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새 술은 새 부대에” 정성호를 청와대가 붙잡은 이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사실상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틀 뒤 청와대 참모 두 명이 나란히 방송에 나와 만류 메시지를 냈다.

#한국 정치#검찰개혁#이재명 정부#법무부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법무부 장관석에 앉은 정성호 장관의 입에서 한 문장이 나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나.”

현직 장관이 공개 회의장에서 던진 이 말은 곧바로 사실상의 사퇴 선언으로 읽혔다. 그리고 이틀 뒤, 청와대 참모 두 명이 방송 마이크 앞에 나란히 앉았다.

무슨 일인가

발단은 국회 회의장의 한마디

정 장관은 7월 2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복수의 보도는 이를 사실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에는 “더 할 일도 없다. 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청와대 참모진을 통해 사의를 표했다고도 알려졌다.

이틀 뒤, 청와대가 마이크를 잡았다

7월 29일 아침. 홍익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라디오에 나왔다.

첫마디부터 선을 그었다. “사의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신 건 없다.”

그리고 만류의 근거를 꺼냈다. “주무부처 장관이 이 문제를 정리하고 제도적으로 안착할 때까지는 역할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같은 날 성기홍 대통령홍보소통수석비서관도 방송에서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공직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두는 자리는 아니지 않냐.”

성 수석 역시 “사의 표명이라는 사항 자체가 공식적으로 접수된 바가 없다”고 했다. 한 보도는 이를 사퇴론에 재차 선을 그은 것으로 봤다.

정작 당사자는 그날 아침에도 국회에 있었다

정 장관은 29일 오전에도 법사위 전체회의에 나왔다. 법무부 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 포착됐다.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장관과, 붙잡는 청와대. 둘 사이의 온도 차가 그대로 노출된 하루였다.

왜 하필 10월인가

청와대의 만류 논리는 달력에 걸려 있다.

홍 수석은 검찰개혁이 진행 중이라며 두 기관을 짚었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둘 다 10월 출범이 예정돼 있다.

공소청은 검찰의 기소(재판에 넘기는 일) 기능을 맡게 될 조직이고, 중대범죄수사청은 중대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설계됐다. 검찰의 권한을 나누는 개편의 핵심 축이다.

그리고 홍 수석의 말대로 공소청의 주무부처는 법무부다.

즉 주무 장관이 지금 자리를 비우면, 10월의 조직 개편을 장관 공백 상태에서 맞게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홍 수석은 사회자가 ‘공소청 출범까지는 책임진다는 것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출범하고 안착할 때까지는 봐야 한다.”

Q&A로 짚어보기

Q1. 정 장관은 공식적으로 사표를 냈나

아니다. 두 참모 모두 공식 사의는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정 장관 본인도 ‘내가 물러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다만 27일 국회 발언이 워낙 명확하게 읽혔다. 공식 절차와 실제 기류가 어긋나 있는 상태다.

Q2. 사퇴 의사의 배경은 무엇으로 거론되나

건강 문제가 언급된다. 홍 수석은 “정 장관이 건강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의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건 아직 없다”면서도 “그런 개인적 상황들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 할 일도 없다. 당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더해졌다. 확정된 사실로 단정할 수 있는 대목은 아니다.

Q3. 곧 개각이 있을 가능성은

홍 수석은 “당장에 인사 개편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청와대가 교체 카드를 만지고 있지는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Q4. 그래서 정 장관은 언제까지 자리를 지키나

청와대가 제시한 기준은 시점이 아니라 상태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고 “안착할 때까지”다.

출범은 10월로 예정돼 있지만, 안착이 언제 완료됐다고 볼지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

양측의 시각

물러나려는 쪽

정 장관 본인이다. 국회 공개 회의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새 국면에는 새 사람이 맞다는 취지다. 여기에 “더 할 일도 없다. 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졌고, 건강 문제도 거론된다.

장관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신호를 공개 석상에서 낸 셈이다.

붙잡는 쪽

청와대다. 홍익표 수석과 성기홍 수석 모두 공식 사의는 없었다는 점을 먼저 강조했다.

만류의 명분은 검찰개혁 일정이다. 홍 수석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10월에 출범해야 되는데” 주무부처 장관이 제도를 안착시킬 때까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성 수석은 자리의 성격을 짚었다.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두는 자리는 아니지 않냐.” 그러면서 “다양한 것을 감안해 정 장관도 생각하실 거고 이후 상황이 전개되리라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 사안은 장관 한 명의 거취에서 끝나지 않는다. 10월에 출범할 두 기관이 걸려 있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정 장관이 공식 사표를 내는지, 청와대가 언제 “안착”을 인정하는지, 그리고 10월 출범 일정이 그대로 굴러가는지.

당사자는 떠나겠다는 신호를 냈고 청와대는 붙잡았다. 둘 중 누구도 아직 물러서지 않았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2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1. 동아일보 정성호, 공개 사의 표명했는데…靑 "공소청 출범·안착까지 봐야"
  2. 한겨레 청와대, '공개 사의' 정성호에 "공소청 출범·안착까지 역할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