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전투기가 이라크 동부를 때린 밤
미국과 사우디의 전투기가 이라크 동부의 친이란 무장세력 시설을 함께 타격했다. 사우디가 직접 폭격에 나선 것은 이번 중동 충돌의 새로운 국면이다.
7월 28일 화요일,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석유 시설 상공으로 드론이 날아들었다. 사우디군은 이를 요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얼마 뒤, 이라크 동부 하늘에 나타난 전투기 편대에는 미군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우디 전투기가 함께 폭탄을 떨어뜨렸다.
무슨 일인가
미국과 사우디가 함께 때렸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 안의 친이란 무장세력을 겨냥해 공습을 벌였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군 통합전투사령부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미군과 사우디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하도록 지시한 이란 연계 테러리스트”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느 무장조직인지 이름은 특정하지 않았다.
중부사령부 설명에 따르면 양국 전투기는 이라크 동부 전역의 여러 병참 및 무기 시설을 타격했다. 이유는 하나로 정리된다. 지난 72시간 동안 IRGC가 지시한 30건 넘는 드론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중부사령부는 그 공격들이 “부당한(unwarranted)” 것이었고 실패로 끝났다고 덧붙였다.
경고도 함께 나왔다.
“IRGC와 그 테러 대리세력은 추가적인 미군의 대응을 피하려면 이런 공격을 멈춰야 한다.”
사망자 숫자가 소스마다 다르다
인명 피해 규모는 아직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인민동원군(PMF)이 최소 10명의 대원이 숨졌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있다. 반면 PMF가 8명 사망, 4명 부상이라고 발표했다는 보도도 있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최종 집계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날, 이란은 탄도미사일을 쐈다
이번 공습은 이란의 기습 직후에 벌어졌다.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에 있는 미군을 겨냥해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쏘는 기습 공격을 시도했다. 미국은 그 공격이 화요일 미 동부시간 17시 45분(그리니치 표준시 21시 45분)에 있었으며, 미사일이 “모두 성공적으로 요격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요르단에 있는 미군 기지를 노렸다고 밝혔다.
바다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3척을 타격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짧았던 소강 국면은 그렇게 끝났다.
이 사건의 배경
PMF는 어떤 조직인가
PMF(인민동원군)는 여러 친이란 민병대를 아우르는 우산 조직이다. 이란이 수년간 중동에서 자국 이익을 넓히는 데 활용해온 대리세력 네트워크의 일부로 꼽힌다.
이 민병대들은 이라크에 남아 있는 미군을 몰아내겠다는 목적으로 이라크 내 미국 인력과 이익을 여러 차례 공격해왔다. 그때마다 미국은 반격했다. 익숙한 주고받기였다.
이번에 달라진 건 하나다. 이라크를 때린 전투기 옆에 사우디 국적기가 있었다.
사우디는 왜 직접 나섰나
사우디는 이번 공습이 최근의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그 드론들이 이라크 영토에서 활동하는 “이란 연계 테러 민병대”에서 왔다는 것이 사우디의 주장이다.
투르키 알말리키 소장은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이다. 그는 화요일 사우디 동부 석유 시설을 노린 드론들을 군이 요격해 파괴했다고 밝히면서, 그 드론들이 이라크 영토 내 이란 계열 민병대가 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방부는 선을 그었다.
“왕국은 확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공격에도 대응할 것이다.”
왜 하필 지금인가
시점이 묘하다.
교전 재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매우 우호적인 협상”을 언급한 지 이틀 만에 벌어졌다. 그 무렵 미국과 이란은 사흘 연속으로 서로를 때리지 않고 있었다.
그 소강 이전은 전혀 딴판이었다. 미국은 13일 밤 연속으로 폭격을 이어갔다. 미국은 이란 남부의 터널과 교량을 파괴했다고 밝혔고, 이 공습으로 수십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의 접근권과 통제권이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길목이다. 다만 테헤란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다.
워싱턴의 같은 주
공습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워싱턴 방문과 시기가 겹쳤다. 그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같은 방문 일정에는 장례식도 있었다. 이란 강경파로 꼽혔던 미국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의 장례식이다.
미군의 피해도 쌓이고 있다. 미 국방부(펜타곤) 최근 자료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2월에 이란 공습을 지시한 이후 최소 624명의 미군 장병이 부상했다. 국방부는 그중 417명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군사작전인 ‘에픽 퓨리 작전’과 관련해 다쳤다고 밝혔다.
Q&A로 짚어보기
Q1. 사우디가 직접 폭격에 나선 게 왜 특별한가
지금까지 이 충돌의 주역은 미국과 이란이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를 때리는 것도 대체로 미국의 몫이었다.
이번에는 사우디 전투기가 같은 작전에 들어갔다. 사우디는 자국 석유 시설이 드론에 노출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피해자에서 타격 주체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Q2. 왜 이란이 아니라 이라크를 때렸나
미국과 사우디가 지목한 공격 주체는 이라크 영토에서 활동하는 이란 연계 민병대다. 중부사령부는 그 배후에 IRGC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명령은 이란에서, 발사는 이라크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미국과 사우디의 설명이다. 그래서 타격 지점이 이라크 동부의 병참, 무기 시설이 됐다.
Q3. 사망자는 결국 몇 명인가
확정되지 않았다. PMF가 최소 10명 사망을 밝혔다는 보도와, 8명 사망에 4명 부상을 발표했다는 보도가 함께 나와 있다.
숫자가 엇갈리는 이유는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 어느 한쪽을 사실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Q4. 기름값은 어떻게 됐나
올랐다. 확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을 더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시아 오전 거래에서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4.3% 올라 배럴당 87.7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원유도 4.2% 오른 82.62달러였다.
Q5. 이라크 정부는 뭐라고 하나
이라크 총리는 드론 공격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그리고 목요일에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자국 영토가 발사대이자 표적이 된 상황이다. 이라크 정부가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느냐가 다음 국면의 변수다.
양측의 시각
미국과 사우디의 시각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입장이다.
중부사령부는 72시간 동안 30건이 넘는 드론 공격을 받았고, 그 공격들이 IRGC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대리세력이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추가 군사 대응이 뒤따른다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사우디 국방부는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자국을 향한 공격에는 대응하겠다고 했다. 투르키 알말리키 대변인은 사우디 동부 석유 시설을 노린 드론의 출처로 이라크 내 이란 계열 민병대를 지목했다.
이라크 무장세력과 이란의 시각
주권 침해라는 반박이다.
PMF는 이번 미국, 사우디의 공격을 “위험한 확전”이자 이라크 주권 침해로 규정했다. 다른 보도에서는 PMF가 이를 “매우 위험한 확전”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이슬람 저항으로 불리는 친이란 무장세력은 사우디를 직접 겨냥해 경고했다.
“어떤 어리석은 사우디의 행동도 가혹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다.”
이란 쪽 대응은 말에 그치지 않았다. 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3척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전망: 왜 중요한가
이번 공습으로 충돌의 참여자 명단이 바뀌었다. 미국과 이란의 양자 구도에 사우디가 타격 주체로 들어왔다.
대리세력의 보복이 미군이 아니라 사우디 유전을 향하면 판은 다시 커진다. 사우디 석유 시설은 이미 드론의 표적이 됐고, 사우디는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지켜볼 지점은 세 가지다.
- 이라크 정부의 선택. 총리의 사우디 방문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오느냐가 이라크의 위치를 보여준다.
-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3척 타격이 일회성인지, 해협 봉쇄 압박으로 이어지는지가 유가를 좌우한다.
- 협상 채널의 생사.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우호적인 협상”을 말한 지 이틀 만에 총성이 다시 울렸다. 테헤란은 협상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사흘의 침묵은 짧았다. 다음 침묵이 언제 올지는 아직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