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에 “김용범 경질하라”
코스피와 코스닥에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리자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김용범 정책실장 경질을 요구했다. 김 실장은 브라질 현지에서 이번 급락을 일종의 딥시크 쇼크라고 설명했다.
7월 28일(현지 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프레스센터. 대통령 순방을 따라온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 서울의 증시는 이틀째 멈춰 섰다.
김 실장의 진단은 이랬다. 이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AI 혁명은 진짜”라고 했다.
하루 뒤, 야당에서 그의 이름을 겨냥한 글 한 편이 올라왔다.
무슨 일인가
이틀 연속 멈춰 선 시장
7월 27일과 28일, 코스피와 코스닥에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됐다. 주가가 단시간에 급격히 떨어지면 주식 거래 자체를 일정 시간 통째로 멈추는 제도다.
매도사이드카도 이틀 연속 걸렸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쏟아내는 대량 매도 주문의 효력을 잠시 정지시키는 장치다. 시장이 한 번에 무너지는 걸 막는 안전판인데, 그 안전판이 이틀 내리 작동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를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표현했다.
상파울루에서 나온 진단
김 실장은 이번 급락의 원인을 국내가 아닌 바깥에서 찾았다.
그는 시장이 “반도체와 AI 주식 전체의 향배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 이어지는 점에서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AI의 성능과 별도로 투자액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 등에 대해 갸우뚱하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하나의 축은 중국 반도체의 추격이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 흥행 등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개가를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 양강(삼성전자·SK하이닉스)과의 메모리 경쟁력 격차는 안전한가”
김 실장은 이번 국면이 예전 ‘딥시크 쇼크’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봤다. 다른 보도에서는 그가 이번 상황을 “일종의 딥시크 쇼크”, “AI 모델에서의 딥시크 쇼크와 같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레버리지 ETF 책임론은 선을 그었다
시장 일각에서 지목한 범인은 레버리지 ETF였다. 지수나 특정 종목의 등락을 몇 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다. 오를 때 크게 벌고, 빠질 때는 그만큼 크게 잃는다.
김 실장은 여기에 선을 그었다.
“레버리지 ETF로 이런(변동성) 현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일 수는 있고, 상당히 많은 문제가 다 그것 하나로 귀결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꼭 그렇지는 않다”
대신 그는 “레버리지 ETF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구조적 요인들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점검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레버리지 ETF 제도 개선과 파생상품 구조 검토도 함께 거론됐다.
한국 증시가 유독 심하게 흔들리는 이유로는 시장 구조를 들었다. “변동의 중심부에서 10 정도의 변화가 생기면 우리나라에선 20∼30 정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변동성이 큰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 역동적으로 투자하는 시장 특성과 맞물려 있다”고도 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물러서기가 아니라 밀어붙이기였다. “우리가 두 회사를 포함해 팹을 더 짓거나 R&D 투자를 적기에 한다든가 이런 것을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반도체 생산공장(팹)과 연구개발 투자를 더 키우자는 주문이다.
하루 뒤 날아든 경질 요구
7월 29일, 정점식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겨냥한 대상은 분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코스피 6000선과 코스닥 700선이 무너졌고 코스피가 한 달 사이 30% 폭락했다고 주장했다. 7월 월간 코스피 하락률이 1997년 10월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높아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도 했다. 이 수치들은 그가 페이스북 글에서 제시한 것이다.
그는 이 상황을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혼란”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재명 정부 이전에 우리 증시에 이렇게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난무하는 ‘롤러코스피’가 있었나?”
“국민들은 이틀 연속 주가 폭락으로 피눈물을 흘리는데, 책임 있는 고위당국자가 옹색한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는다니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대목은 김 실장을 정면으로 겨눈 것이다.
요구는 세 가지였다. 김용범 정책실장 즉각 경질과 경제라인 전면 교체, 국민에 대한 사과, 그리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원점 재검토다.
Q&A로 짚어보기
Q1.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거래가 멈춘다. 주가가 짧은 시간에 크게 떨어지면 시장 전체의 매매를 일정 시간 정지시키는 제도다.
투자자에게 숨 돌릴 시간을 주고 공포에 휩쓸린 투매를 끊으려는 장치다. 그래서 발동 자체가 드문 일로 여겨진다. 정 원내대표가 이틀 연속 발동을 “사상 초유”라고 부른 이유다.
사이드카는 그보다 앞단계다. 프로그램 매매로 쏟아지는 매도 주문의 효력을 잠깐 멈춰 세운다.
Q2. 정부는 이번 폭락의 원인을 뭐라고 보나
두 가지가 겹쳤다는 것이 김 실장의 진단이다. 하나는 AI 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시장의 의심, 다른 하나는 중국 반도체의 추격이다.
여기에 한국 시장 특유의 증폭 효과가 얹혔다고 봤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과 매매 속도가 변동 폭을 키운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2∼3개월 큰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것은 우리 시장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Q3. ‘딥시크 쇼크’에 빗댄 건 무슨 뜻인가
AI 모델 분야에서 중국의 등장이 시장을 흔들었던 그 국면이, 이번엔 메모리 반도체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비유다.
핵심은 CXMT다. 중국 최대 D램 업체의 상하이 증시 상장이 흥행하자 “한국 양강과의 격차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이 시장에 퍼졌다는 것이다.
Q4. 정 원내대표가 제시한 수치는 확인된 통계인가
기사에 인용된 수치는 정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밝힌 내용이다. 코스피 6000선 붕괴, 한 달 30% 폭락, IMF 외환위기 당시를 넘는 월간 하락률이 모두 그의 주장에 포함돼 있다.
같은 시장을 두고 한쪽은 “아비규환”이라 부르고, 다른 쪽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숫자의 해석부터 갈리는 셈이다.
Q5.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무엇인가
김 실장이 언급한 조치는 세 갈래다. 레버리지 ETF 제도 개선, 파생상품 구조 검토, 그리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함께하는 변동성 점검이다.
여기에 반도체 설비와 R&D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밀어야 한다는 산업 정책 주문이 붙었다.
양측의 시각
보수·우파의 시각
야당은 이번 사태를 정책 실패로 규정한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 이전에 우리 증시에 이렇게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난무하는 ‘롤러코스피’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정권 출범 이후 시장이 롤러코스터가 됐다는 주장이다.
국민이 손실을 보는 동안 정책 책임자가 내놓은 설명이 “옹색한 변명과 궤변”이라는 것이 그의 비판이다. 그래서 요구도 인사로 향한다. 김용범 정책실장을 즉각 경질하고 경제라인을 전면 교체하라는 것.
제도 쪽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했다. 대통령을 향해서는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진보·좌파의 시각
정부 쪽 설명은 원인을 바깥에 둔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번 급락을 국내 정책 실패보다 글로벌 요인의 결과로 본다. AI 투자 수익성을 둘러싼 논쟁, 그리고 CXMT 상장 흥행으로 상징되는 중국 반도체의 추격이다.
레버리지 ETF 책임론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문제가 다 그것 하나로 귀결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꼭 그렇지는 않다”며 단일 원인론을 경계했다. 다만 제도 개선 자체는 검토 대상에 올려놨다.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큰 것은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 구조 때문에 변동이 증폭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몇 달의 큰 변동성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해법은 후퇴가 아니라 투자 확대다. “AI 혁명은 진짜”라는 전제 위에서, 팹 증설과 적기 R&D 투자를 정책적으로 더 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번 공방의 진짜 쟁점은 인사가 아니라 원인 진단이다.
정부 말대로 AI 논쟁과 중국 반도체 추격이 주된 변수라면, 한국 정부가 당장 손댈 수 있는 폭은 좁다. 반대로 야당 지적대로 시장 구조와 파생상품 설계가 낙폭을 키운 것이라면, 제도 손질이 곧 대책이 된다.
흥미로운 건 양쪽이 이미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사실이다. 레버리지 ETF다. 야당은 단일종목 상품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고, 정부도 제도 개선을 검토 대상에 올렸다. 다만 한쪽은 이걸 주범으로 보고, 다른 쪽은 증폭 장치 중 하나로 본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구조적 요인 점검이 실제로 어떤 결론을 내놓는지. 레버리지 ETF와 파생상품 제도가 어디까지 손질되는지. 그리고 야당이 요구한 경제라인 교체에 대통령실이 어떤 답을 내놓는지다.
정책실장은 브라질에서 시장을 설명했고, 야당의 요구는 서울에서 올라왔다. 순방이 끝난 뒤 이 간극이 어떻게 정리될지가 다음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