날인 6월 4일 당정청이 사실상 조율해 당대표의 입장을 냈다는 것이다.
그가 밝힌 이유는 이랬다. “패배로 규정하는 순간 이재명 정부와 당의 1년이 통째로, 패배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생각했다.”
송영길은 연임 자체를 문제 삼았다. “지금은 야당도 아니고 검찰의 탄압을 받는 긴박한 상황도 아니”라며 “굳이 연임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정청래는 짧게 답했다. “한번 더 하면 더 잘할 것 같다.” 그리고 덧붙였다. “당원과 국민들이 평가할 부분이고, 지지율이 그렇게 낮지도 않다.”
쟁점 4. 조작기소 특검법
또 하나의 불씨는 조작기소 특검법(특별검사에게 이미 제기된 공소를 취소할 권한을 주는 법)이었다. 민주당은 이 법을 지방선거 전에 처리했다.
송영길은 정청래에게 물었다. “이게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됐나.”
정청래는 논란이 있었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다. “6·3지방선거 과정에 많은 논란이 있었고 그 때문에 그 부분은 당론을 다시 의견을 물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쟁점 5. 생일별로 찍으라는 지침
토론회에서 가장 낯선 단어가 등장했다. ‘생일투표’다.
최고위원 예비경선(본선 진출자를 추리는 1차 관문)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친정청래계 최고위원 후보 3명을 모두 본선에 올리려고, 일부 친정청래 성향 지지층이 생일별 투표 지침을 유포했다.
김민석은 이를 “최악의 구태 정치”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해당 후보들을 두고 “진짜 친명(친이재명계)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이라고 했다.
공세는 더 이어졌다. “몇몇 최고위원 후보들과 생일찍기, 홀짝찍기를 하는 건 한번도 본 적 없는 노골적 구태정치”라며 “계파적 선거운동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는 관여를 부인했다. “당원들의 자발적인 행위로, 시키지도 않고 말릴 수도 없다”며 “흥분하실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역공도 폈다. 그는 “김 전 총리는 당 밖에 18년 동안 있어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있을 때 역사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청래와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떨어뜨리자는 발언을 했는데 그것이야말로 구태정치”라며 “김 후보와 더 많은 최고위원 후보들이 몰려다니고 있다”고 맞받았다.
쟁점 6. 유시민 발언과 “십자가 밟기”
마지막 뇌관은 당 밖에서 왔다. 유시민 작가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계파수장론과 필패론을 제기했고, 정청래는 이에 “노코멘트”로 대응했다.
김민석이 그 침묵을 파고들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너무 표만 계산하는 것 아닌가.”
그는 수위를 더 높였다. “당과 국가와 대통령을 모독하고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을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한마디도 못 하는 당대표가 가능하냐”고 했다.
정청래의 답이 이날 토론회의 상징적인 한마디가 됐다. “‘십자가 밟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누구를 욕하면 친명(친이재명)이고 욕 안 하면 뭐고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덧붙인 말은 두 어절이었다.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
토론장에 오르지 않은 한 가지
정작 이번 전대의 최대 뇌관으로 꼽혀온 신천지 의혹은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방송 밖에서 오갔다. 정청래는 같은 날 라디오에서 김민석을 겨냥해 “‘불조심하자고 하면 방화냐’고 하는데 이미 불을 질렀다”며 당 차원의 조사를 주장했다.
송영길은 다른 방송에서 다르게 말했다. “김 전 총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Q&A로 짚어보기
Q1. 이날 토론회의 가장 큰 충돌은 무엇이었나
세 갈래다.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누가 막았는지, 6·3 지방선거를 패배로 볼 것인지, 그리고 생일투표로 불린 계파 선거운동 논란이다.
여기에 유시민 작가의 대통령 비판에 정청래가 침묵한 문제까지 얹혔다.
Q2. 보완수사권 공방은 결국 무슨 얘기인가
경찰이 넘긴 사건을 검사가 추가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없애는 문제다. 김민석은 자신이 폐지 입장을 냈는데 정청래가 계속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정청래는 절차를 문제 삼았다.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건너뛰고 진행됐다는 것이다. 양쪽 설명이 정면으로 엇갈린다.
Q3. 지방선거는 이긴 선거인가 진 선거인가
두 진영의 규정이 다르다. 정청래는 “수치상으로는 이긴 선거”라고 했다.
반면 송영길은 대통령이 “꼭 이겨야 될 것을 졌다”며 사과했다는 점을 들었다. 김민석은 정청래가 중요한 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Q4. ‘생일투표’가 왜 문제가 되나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특정 계파 후보 3명을 모두 통과시키려고, 지지층에게 생일별로 표를 나눠 찍으라는 지침이 돌았기 때문이다.
김민석은 이를 계파적 선거운동이자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는 당원들의 자발적 행위여서 시킬 수도 말릴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Q5. 신천지 의혹은 어떻게 됐나
이날 토론회 무대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같은 날 방송에서 정청래는 당의 조사를 주장했고, 송영길은 철저한 수사 촉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혹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양측의 시각
이번 토론회는 여야의 대결이 아니다. 집권 여당 안에서 벌어진 3자 경쟁이다. 세 후보 모두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하지만, 방법과 책임 소재를 놓고 갈렸다.
협공하는 쪽
김민석과 송영길은 정청래의 당대표 시절 성적표를 겨눴다.
김민석은 정청래가 당직 경험 없이 대표를 맡아 중요한 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찰개혁 법안 처리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계속 거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생일투표에 대해서는 “최악의 구태 정치”라고 규정했다. 유시민 작가의 대통령 비판에 침묵하면서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도 물었다.
송영길의 문제 제기는 더 단순했다. 야당도 아니고 검찰의 탄압을 받는 상황도 아닌데 굳이 연임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맞받는 쪽
정청래의 논리는 방어가 아니라 재반박에 가까웠다.
검찰개혁에서는 정부 원안대로 갔다면 당원들이 반발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패싱당했다는 주장이다.
지방선거는 수치상 이긴 선거이며, 6월 4일 당정청이 조율해 입장을 냈다고 설명했다. 패배로 규정하는 순간 정부와 당의 1년이 통째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생일투표는 당원들의 자발적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유시민 발언 공세에는 특정인을 욕하는지로 충성을 가르는 ‘십자가 밟기’가 잔인하다고 답했다.
한쪽은 “선거 지휘에 한계를 보였다”고 말한다. 다른 쪽은 “참모가 지휘한 게 아니다”라고 답한다. 같은 당, 같은 스튜디오에서 나온 두 문장이다.
전망: 왜 중요한가
투표일은 8월 17일이다. 이날 토론은 본선의 첫 라운드였을 뿐이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지방선거 규정 싸움이다. 이긴 선거냐 진 선거냐는 평가가 곧 정청래 연임론의 근거이자 반박 논리가 된다. 여기서 당원들이 어느 쪽 서술을 받아들이는지가 판세를 가른다.
둘째, 검찰개혁 책임 공방의 사실관계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누가 요청하고 누가 거부했는지가 정면으로 엇갈렸다. 양쪽 설명이 계속 부딪치면 추가 자료 공개로 번질 수 있다.
셋째, 계파 선거운동 논란의 확산 여부다. 생일투표가 최고위원 경선을 넘어 당대표 표심까지 흔들지가 관건이다.
이날 무대에 오르지 않은 신천지 의혹도 그대로 남아 있다. 토론회 밖에서 오간 말들이 다음 토론회 안으로 들어올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