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보완수사권 폐지안에 뒤늦게 확인된 공소기각 조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다. 검사의 기소를 법원이 기각할 수 있는 사유를 넓히는 조항도 함께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치#검찰개혁#국회#형사소송법

7월 28일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자리를 떴다. 남은 의석에서 표결이 이뤄졌고,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소위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하루 뒤, 그 법안 안에서 또 하나의 조항이 확인됐다. 검사의 기소 자체를 법원이 기각할 수 있는 사유를 넓히는 내용이었다.

무슨 일인가

야당이 퇴장한 뒤 처리됐다

소위원장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위를 열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퇴장한 뒤, 더불어민주당 등이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이미 당의 공식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7월 24일 의원총회에서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27일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상정했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메울 수 없게 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의 손발이 달라진다. 경찰이 넘긴 사건(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다.

경찰이 넘기지 않은 사건(불송치 사건)도 마찬가지다. 재수사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검사가 직접 수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

부족한 조각이 보여도 검사가 직접 메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뒤늦게 확인된 공소기각 조항

7월 29일,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공소기각은 법원이 재판의 내용을 따지지 않고 기소 자체를 물리는 결정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27조는 그 문을 좁게 열어둔다. 피고인에 대해 재판권이 없을 때, 공소를 제기한 절차가 법률 규정을 어겨 무효일 때 등이다.

개정안은 여기에 두 가지를 더 붙였다.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그리고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다. 검사가 재판에 넘길지 말지 정하는 재량을 크게 벗어나 기소했다면 법원이 사건을 되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검사의 의무를 못 박는 조항도 들어갔다. 검사는 공소 제기와 유지 과정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고, 피의자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검사의 객관 의무를 더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대한”, “현저히” 같은 표현이 모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사건에서 어디까지가 중대하고 무엇이 현저한지를 두고 해석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 범죄엔 별도 장치

민주당은 안전장치도 함께 내놨다. 아동 성범죄와 스토킹 등 7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개별법을 고쳐,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검찰에 사건을 넘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총장 대행이 낸 입장문

29일 아침,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입장문을 냈다. 첫 문장은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였다.

“최근 다수의 사안에서 확인되고 있는 바와 같이 1차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에 대한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께서 부담하시게 될 것”

그는 “다수의 국민들께서 검사에 의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도개혁이 단순히 검찰의 권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여성·피해자단체 등에서도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일정

민주당 방침은 속전속결이다.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한 뒤 30일 본회의를 열어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변수는 야당의 대응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 통과 시점은 31일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사위는 29일 이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Q&A로 짚어보기

Q1. 보완수사 “요구”만 남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

지금은 검사가 경찰에 추가 수사를 시킬 수도, 직접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의 것만 남는다.

검사는 경찰에 “이 부분을 더 조사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가 직접 조사에 들어가는 길은 막힌다.

Q2. 공소기각 사유 확대가 왜 쟁점인가

공소기각은 법원이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기소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결정이다. 사유가 넓어지면 그만큼 기소가 재판대에 오르지 못하고 끝날 여지가 커진다.

여당은 이를 검찰권 남용을 막는 장치로 본다. 반면 “중대한”, “현저히” 같은 문구가 모호해 적용을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Q3. 검사의 객관 의무 조항은 새로운 것인가

개정안은 검사가 기소 과정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고, 피의자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시했다. 검사의 객관 의무를 법 문언으로 더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Q4.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어떻게 되나

민주당은 아동 성범죄, 스토킹 등 7대 범죄를 따로 떼어냈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내도 검찰에 반드시 송치하도록 개별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은 형사소송법이 아니라 개별법 개정이 뒤따라야 작동한다.

Q5. 언제 최종 결론이 나나

민주당은 30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잡았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걸면 하루 밀려 31일이 된다. 어느 쪽이든 이번 주 안에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시각

찬성 측 (여권)

여권의 목표는 분명하다. 수사와 기소를 갈라놓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사는 기소를 판단하는 구조로 가야 검찰의 직접수사 관행이 끊긴다고 본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7월 24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했다. 소위 처리에 이어 본회의 처리 방침까지 굳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정안에 담긴 장치들도 여권의 논리를 보여준다. 검사의 객관 의무를 법에 적어 넣고, 위법수사에 기초한 기소나 재량을 크게 벗어난 기소는 법원이 기각할 수 있게 했다. 검찰권을 견제하는 통로를 법 안에 만들겠다는 설계다.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내도 검찰로 넘기게 하는 예외를 뒀다. 우려가 큰 지점을 따로 막았다는 것이 여권의 설명이다.

반대 측 (검찰·야당)

검찰의 논리는 “여과지가 사라진다”로 요약된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사의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없어지면 진실이 은폐되고 형사사법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 피해는 국민이 지게 된다는 경고다.

그는 개혁의 방향 자체를 문제 삼았다. 권한을 없애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범죄자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강행 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소위에서는 표결 전 퇴장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새로 확인된 공소기각 조항을 두고도 지적이 나온다. “중대한”, “현저히”라는 기준이 모호해 해석과 실제 적용에서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조항을 두고 한쪽은 남용을 막는 브레이크라 하고, 다른 쪽은 기준이 흐린 빈칸이라 한다. 아직 어느 쪽도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법이 시행된 뒤 법원이 이 문구를 어떻게 읽느냐에 달려 있다.

전망: 왜 중요한가

첫 관문은 본회의 표결 시점이다. 30일이냐 31일이냐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여부에 달렸다. 결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쟁점이 공개적으로 부딪히는지를 볼 만하다.

두 번째는 공소기각 조항의 운명이다. 이 조항은 소위 통과 뒤에야 내용이 확인됐다. 남은 절차에서 문구가 다듬어질지, 그대로 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세 번째는 안전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느냐다. 7대 범죄 예외는 개별법을 고쳐야 굴러간다. 형사소송법만 바뀌고 개별법 개정이 늦어지면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법이 바뀌는 순간보다, 바뀐 법이 첫 사건을 만나는 순간이 진짜 시험대다. 검사가 요구만 할 수 있는 구조에서 수사의 빈틈이 어떻게 메워지는지, 그리고 “중대한 위법수사”라는 문구가 법정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가 이 개혁의 성적표가 된다.

📎 참고 소스

이 기사는 아래 3개 보도를 교차 확인해 종합했습니다.

  1. 경향신문 [속보] '보완수사권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 법안소위 통과
  2. 경향신문 [속보]검찰총장 대행 "보완수사 사라지면 진실 은폐···사법체계 무너질 것"
  3. 동아일보 '검사 소추재량권 일탈한 기소는 기각' 與 법안에 추가됐다